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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환의 시선] '특혜·차별' 백화점…은행 취업 비리

[전종환의 시선] '특혜·차별' 백화점…은행 취업 비리
입력 2018-04-03 17:24 | 수정 2018-04-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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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둑이 무너졌으니 앞으로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최근 금융권 채용비리를 보는 금융가의 탄식입니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과 같은 초대형 금융사들의 채용 비리가 터져 나오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특혜와 차별"

    하나하나 드러나고 있는 시중 은행 채용 비리를 관통하는 키워드 두 가지입니다.

    지금 보시는 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하나은행 채용 비리 내용입니다.

    특권층의 청탁에 따른 특혜 채용 16건, 순위 조작으로 남성 특혜 합격 2건, 순위 조작으로 특정 대학 특혜 합격 14건, 모두 32건의 채용 비리 정황이 확인됐는데요.

    전체 입사자는 229명이니까, 7명 중 한 명이 채용 비리에 연루된 셈입니다.

    관련 리포트 먼저 보겠습니다.

    ◀ 영상 ▶

    [2018-04-02]

    이미 탈락한 14명을 특정대학 출신이란 이유로 구제해 합격시키기도 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른바 힘 있는 자들의 꼬리표입니다.

    '국회정무실'이라고 표기된 지원자는 실무면접 점수가 미달이었는데도 최종 합격.

    '청와대 감사관 조카'라고 적힌 지원자는 임원면접 점수가 상향조정됐습니다.

    낙마한 최흥식 전 금감원장 추천 지원자 또한 1점 모자란 점수로도 서류 전형을 통과했습니다.

    무엇보다 파괴력이 큰 건 김정태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청탁과 관련해 금감원이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한 겁니다.

    금감원이 확보한 청탁자 명단, 김 모 전무 이름 옆에 적힌 '회'라는 글자가 '김정태 회장 청탁'이란 뜻이라는 게 조사 결과입니다.

    [최성일/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인사 담당자한테 물어봤을 때 괄호 안에 '회'가 회장 또는 회장실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이야기를 했고…"

    이 지원자는 합숙 면접 점수가 0점이었지만 서류 전형에서부터 아예 '최종합격'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 앵커 ▶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청와대나 국회 고위 인사에게 연줄을 대고, 은행 고위 관계자가 추천을 한다.

    그런데 이 지원자가 남자인데다, 외국 유학을 다녀왔거나 서울대, 연고대 중에 한 곳을 졸업했다, 그러면, 십중팔구 합격, 이게, 공식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어이가 없죠?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노골적인 남녀차별입니다.

    과정을 보면, 참 기가 막히는데, 하나은행의 남녀 합격자 비율을 아예 4대1로 정해놓고 채용을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여성 지원자들의 커트라인은 기형적으로 높아져서 여성은 466점을 맞고도 떨어졌고, 남성은 419점을 받아도 합격했습니다.

    실제 채용을 보면, 남자 201명, 여자 22명, 9대 1 비율로 뽑았습니다.

    KB국민은행도 마찬가지였는데, 서류심사에서, 남성 지원자 점수만 임의로 올려버렸습니다.

    여성 지원자의 점수는 상대적으로 낮아졌고 이 때문에 일부는 서류 전형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럼, 은행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검찰 조사에서, "신입 행원 가운데 여자가 너무 많으면 곤란하다. 남자 배려 차원에서 올려준 것이다, 또, 조작이 아니라 조정일 뿐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 여자 행원이 많으면 곤란하다는 건지 어이가 없고 해명부터 가관입니다.

    유독, 특권층 자녀들과 금융권 간부의 친인척들이 등장하는 대목, 금융권 채용 비리에서 반드시 눈 여겨봐야 할 단면입니다.

    우리나라 시중 은행들의 특수성과도 직결된 부분인데, 은행 최고경영자 임명과 연임 과정에 정권 실세 등의 입김이 작용하는 구조 때문입니다.

    금융권 감시 컨트롤타워인, 금감원을 관장하는 국회 정무위원회나 청와대 감사관실, 이들의 부탁을 거절할 은행 경영진이 많을 수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이 밖에도 은행권 인사들끼리 자녀나 친인척들을 서로 자신의 회사에 취직을 시켜주는 품앗이 취업 폐단까지도 있습니다, 심각한 문제죠.

    네, 이번 금감원의 하나은행 채용 비리 적발.

    이제, 공은 검찰에 넘어간 셈입니다.

    금감원과 하나은행 간의 갈등과는 별개로, 은행권의 채용비리에 대한 엄격한 수사 그리고 재발 방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전종환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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