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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의 시선] 고교생 10명 중 3명 "선생님이 성희롱"

[앵커의 시선] 고교생 10명 중 3명 "선생님이 성희롱"
입력 2018-05-04 17:43 | 수정 2018-05-04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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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고등학생 10명 중 3명은 성희롱을 당했다."

    "성희롱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선생님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어제(3일) 내놓은 '학생 성희롱 실태 조사' 결과입니다.

    10명 중 4명은 '학교 안에서 선생님이 성희롱한다'고 답했고요.

    10명 중 3명은 '선생님에게 직접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10명 중 3명이 직접 성희롱을 당했다.

    충격적이죠.

    그동안 학교이니까, 선생님이니까, 학생들이 어리니까 이런저런 이유로 쉬쉬해왔던 '선생님 성희롱' 문제.

    그 실태는 일상적이고 광범위하다는 얘기였습니다.

    이 보도 먼저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양천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했던 기간제 여교사가 SNS에 올린 글입니다.

    한 남자 교사가 교무실과 학교 복도에서 노골적으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내용입니다.

    이 글이 알려지자 문제의 김 모 교사로부터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피해 학생 A]
    "너 살쪘다고 하면서 허리 꼬집고. (선생님이) 와락 안으시면서 안고 계셨다는 거예요."

    [피해 학생 B]
    "수업시간에 굳이 목을 안 잡아도 되는데 목을 만진다거나 허벅지를 만지거나…"

    최근 학생들이 자체 파악한 재학생 피해자만 50여 명에 이릅니다.

    [피해 학생 C]
    "(생활기록부에) 이 학생은 행실이 좋지 않음 바르지 않음 이렇게 적혀질 수 있는, 많이 당했지만 더 참았어요…"

    ◀ 앵커 ▶

    "선생님이 교복을 들추거나 잡아당기고, 손이나 머리·어깨·엉덩이 등 몸을 슬쩍 스치듯 만졌다."

    "애 잘 낳게 생겼다."

    "졸업생 중 가슴 큰 애가 포옹해주는 게 좋다."

    학생들이 털어놓은 일부 선생님들의 행태입니다.

    성희롱은 신체적 성희롱이 가장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학생들의 몸을 만지는 교사들이 많다는 겁니다.

    학생들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졸업생/성폭력 피해]
    "툭툭 치더라고요. 엉덩이 같은 곳을…가끔씩 어깨 같은데 만지면서 속옷 끈을 살짝 잡는다고 해야 되나…"

    [재학생]
    "완전 변태처럼 허벅지 쓰다듬고, 지나가다 마주치면 쓱…여기다 피해자예요."

    [피해자]
    "여성용 화장실에 여학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왔으며 몸을 만지기도…고등학교에 입학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체육교사는 제 볼을 만지며…친구가 제 무릎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그 자리 탐난다면서…"

    ◀ 앵커 ▶

    네,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피해 학생 중 10명 중 4명은 '가만히 있었다'고 답을 했고요.

    10명 중 2명은 '그냥 참았다'는 답했습니다.

    절반 이상이 선생님의 성희롱에 소극적으로, 가만히 있었다는 겁니다.

    이유는 뭘까?

    '어떻게 할지 몰랐다'

    '진학에 불이익이 생길까 두려웠다'

    '친구들에게 알려지는 게 싫었다'

    이런 이유들 이었습니다.

    학생들의 이런 소극적인 방어 탓인지, 선생님과 학교 직원, 심지어 학교폭력을 막을 배움터 지킴이까지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관련 보도 함께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시설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는 교직원 두 명이 8살 A군을 시설관리실로 강제로 끌고 갔습니다.

    이들은 "남자인지 확인해보자"며 A군의 성기를 여러 차례 만지고 억지로 옷을 벗기려 했습니다.

    성추행은 30분 가까이 계속됐고 아이는 울먹이며 저항했지만 교직원들은 전동 드릴까지 들이댔습니다.

    [피해 학생]
    "넘어뜨리고 소파에 앉혀 가지고 협박하면서, 전기드릴로 막 협박했어요."

    경기도의 한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남자 교사에게 추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교육청에 접수됐습니다.

    틀린 문제를 가르쳐주겠다며 교무실로 불러내 특정 신체부위를 만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경기도 교육청이 조사를 했더니,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는 학생이 4명이 더 있었습니다.

    학생들은 "해당 교사가 예전부터 수시로 여학생들에게 신체접촉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학교 측의 대응도 문제였습니다.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면 24시간 안에 교육청과 경찰에 알리도록 돼 있는데도 일주일 동안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 관계자]
    (왜 바로 보고 안 하셨어요?)
    "글쎄, 거기에 대해 할 말은 없어요. 사실은."

    ◀ 앵커 ▶

    주로 어떤 학생들이 성희롱의 표적이 됐을까?

    이것도 좀 의외인데요.

    주로, 공부를 잘하는 학생,

    그리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표적이 됐습니다.

    성적이 괜찮은 학생은 학습에 대한 조언과 격려를 핑계로, 또,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는 돌봄을 핑계로 성희롱을 한다는 겁니다.

    교단의 성범죄 징계 건수 역시 급증하고 있습니다.

    2014년 44건이던 것이 2016년 135건으로, 2년 사이 3배가량 급증했습니다.

    문제는, 적당한 기간이 지나면 교단 복귀가 가능한 수준으로 처벌을 받는 '꼼수 처벌'만 늘어났다는 건데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성추행, 성희롱으로 징계를 받은 교원 258명 가운데, 약 40%는 감봉 정도의 가벼운 징계에 그쳤습니다.

    이렇게 되면 교단에 그대로 남게 되는 건데, 제자를 상대로 성추행을 하고도 교단에 돌아온다.

    제대로 된 처벌이라 할 수 없을 겁니다.

    관련 보도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해당 여중에 대해 성폭력 피해 전수조사에 나섰고, 가해 교사의 직위해제를 요청했습니다.

    가해자는 사건이 공론화된 후 사표를 쓴 상태지만, 직위해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교편을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학교 측은 뜻밖에도 "가해 교사를 직위 해제하기는 힘들다."고 말합니다.

    [00중학교 교장]
    "그렇게 하려면 경찰에서 수사개시 통보가 와야 하는데 피해자 측에서 자꾸 미루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고소, 고발이 있어야 하나 아직 고소, 고발이 없기 때문에…"

    기간제 보건교사였던 노 모 씨.

    지난해 4월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에서 정교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문제 제기를 했지만 아무런 처벌이 없었다고 합니다.

    [노 모 씨/성추행 피해 교사]
    "학교 자체가 성추행 건에서 이렇게 미흡할까… 대처하지도 않고 하려 하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신고(고소)를 하게 됐고…"

    검찰이 기소했지만 가해자는 교편을 잡고 있는 건 물론 담임까지 맡고 있습니다.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진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게 학교 측 입장입니다.

    ◀ 앵커 ▶

    앞서 말씀드린대로, 최근 7년간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교사 481명 가운데 182명은 아직도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학부모들은 당연히 '학교 보내기 불안하다' '학교를 믿지 못하겠다' 이런 불만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인권위원회의 지적은 이렇습니다.

    학생들을 통제할 수 있다는 위계구조, 또 일부 선생님들의 저급한 성 의식이 성폭력의 저변에 깔려있다.

    가해 교사에 대한 처벌 못지않게 교단 전체의 의식 개선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앵커의 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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