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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정철진 앵커

[경제이슈] 위기의 국내 맥주업계

[경제이슈] 위기의 국내 맥주업계
입력 2018-05-14 17:52 | 수정 2018-05-1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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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네, 경제이슈입니다.

    요즘 국내 맥주 시장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달 초, 한 편의점에서 맥주 4캔을 5천 원에 내놓은 건데요.

    바로, 수입 맥주 이야기입니다.

    4캔에 만원 하다가 8천 원, 이젠 5천 원까지 떨어진 건데.

    이렇게 싸니까,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일명 '수입 맥주 전성시대'란 말까지 나옵니다.

    이에 대해 국내 맥주 회사들은 수입 맥주가 "싸도 너무 싸다"라면서 역차별을 말하고 있는데요.

    자칫, 국내 맥주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느껴질 정도입니다.

    오늘(14일) 경제이슈 시간에는 수입 맥주 가격에 담긴 비밀.

    그리고 국내 맥주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 자세히 파헤쳐 보겠습니다.

    먼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수입 맥주의 실태.

    어느 정도인지 먼저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요즘 마트 맥주 코너의 주인공은 단연 수입 맥주들입니다.

    잘 보이는 곳엔 세계 각국의 화려한 맥주들, 국산 맥주는 임시매대 한 켠으로 밀려났습니다.

    수입 맥주 가격은 큰 거 네 캔이나 작은 거 여섯 캔에 만 원씩, 국산 맥주들은 작년부터 판매량이 뒤처지기 시작했습니다.

    [김주한/대형마트 구매담당]
    "국산 맥주는 라거(저온 발효) 한 가지 스타일로 다 채워져 있는 반면, 기호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서 (외면받는 것 같다.)"

    ◀ 앵커 ▶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 맥주, 얼마나 되는지 한번 볼까요?

    지난 2007년만 해도 3천만 달러 수준이었는데, 작년엔 2억 6천만 달러까지 커져서 10년 새 9배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시장 점유율도 이제 10%를 훌쩍 넘었는데요.

    이처럼 맥주수입이 폭증한 이유, 역시 잘 팔려서겠죠.

    물론, 음식점에선 아직도 국산 맥주가 주로 팔리지만 편의점만 놓고 보면 이미 수입 맥주가 국산맥주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왜 수입 맥주에 열광하는가.

    못 보던 상품, 또 새로운 맛에 끌렸다고는 하지만, 역시 핵심은 싼 가격입니다.

    막상 편의점에 가보면 한 캔에 3천 원 하는 국산 대신에, 4캔에 5,000원까지 떨어진 수입 맥주에 손이 갈 수밖에 없는데요.

    그런데 여기서 떠오르는 의문점.

    "수입 맥주는 왜, 이렇게 싼 건가"

    일부 소비자들은 "국산 맥주 회사들, 대체 돈을 얼마나 많이 챙긴 거야" 하면서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 국내 맥주기업들 이렇게 반박하고 있습니다.

    "폭리가 아니었다. 바로 세금 때문이다."라고요.

    세금 때문에 국산맥주가 비싸다라는 건데 과연 사실일까요?

    먼저 국산 맥주 가격, 어떻게 정해지는지 한번 보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재료비에 판매관리비에 제조 이윤까지 모두 합친 '출고가격'이 1천 원이라고 하면요.

    술에 붙는 주세가 720원 그리고 교육세 216원이 붙어서 1,936원이 되고요.

    여기에 다시 부가가치세 10% 194원이 붙어서, 최종 소비자 가격은 2,130원이 됩니다.

    천원이 2,130원으로.

    이렇게 되니까 "술값의 절반이 세금이다." 이런 말이 실제로 맞아 떨어지는 겁니다.

    게다가 맥주회사 이윤이 확정된 상태에서 세금이 붙는 거니까, 값을 추가로 내리기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되는거죠.

    하지만, 수입 맥주는 완전 다르게 매겨집니다.

    업체가 신고한 수입원가에 관세만 붙인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건데요.

    국산맥주가 각종 마케팅 비용에 이윤까지 포함된 금액에다 세금을 매기는 것과 비교해봤을때, 수입 맥주 세금은 낮을 수밖에 없고요.

    수입업체가 자신들의 이윤 폭을 조절하면 가격 할인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또, 올 들어 미국과 유럽산 맥주의 관세가 없어졌죠.

    그렇다면 앞으로 수입맥주 가격, 더 내려갈 여력이 충분합니다.

    그런데요, 국산 맥주업체들.

    수입 맥주만 위협적인 존재가 아닙니다.

    요즘엔 국내 수제 맥주가 치고 올라오고 있는데 어느 정도인지, 잠깐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과일 향, 바닐라 향, 체코 필스너 스타일 등 10종류 맥주를 하루 딱 8천 병만 만드는 소규모 양조장.

    주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그동안 입소문에도 불구하고 직접 가서 마시거나 이태원, 강남 등 일부 술집에서만 유통되던 소규모 브루어리 맥주들의 판매 규제가 풀린 겁니다.

    여름, 맥주 시즌을 앞두고 이달부터 전국 4개 양조장의 27가지, 연말까지 백가지의 수제 맥주가 대형 마트에 진출합니다.

    이미 2년 만에 두 배(400억 원) 규모로 커진 수제 맥주 시장은 올여름 더 커질 걸로 보입니다.

    ◀ 앵커 ▶

    자 이렇게 되나까 위기감을 느낀 일부 국내 업체들.

    맥주 수입에도 뛰어들고 있는데요.

    일본 공장에서 도매가로 맥주를 수입해서 파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본 편의점에서 2,800원 하는 아사히 맥주 한 캔, 국내 편의점에선 이보다 더 싼 2,500원에 살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일까지 현재 벌어지고 있는데요.

    오비맥주는 다음 달 월드컵을 앞두고 3500원 하는 740mL 맥주 캔 한정판을 내놓았는데요.

    100mL당 가격으로 보면 현재 500mL 카스 캔보다 쌉니다.

    4년 전 오비맥주를 인수했던 글로벌회사가 미국공장에서 만든 카스를 국내로 역수입하면서 가능해진 일인데요.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국내 맥주산업의 기반과 일자리는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업계에서는 최소한 차별적인 세금만큼은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입장에선 연간 3조 원이 넘는 주세를 생각하면 법에 손대기도 쉽지 않습니다.

    괜히 걷히는 세금이 줄어들 수 있으니까 말이죠.

    현재 소비자들도 다양한 세계 맥주가 싼값에 들어와서 좋기만 한데요,

    국내 맥주회사들, 세금으로 차별받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일단 맛으로 소비자들을 한 번쯤 만족 시켜 주길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정철진의 경제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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