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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환의 이슈 읽기] 일자리 대물림 '현대판 음서제'

[전종환의 이슈 읽기] 일자리 대물림 '현대판 음서제'
입력 2018-05-16 17:36 | 수정 2018-05-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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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슈 읽기순서입니다.

    음서제.

    고려, 조선시대에 귀족이나 고위 관료 자제들에게 시험 없이 관직을 주던 제도죠.

    지배계층의 특권을 대물림하기 위해서였는데 5살 아이에게까지 벼슬을 준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이런 음서제, 그저 옛날 얘기일까?

    아닌 것 같습니다.

    채용 비리로 문제가 불거진 직장들.

    하나같이 연봉 두둑하고요.

    정년까지 보장되는 알짜배기 직장들입니다.

    앵커의 시선, 이 현대판 음서제.

    일자리 대물림 문제를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채용비리가 불거진 수서고속철도 운영사, SR 보도 함께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2018년 05월 15일 뉴스데스크 임상재]

    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인 SR의 2016년도 신입사원 서류전형 평가표입니다.

    외부위탁기관 평가에서 112등인 응시자가 내부평가를 거치더니 2등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다른 채용에서는 면접에도 오지 않은 응시자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합격했습니다.

    지난 2015년과 16년 9차례의 공채 시험에서 이런 식으로 채용된 직원은 24명.

    김복환 전 대표이사와 영업본부장, 인사팀장 등 임직원 13명이 불법개입하면서 최고 경쟁률 200대 1을 뚫고 김 전 사장의 처조카는 물론 심지어 한 임원의 단골식당 주인 자녀도 합격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현직 노조위원장인 이 모 씨는 11명의 채용을 도와주는 대가로 1억이 넘는 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모 씨/SR 노조위원장]
    "(노조) 후원금 형식으로 고참들이 100만 원, 200만 원씩 집어넣은 게…후원회 통장 비슷하게 안 만들어진 상태라 내 00통장이 있었어요."

    시험의 단계마다 특정인의 점수가 조작되면서 대신 100명 넘는 다른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고 중간에서 떨어졌습니다.

    ◀ 앵커 ▶

    취직하기 참 어렵습니다.

    전·현직 임직원은 물론이고, 노조위원장 연줄도 필요해 보입니다.

    노조위원장은 1억 원 넘게 뒷돈을 챙겼습니다.

    그마저 없으면, 단골식당 인연이라도 필요한 세상입니다.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로 SR 전 영업본부장과 전 인사팀장을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고요.

    관계자 11명도 불구속 수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런 일자리 대물림 채용비리 비단 SR만의 문제일까.

    아닐 겁니다.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한 설문 결과 보시겠습니다.

    '취업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 10명 중 4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절반은 '실제로 채용에 도움을 줬다'고 답했는데요.

    채용에 도움을 준 지원자가 최종 입사한 경우 얼마나 됐을까, 무려 96%입니다.

    사실상 전원 합격이나 다름이 없는거죠.

    이런 부조리,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권에서 더 빈번했습니다.

    관리감독을 해야 할 금감원장까지 채용 청탁 비리가 드러나면서 사퇴를 했죠.

    2013년 신한은행 입사시험, 정말 비상식적이었습니다.

    '전 금융지주 최고경영진 관련인', '전 고위 관료의 조카', '금감원 직원' 추천 꼬리표 있으면 무조건 합격이었습니다.

    나이, 학점, 서류기준에 미달 돼도 일사천리였습니다.

    신한카드, 2017년 입사 과정은 더 황당헀습니다.

    128명을 추리는 서류전형에서 663등이었던 지원자.

    면접에서 역시 "태도 이상, 발표력이 어수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최종에서는 합격했습니다.

    이 합격자, 금융지주사 임원의 자녀였습니다.

    신한생명은 임직원 자녀 합격시키려고, 만점이 8점인데, 10점을 주기도 했습니다.

    과도한 무리수였죠.

    이번에는 하나은행 보시겠습니다.

    '국회정무실'이라고 표기된 지원자, 실무면접 점수가 미달이었는데도 최종 합격됐습니다.

    '청와대 감사관 조카'라고 적힌 지원자는 임원면접 점수, 상향조정됐습니다.

    전 금감원장 추천 지원자 또한 1점 모자란 점수로도 서류에 통과했습니다.

    KB금융도 자유롭지 않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현 윤종규 KB 금융지주 회장의 처조카인데요.

    서류전형에선 840명 중 813등, 1차 면접에선 300명 중 273등이었는데요.

    상식적으로 붙기 힘들겠죠?

    하지만, 2차 면접에서 최고등급 받으며 120명 중 4등으로 최종 합격했습니다.

    이런 채용비리보다 한 술 떠는 게 바로 '일자리 대물림', '고용 세습'입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보겠습니다.

    직원의 자녀나 가족에게 특별·우선 채용을 보장하는 곳 네 곳 중 1곳이었습니다.

    대기업(32.7%)이 중소기업(20.4%)보다 이런 조항, 훨씬 많았습니다.

    대졸 청년이 긴 줄을 서는 대기업에 취업 뒷구멍이 뚫려있는 거죠.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로서는 속 터질 일입니다.

    그들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 영상 ▶

    [강예준/취업준비생]
    "대한민국 청년 실업이 매우 심각한 상태이고, 대부분 학생들이 지금 노량진이나 이런 고시촌에서 열심히 공무원 준비를 하는데, 조금 그런 것에는 형평성이 많이 어긋난다고…"

    [이성원/취업준비생]
    "공평하게 경쟁을 통해서 채용을 해야 하는데, 본인 사리사욕으로 국가기관이, 공기업이 그렇게 채용비리에 휘말린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고…"

    [김슬/취업준비생]
    "청년실업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고 포기하는 것도 많은데, 이런 소식을 뉴스에서나 사회에서 듣게 되면 되게 기운이 빠지는 게 없잖아 있어요."

    ◀ 앵커 ▶

    현대판 음서제로 불리는 각종 채용비리 구태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는 벽이자 좌절, 악습 그 자체입니다.

    갑이 또 다른 갑을 낳는 폐단,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이슈 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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