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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환의 이슈 읽기] 제주 교사 피살 사건, '과학수사'로 용의자 체포

[전종환의 이슈 읽기] 제주 교사 피살 사건, '과학수사'로 용의자 체포
입력 2018-05-17 17:34 | 수정 2018-05-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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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죠.

    영상으로 보시겠습니다.

    "마네킹인 줄 알았죠. 저는 그걸 생각도 못했으니까. 마네킹 아닌가 하고 보니까, 손톱이 있는 것 같아서, 일단 전화하자고 해서 112 신고를 했죠."

    2009년에 발생한 '제주 교사 피살 사건'의 목격자 증언이었습니다.

    이 사건, 피해자의 사망 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9년간 미궁에 빠졌고, 결국 장기 미제 사건이 됐습니다.

    그런데 어제, 유력한 용의자였던 택시기사가 체포됐습니다.

    먼저 용의자 체포 소식부터 함께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경찰은 경북 영주에서 숨어지내던 49살 박 모 씨를 살인 혐의로 체포했습니다.

    9년 전, 제주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던 박 씨는 손님으로 태운 20대 여성 보육교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혹시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

    2009년 2월, 보육교사 이 모 씨는 새벽 시간에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 실종됐습니다.

    일주일 뒤 이 씨는 애월읍의 한 농로 배수로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당시 경찰은 택시기사 박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봤지만 명확한 증거는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년 전 경찰은 장기 미제사건전담반을 꾸려 재수사에 돌입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외부와 연락을 끊고 은둔하던 박 씨를 피의자로 검거했습니다.

    ◀ 앵커 ▶

    보육교사 27살 이 모 씨.

    2009년 1월, 동창들과 술을 마시고 새벽에 헤어졌습니다.

    이후, 남자친구 집으로 갔고요.

    남자친구와 다툰 뒤 곧바로 집을 나와 콜택시를 불렀습니다.

    그리고 행방불명됐습니다.

    일주일 뒤, 교사 이 씨는 외딴 농촌 배수로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사인은 목 졸림, 성폭행 흔적은 없었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배수로, 외딴곳이어서 CCTV 하나 없었고요.

    실종 추정 위치, 휴대전화 신호 끊긴 지점, 가방 발견 지점, 시신 발견 위치, 다 이렇게 제각각이었습니다.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가 분명히 읽혔습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 당시 경찰이 제주 택시기사 5천 명 전원의 DNA를 채취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DNA는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단서는 다행히도 있었습니다.

    보육교사 옷에서 나온 다른 사람의 실오라기와 택시 이동 경로 주변의 CCTV가 그나마 남아 있었습니다.

    이 정황을 바탕으로 한 명의 용의자가 지목됐습니다.

    바로 어제 체포된 택시기사였는데, 그런데 경찰은 범인을 지목하고도 풀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부검결과 때문이었습니다.

    택시기사가 범인이라면 시신 발견 일주일 전쯤 피해자가 사망한 걸로 나와야 하는데, 부패 정도를 봤을 때 시신 발견 하루 혹은 이틀 전에 사망했을 거란 결과가 나온 겁니다.

    유력한 용의자인 택시 기사, 결국 풀려났습니다.

    9년 전 경찰수사와 엉터리 부검 결과 리포트로 함께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경찰은 실종 직후 살해된 걸로 판단해, 실종 당시 행적에 수사력을 모았습니다.

    시신의 위장에서 나온 음식물이 실종 직전에 먹은 걸로 추정됐기 때문입니다.

    [제주경찰서 관계자]
    "위 내용물이 그대로 있고, 알코올 농도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은 뭐냐면, 그(실종) 시점 이후로 소화기가 작동을 안 했다는 거죠. 음식물을 소화시킬 만큼, 8일 동안 소화기가 작동했다면 음식물은 소화돼야죠. 그대로 남아있잖아요."

    그러나 부검의의 소견은 달랐습니다.

    시신이 심하게 부패되지 않았고 체온도 어느 정도 유지된 점 등으로 볼 때 실종 이후 5일 정도는 살아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부검의]
    "시체가, 사람이 사망하게 되면 건조 현상이 나타난다든지, 어떤 시반의 형태가 달라진다든지 소견들이 있는데, 그런 소견들을 종합해 봤을 때, 일정 기간은 살아있다가 살해되고 발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 앵커 ▶

    9년째 미궁에 빠진 사건을 푼 계기, 바로 '과학 수사'였습니다.

    사망 장소인 배수구의 온도와 습도, 이런 조건들을 동일하게 해놓고 개와 돼지 사체로 부패실험을 해본 겁니다.

    사망 시점에 대한 판단, 그러니까 애초 부검결과와는 딴판으로 나왔습니다.

    당시 부검의, 부패 정도를 근거로 발견되기 하루 이틀 전으로 사망 시점을 잡았었는데 실제로 실험을 해봤더니 동물 사체가 거의 부패하지 않은 겁니다.

    한겨울, 그것도 싸늘했던 농가 배수로의 환경이 사실은, 냉동창고 역할을 해서 시신의 부패를 늦췄던 겁니다.

    그리고 이 과학수사의 힘으로 경찰은 잡고도 놓쳤던 택시기사를 다시 체포하게 된 겁니다.

    미제사건, 끈질기게 수사한 경찰, 마땅히 칭찬받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살인 사건 공소시효가 폐지된 만큼, 또 다른 미제사건들 역시 남김없이 밝혀내야 할 겁니다.

    전종환의 이슈 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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