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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환의 빅 이슈] 잇따른 '고객 갑질'…극한 직업 '감정노동자'

[전종환의 빅 이슈] 잇따른 '고객 갑질'…극한 직업 '감정노동자'
입력 2018-07-06 17:38 | 수정 2018-07-0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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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전종환의 빅 이슈입니다.

    손님은 왕이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명목 아래 꽤나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고 이제는 익숙해진 말입니다.

    그런데, 손님도 손님 나름, 왕도 왕 나름인 것 같습니다.

    용인의 한 백화점 화장품 코너에서 고객이 행패를 부리는 모습,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백화점 직원에게 화장품 병을 집어던지고, 욕설까지 하고, 전날 산 화장품을 바르고 두드러기가 생겼다면서 한 행패를 부린 건데, 이 갑질이란 게, 재벌 오너 일가만의 전유물은 아닌가 봅니다.

    감정노동자들을 향한 폭언과 폭행, 그리고 성희롱.

    먼저, 어제(5일) 일어난 낯부끄러운 백화점 손님의 행패부터 한번 보고 돌아오겠습니다.

    ◀ 영상 ▶

    [2018년 7월 6일 뉴스투데이 김미희]

    어제 오후 경기도 용인의 한 백화점.

    한 여성이 화장품 매장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더니 물건을 집어던집니다.

    [양 모 씨/화장품 매장 고객]
    "피부에 올라오는 것 봤어 안 봤어. 피부 봐봐. 너 이리로 와."

    42살 양 모 씨는 새로 산 화장품을 사용했다 피부에 문제가 생겼다며 행패를 부렸습니다.

    20분 동안 계속된 소란은 결국 고객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하면서 마무리됐습니다.

    [경찰 관계자]
    "현재 피의자는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입건되었으며 향후 CCTV 및 관계자 진술에 따라서 구체적으로 조사 예정입니다."

    백화점 측은 "피해 직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일단 병원에서 휴식을 취한 뒤 출근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 ▶

    네, 이쯤 되면 재벌가 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못지않습니다.

    화장품 바르고 두드러기 났다고 백화점 직원을 폭행한 건데, 유통기한 등의 문제라면 사과를 받고 또 환불을 받으면 되고, 화장품 자체의 문제라면 역시 사과를 받고 보상을 요청하면 될 일인데, 애꿎은 직원을 폭행하고 행패를 부렸습니다.

    지금 백화점 직원은 정신적 충격에 출근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상황 함께 보시죠.

    ◀ 영상 ▶

    "피부에 발라서, 피부에 올라오는 거 봤어, 안 봤어?"

    "피부 봐봐! 너 이리 와봐 같이 발라 볼래?"

    "너 이리와. 너 이리 오라고!"

    ◀ 앵커 ▶

    '감정 노동자'

    고객의 기분만 생각하고 내 감정은 억누를 수밖에 없는 노동자를 뜻합니다.

    국내 임금노동자 10명 중 4명이 이 '감정노동자'라고 하는데요.

    이들의 96%는 '고객에게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세 명 중 두 명은, 지난 1년간 고객에게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합니다.

    폭언이 39%로 가장 많았고, 심지어 성희롱까지 있었는데요.

    험난한 실태, 직접 확인해보시죠.

    ◀ 영상 ▶

    [2015년 10월 18일 뉴스데스크 전예지]

    인천의 한 백화점.

    젊은 여성이 의자에 앉은 채, 무릎을 꿇은 매장 직원 2명에게 화를 내고 있습니다.

    "니들 서비스에 대한 문제나 해결하라고. 이제 와서 왜 그런 말해? 왜 이러는데?"

    발단은 무상 수리 문제였습니다.

    지난 10일 여성 고객의 어머니가 매장을 찾아와 팔찌와 목걸이 무상수리를 요구하다 거절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구입한 지 너무 오래된 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업체 관계자]
    "구입 당시 무상기간은 2년, 지금은 1년이다. 그런데 그 제품은 구입한 지 5년도 넘은 오래된 제품이고 손상 정도가 심하다."

    그러나 고객의 항의가 이어지자 결국 본사에서 무상 수리를 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자 며칠 뒤 이번에는 딸이 매장을 찾아와 왜 처음부터 어머니에게 무상수리를 해주지 않았느냐며 항의를 하기 시작했고 1시간가량 소동이 계속되자 직원들이 고객의 화를 달래기 위해 무릎을 꿇은 겁니다.

    ==============================

    [2015년 1월 5일 뉴스데스크 홍신영]

    경기도 부천의 한 백화점.

    서른 살 딸과 함께 쇼핑을 하고 차에 오른 60대 여성이 20대 아르바이트 주차 요원에게 화를 냈습니다.

    시동을 걸고 딸을 기다리던 도중 주차 요원이 출구로 차를 빼달라고 요청한 뒤 불쾌한 행동을 했다는 것입니다.

    모녀는 이후, 주차 요원의 무릎을 꿇리고 폭언을 퍼부으며 밀치기도 했다는 게 백화점 측의 설명입니다.

    [백화점 관계자]
    "무릎 꿇으라고 해서 무릎 꿇으니까 다른 요원들이 보고, 왜 무릎을 꿇고 있냐고 일으켜 세우니까, '너는 빠져'라고 하면서 밀친 거예요."

    1시간 넘게 이어진 소란은 다른 주차 요원 3명도 무릎을 꿇고 백화점 측에서 사과를 한 뒤에야 끝이 났습니다.

    ◀ 앵커 ▶

    무릎을 꿇은 주차 요원, 감정노동의 실태 어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정노동의 강도가 가장 센 직업은 텔레마케터였고요, 호텔 직원, 네일아티스트, 중독치료사가 뒤를 이었습니다.

    텔레마터케의 85%는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적나라한 욕설과 성희롱, 도를 넘습니다.

    함께 들어보시죠.

    ◀ 영상 ▶

    [2018년 5월 20일 뉴스데스크 최유찬]

    서울 120 다산콜센터로 걸려온 전화입니다.

    "세계에 있는 관광지 인구 밀도 좀 되는 대로 불러 줄래요?"

    서울시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질문입니다.

    "죄송합니다만 저희는 따로 가지고 있는 정보가 없습니다."

    갑자기 욕설과 함께 성적 모욕감을 주는 발언이 쏟아집니다.

    "야이 XXXX 장난해? XXXX 다 XX버려 XXXX"

    다산콜센터가 특별 관리하는 이런 악성 민원인은 현재 825명입니다.

    [이오선/다산콜센터 상담사]
    "앞도 하얘지고 그때마다 또 새로운 떨림이 오죠. 무섭고 두렵고. 이걸 어떻게 잘 마무리해서 끊을 것인가…"

    ==============================

    [2014년 5월28일 뉴스데스크 남형석]

    한 이동통신사 상담센터에 걸려온 전화입니다.

    다짜고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나옵니다.

    [상담 고객]
    "전화 연결 하나 해달라니까 지금 뭐 하는 거야?"
    (고객님, 저희 쪽에선 이 번호로 연결이 어렵습니다.)
    "지금 너 뭐 하는 짓이야 이 XX야. XX 같은 소리만 하고 있네."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고 내뱉는 이 남성.

    (더 이상 하실 말씀 없으십니까?)
    "쪽쪽 소리 내봐. 미치겠다."

    지난 1년 동안 1만여 차례나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욕설과 성희롱 발언을 늘어놨습니다.

    휴일도 없이 하루 평균 서른 번 가까이 여성 상담원을 괴롭히는 전화를 건 것입니다.

    [00이동통신사 상담원]
    "일주일에 많게는 10번 정도… 스트레스로 장염이라든지, 위경련이라든지."

    ◀ 앵커 ▶

    감정 노동자 네 명 중 한 명은 우울증 증세를 겪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산업재해로 인정된 정신질환도 10년 새, 5배 넘게 증가를 했습니다.

    기업들의 고객 최우선 방침에 더해 고객들의 갑질 의식도 큰 문제입니다.

    그래서요, 감정노동자가 폭언을 들으면 업무를 바로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산업안전보건법이 마련됐습니다.

    자체적으로 감정노동 수당도 만들고 안식 휴가,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도 이제 꽤 있습니다.

    그래도, 무엇보다 갑질을 당연하게 여기는 고객들의 잘못된 생각부터 바꾸는 게 시급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빅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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