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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위에 법사위? 민생입법 발목 잡는 '옥상옥'

국회 위에 법사위? 민생입법 발목 잡는 '옥상옥'
입력 2018-01-05 20:38 | 수정 2018-01-0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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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국회에서 모든 법안은 소관 상임위 말고도 법제 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요.

    이 법사위는 상임위 위의 상임위다, 왕 상임위다라는 말을 듣고 있다고 합니다.

    많은 법안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박종욱 기자가 들여다봤습니다.

    ◀ 리포트 ▶

    깊은 밤 갑작스런 화재로 679개 점포가 불에 탄 대구 서문시장.

    [이재호/피해상인]
    "황급히 와 보니까 화재가 너무 심하게 나서 도저히 저희가 손 쓸 방법이 없어서…."

    그런데 전통시장은 화재보험을 가입하기가 어려워 사실상 손실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합니다.

    [곽순조/피해 상인]
    "시장은 보험 가입이 안 되겠다고. 그래서 중도 해지를 당한 거예요."

    이런 현실을 감안해 민간보험보다 저렴하고, 보장금액도 많은 화재공제사업이 1년 전 시작됐는데, 아직 가입률은 3.6%.

    적립액도 5억여 원에 불과해 이 역시 안전장치로는 미흡한 게 사실입니다.

    [이미혜/피해 상인]
    "한 번 재해가 되면 대형이잖아요. 이게 한 점포만 끝나는 게 아니잖아요. 경보기가 한 번씩 오작동이 날 때가 있어요. 그럼 심장 내려앉거든요."

    이런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손실준비금과 보조금 일부를 지원한다는 법안이 산자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왔지만, 4개월 넘게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또 폭우나 폭설에도 배달을 계속 해야 하는 집배원들은 늘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지난해 업무 중에 5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김동철/전국우정노조 정책기획실장]
    "빗길에도 미끄러움에 노출돼 있는 것이고, 산간 오지나 도서 벽지 가보면 비포장도로가 많지 않습니까? 그런 곳에 위험이 많이 노출되죠."

    그래서 최악의 기상상태에선 우편배달 업무를 잠시나마 멈출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이 역시 법사위에 두 달째 계류 중입니다.

    ◀ 기자 ▶

    법안이 실제 공포되기까지는 보시는 것처럼 소관 상임위와 법사위, 그리고 본회의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법사위는 본래 법무부와 헌법재판소가 소관 기관이지만, 다른 상임위에서 넘어오는 법안들의 체계와 자구 심사도 맡고 있기 때문에 가장 막강한 상임위로 꼽힙니다.

    법사위의 이런 권한은 2대 국회 때인 지난 1951년, 법안들의 중복을 막고 문안 수정을 전문적으로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법안 940여 건 가운데 다른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만도 206건인데, 여야의 이견이 거의 없는 민생법안들인데도 몇 달째 계류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법사위가 법안심사라는 권한을 악용해 결과적으로 민생을 가로막는 상임위로 변질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그래서 나옵니다.

    ◀ 리포트 ▶

    지난 12월 법사위 전체회의.

    교육부총리 이하 장관과 고위 관료들이 총출동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외무공무원 채용방식을 개정하는 법안 때문에 출석했는데, 법사위원들은 정작 법안에 대한 질문은 하는 둥 마는 둥 약 1분 만에 끝내고, 한중정상회담과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방문에 대한 추궁에만 한 시간 넘게 할애했습니다.

    [윤상직/자유한국당 의원]
    "(UAE 전문을) 왜 안 읽어 봅니까? 무슨 소리 합니까?"

    [강경화/외교부 장관]
    "제가 전문을 다 읽어 볼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윤상직/자유한국당 의원]
    "오늘 법사위에서 현안질의 있다는 것 모르시고 계세요? 어떻게 급하면 그놈의 법 하나 그게 더 급합니까?"

    [김진태/자유한국당 의원]
    "아주 정말 뿌리 깊은 사대정신, 굴종 외교, 당장 이런 것 집어치우기 바랍니다. 답변도 필요 없어요."

    다른 법안 역시 전문적 심사는 뒷전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여당에선 법사위 운영을 제대로 하자고 요구하지만

    [박범계/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법사위가 과연 정상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안 질의하는 것도 그래요. 법사 위원들이 외교 관계에 관해서, 통일 관계에 관해서 알면 또 얼마나 알겠습니까?"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민주당 역시 야당 시절, 마찬가지 아니였냐고 반박합니다.

    [권성동/법제사법위원장·자유한국당]
    "(현안 질의는) 지금까지 법사위의 오랜 전통입니다. 그리고 민주당이 야당인 시절에도 대정부, 대여 공세를 정말 활발하게 했던 것으로…."

    법사위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권한조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한상희/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법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실 탈법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죠. (체계, 자구 심사는) 국회 법제실에 맡기고 법사위는 순수하게 소관업무만 담당하는 그런 방식으로 처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고,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지난 2015년, 비슷한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여야가 뒤바뀐 상황에서 법사위를 정상화하자는 여론에 국회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MBC뉴스 박종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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