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엄기영

'고딩' 아닌 '공딩'…노량진으로 몰리는 10대

'고딩' 아닌 '공딩'…노량진으로 몰리는 10대
입력 2018-01-06 20:16 | 수정 2018-01-06 20:29
재생목록
    ◀ 앵커 ▶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취업 준비생 10명 중 4명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연령대도 점점 낮아져서 10대 고등학생 때부터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이른바 공딩족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학원까지 다녀가며 대학 입시 대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이유가 뭘까요?

    엄기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특성화 고등학교.

    고 3을 앞둔 학생들이 별도의 준비반을 만들어 수능 대신 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황도윤/고 2]
    "대학졸업하고 나서도 취업하기 힘든 상황이고,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있다고 하는데, 제가 첫 번째 기회를 지금 만나게 된 거 같아서 참고 노력하려고요."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많은 25명의 9급 공무원 합격자가 나온 또 다른 특성화 고등학교.

    이 학교 공무원시험 준비반에 들어가려면 선발 시험을 통과해야 할 정도로 인깁니다.

    안정적인 직장부터 확보하고, 대학은 나중에라도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김정민/고3·서울시 9급 공무원 합격]
    "어차피 대학 가서 4년 공부해서 공무원 될 바에 빠르게 공무원 돼서 열심히 일하다가 취업 후에도 대학 갈 수 있는 전형 같은 게 많으니까…."

    정부는 2012년부터 국가 지역인재 9급 시험으로 고졸 공무원을 별도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특성화고 전형으로 고졸 공무원 채용 수를 추가로 늘리면서 공무원이 되려는 고교생이 늘고 있는 겁니다.

    일반인들이 함께 응시하는 9급 공무원 시험은 10대 합격자 수가 여전히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지만 10대 응시자는 2015년 2천1백여 명에서 지난해 3천2백여 명으로 계속 불어나는 추세입니다.

    전국의 공시 생들이 몰려있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도 공무원에 도전하는 고등학생들 이른바 '공딩족'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경찰공무원의 경우 중고생의 직업선호도에서 매년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10대들의 관심이 큽니다.

    응시연령도 낮아지고 있습니다.

    [김원욱/경찰공무원학원 강사]
    "올해 1월에도 17살 고교 1학년이 학원등록을 했습니다. 학생이 오히려 부모님을 설득해서 많이 오고 있는 추세예요."

    19살 임하연 씨의 경우 아예 학교를 자퇴하고 고시원과 전문학원에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졸 이상 쟁쟁한 공시생들과 경쟁하기 위해서입니다.

    [임하연/경찰공무원 준비생]
    "고시원에서 일어나서 학원 왔다가 독서실로 바로 간 다음에 하루 13시간 기본으로 공부하고 있고요. 완전히 몰입을 해야 저도 장수생이 안되니까…."

    공무원에 도전하는 10대의 등장을 실용 위주로 사회가 변해가는 긍정적인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정제영/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
    "무조건 대학을 진학해야 된다는 생각이 우리나라에 굉장히 높았는데, 적성이나 소질에 맞도록 직업을 찾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보입니다."

    다만 장기화된 구직난 탓에 다양한 꿈을 꿔야 할 나이에 너무 일찍 안정성 위주로 진로를 결정해버리는 것 아니냐는 걱정 섞인 시선도 없진 않습니다.

    MBC뉴스 엄기영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