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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미투' 운동에 폭발적 반응…우리는?

해외에선 '미투' 운동에 폭발적 반응…우리는?
입력 2018-01-08 20:27 | 수정 2018-01-0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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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난해 헐리우드를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일어난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 '미투' 캠페인.

    "나도 당했다"라는 뜻의 '미투'를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올리는 캠페인이었죠?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응이 있었는데 국내에서도 '미투' 운동이 벌어졌었는데요.

    현실은 어떨까요?

    김현경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유명 배우들이 모두 검정 옷을 입고 레드카펫 위에 섰습니다.

    수상 소감에서 여성들의 저항을 얘기합니다.

    [오프라 윈프리]
    "너무 오랫동안 여성들은 남성들의 힘에 대한 진실을 말할 용기를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끝났습니다."

    메릴 스트립, 리즈 위더스푼 등 영화, TV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 3백여 명이 우리 돈 138억 원을 모금해 만든 단체 '타임즈업'의 첫 공식활동입니다.

    직장 내 성폭력과 불평등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단체인데, 지난 한 해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미투' 운동이 '폭로' 위주였다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는 조직적 운동으로 진화한 겁니다.

    한국의 피해자들도 최근 성범죄를 고발하는 운동을 활발하게 펼쳐왔는데 국내에선 왜 사회운동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유명 배우들이 줄지어 나섰던 미국 사례와 달리 대부분 어린 학생, 신입 사원 같은 사회적 약자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중소기업에 입사했다 직장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신입사원 김 모 씨.

    가해자는 경징계에 그쳤지만 피해자였던 김 씨는 해고됐습니다.

    [김 모 씨/직장 성폭력 피해자]
    "꿈에서 막 나오거든요. 회사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나면서 왜 나는 평범하게 살지 못할까. 자살 충동도 많이 들고…."

    호소할 곳은 인터넷뿐이었습니다.

    [김 모 씨/직장 성폭력 피해자]
    "성범죄가 권력의 문제라고 하잖아요. 아무런 힘이 없는 말단 직원으로서는 어떻게 구제를 받을 방법이 없어요. 막바지에 몰려서 진짜 최후의 수단으로…."

    문화 예술계에서 만연했던 성폭력 문제도 온라인 고발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수십 명의 여성들이 용기를 내 피해를 고발했지만, 그 중 상당수는 무고·명예훼손 등으로 역고소를 당했습니다.

    관련 내용에 댓글을 달거나 퍼 나른 주변인들까지 고소·고발의 대상이 됐습니다.

    한 문인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이 모 씨 역시 가해자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재판 도중 고소를 당했습니다.

    [이 모 씨/성범죄 피해자]
    "판결이 나기 전까지 잠을 잘 못 잤어요. (가해자가) 무죄가 나면 어떡하지 이 생각 때문에. 피해 보상금액도 있어야 되는데 돈이 없잖아요. 저는 학생이니까…."

    가해자들이 이렇게 '반격'을 할 수 있는 건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비뚤어진 시선 때문입니다.

    [이 모 씨/성범죄 피해자]
    "그럴 만하니까 그랬겠지라는 인식이 너무 많아서 주위에서 하도 그러니까 제가 오히려 반대로 뭐지? 내가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상황인가?"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았다면 그게 곧 성범죄의 빌미를 준 것 아니냐는 이른바 '꽃뱀론'.

    이런 편견이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사회적 연대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는 겁니다.

    [김보화/한국성폭력상담소 책임연구원]
    "성폭력에 대한 통념, 꽃뱀 신화 이런 게 너무 강하게 자리 잡혀 있어서 아예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꽃뱀으로 의심되고 (이러다 보니) 큰 힘으로 모여지기 어려운 방식으로 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응원과 참여도 아쉬웠습니다.

    [박 모 씨/성범죄 피해자]
    "단단한 뒷배경이 돼주고자 하는 어른들이 많이 부족했어요. (가해자가 처벌받는) 성과도 실제로 있었고 한데 원로 분들 그런 분들이 많이 침묵하셨고…."

    우리나라의 여성 인권, 그리고 법과 제도는 고비고비마다 용기있는 피해자들의 폭로로 한 단계씩 발전해 왔습니다.

    우리 안에서 외치는 '미투'의 목소리가 아직은 미약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용기있는 외침은 성범죄가 모두가 함께 대응 해야 할 문제라는 연대의식을 더 크고 단단하게 만들 거란 기대를 갖게 합니다.

    MBC뉴스 김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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