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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절되지 않는 '직장 갑질' 행동으로 맞선다

근절되지 않는 '직장 갑질' 행동으로 맞선다
입력 2018-01-11 20:28 | 수정 2018-01-1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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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서 부리는 횡포, '갑질'이라고 하죠.

    이 갑질 중에서도 가장 일상적이고 많은 사람들이 노출된 경우가 직장 내 갑질 일 겁니다.

    갑질에 시달리는 실태와 거기에 맞서는 사람들의 사례를 보신 뒤에 취재한 기자와 더 깊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박선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한 대형학원 고위간부와 지점 원장 20여 명이 모여있는 단체대화방.

    오후 4시쯤 대표원장으로 불리는 고위간부 임 모 씨가 마케팅에 필요한 인원모집 실적에 미달한 지점원장들에게 7시까지 벌금 50만 원을 내라고 지시합니다.

    7시 8분이 되자, 아직 10명이 벌금을 내지 않았다며 호통치듯 다그칩니다.

    30분 안에 안내면 벌금을 두 배로 올리겠다고 덧붙입니다.

    [김 모 씨/00학원 지점원장(가명)]
    "까라면 까라는 스타일이었고 그게 좀 반문을 하거나 좀 힘들 것 같다고 얘기를 하면 뭐 멘탈이 약하네…"

    출근했다는 보고가 늦어도 10만 원 벌금을 내야 합니다.

    지점 원장 김 모 씨가 2년 동안 낸 벌금이 모두 1천600만 원이나 됩니다.

    [김 모 씨/00학원 지점원장(가명)]
    "50만 원에서 70만 원 정도 거의 매달 (벌금을) 내다보니까 말은 원장이지만 저금을 못했고 1년 지나고 나서 마이너스 통장을 6백만 원짜리 만들기도 했어요."

    학원 오너인 사장이 회식자리에서 지점 원장들에게 얼차려를 시켜 모욕을 준 것도 여러 차례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모 씨/00학원 지점원장(가명)]
    "다 머리를 박게 해요. 전체 원장들을. 너네가 일을 똑바로 하냐 뭐하냐 하면서 다 머리 박아…다 웃통 벗고 춤춰. 이러면 춤추고…사실 회식이라기보단 집합이죠."

    결국 김 씨는 최근 학원을 그만뒀습니다.

    본사를 찾아가봤습니다.

    사장은 "벌금 납부는 대표원장이 관리하는 계열사에서 한 일이라 자신은 알지 못하며 퇴사하고 자기 학원을 차린 김 씨가 본사를 비방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회식자리에서 얼차려를 시켰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학원 그룹 사장]
    "그런 일 없습니다. 요즘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뭐 그런 일을 하겠습니까?"

    김 씨가 자신의 사연을 맨 처음 털어놓은 곳은 온라인 익명 채팅방과 이메일로 직장 갑질 상담을 받는 한 시민단체였습니다.

    불과 두 달 전에 만들어졌는데 그동안 무려 4천5백여 건의 피해사례가 쏟아졌습니다.

    유명 고속버스 회사의 운전기사 채용 시험에 응시한 한 모 씨.

    그런데 3주간 합숙 평가를 받으면서 교관으로부터 심한 폭행과 욕설을 당했다고 합니다.

    [한 모 씨]
    "(운전을) 원하는 방식대로 하지 않으면 지원자들을 (허벅지를) 무릎으로 찍었습니다. XXXXXX야, 이 XX야 너는 불안해서 운전 못 시키겠다."

    입사를 위해 꾹 참고 버텼지만 결과는 탈락.

    한 씨는 회사와 정식 근로계약을 맺은 신분이 아니어서 법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다가 '직장갑질 119'라는 시민단체를 찾았습니다.

    전문가 도움까지 받은 수 있었습니다.

    [한 모 씨]
    "가슴에 가지고 있던 응어리가 풀어지는 기분이 들고요…"

    간호사들에게 매년 장기자랑에서 선정적인 춤을 강요해 논란이 됐던 한림성심병원 사례처럼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직장 갑질.

    노조가 없는 직장에 다니거나 비정규직인 노동자들은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고, 개별적으로 문제제기를 해봐야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속 앓이만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실제로 직장에서 존엄성이 침해되는 상황을 경험한 직장인은 10명 중 7명이나 되지만 그 중 60%는 특별한 대처를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홍성수/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심각한 상황이라고 인지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 문제를 도대체 어디에다 신고를 하면 되는지 적절하게 처리될 것인지에 대한 신뢰가 없다 보니까 아무래도 신고를 꺼리게 되는…"

    이런 상황에서 익명성이 보장되는 소통의 공간이 생기자 갈 곳 없던 하소연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는 겁니다.

    [박점규/직장갑질 119 운영위원]
    "내가 그런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몰랐어. 그랬는데 이 방에 와서 내 고민과 아픔을 꺼내 놓다 보니까 아 이게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었던 거였구나…"

    직장 갑질 119의 온라인 대화창에는 하루에도 6,70건씩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고 동시 대화참여자도 9백 명에 이릅니다.

    ◀ 앵커 ▶

    취재기자와 몇 가지 더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선하 기자, 정말 놀라운 내용인데 취재를 해놓고 아까 리포트에 포함시키지 않은 사례들 더 없습니까?

    그게 다는 아닐 것 같은데.

    ◀ 기자 ▶

    네. 사장 측근인 간부가 원장들에게 보낸 메시지 보실까요.

    사장 생일이라며 "억지로 하라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원장 50만 원, 부원장 30만 원, 부장 20만 원 같이 직급별로 액수를 정해서 축하금을 보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건 지난해 추석 때 보낸 건데요.

    "사장 집에 백 개 가까운 선물이 오게 돼 어머님이 혼자 처리하시기 매우 힘드니 상품권으로 보내라"고 지시합니다.

    제보자의 경우 회사에서 명절에 상여금으로 30만 원 정도를 받았는데 이 금액을 다시 사장에게 상품권으로 돌려보냈다고 합니다.

    ◀ 앵커 ▶

    기가 막힌 내용들인데, 이런 게 온라인 제보로 아까 내용을 보니까 두 달 사이에 한 4천 건 넘었다는 거 아닌가요?

    그걸 대략적인 유형을 나눠서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 기자 ▶

    직장갑질 119에서 한 달 동안 접수된 내용들을 유형별로 정리했는데요.

    일단 임금을 떼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요.

    상사나 동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경우가 2위였습니다.

    직원들을 친지 결혼식이나 가족 김장 날에 불러 일을 시키는 경우 등의 기타 갑질도 15%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 앵커 ▶

    잠깐만요.

    방금 기타라고 했는데 그 부분, 더 궁금한데 사연들 좀 소개할 수 없습니까?

    ◀ 기자 ▶

    한 골프장에선 겨울이면 캐디들에게 골프장에 쌓인 눈을 치우게 시키기도 했고요.

    사무실 안에 화장실이 있는데도 냄새가 난다며 건물 지하 화장실로 가라고 하고, 이 경우 문자로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문자로 보고하게 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또 사무실에서 먹을 물을 직원에게 약수터에 가서 떠오라고 한다거나, 사장이 직원에게 별장에 가서 개와 닭에게 사료를 주라고 시킨 경우도 있었습니다.

    보육 교사에게 20킬로 이상 살을 빼지 않으면 내년에 반 배정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던 어린이집 원장도 있었습니다.

    ◀ 앵커 ▶

    기타 사례도 굉장히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 많은데 마지막으로 묻죠.

    이런 직장 갑질, 이것을 제도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없습니까?

    ◀ 기자 ▶

    현재는 어디까지 갑질로 볼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피해를 당해도 법적 대응을 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일단 갑질에 대한 개념이 명확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노동자의 인격권과 존엄성, 정신건강을 해칠 정도로 반복적인 괴롭힘'이 되면 이건 불법이다, 이런 내용이 노동법에 아예 박혀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직장 갑질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개별적인 입법이 필요한 거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앵커 ▶

    그런 사례들도 참고를 해봐야겠군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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