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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고통"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 피해자들

"끝나지 않는 고통" 남영동 대공분실 고문 피해자들
입력 2018-01-14 20:11 | 수정 2018-01-1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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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31년 전 오늘, 그러니까 1987년 1월 14일 고 박종철 열사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끝에 숨졌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 민주열사 묘역에서 오늘 추모식이 열렸는데요.

    박 열사의 유족과 당시 고문치사 사건을 폭로한 관련자, 박 열사의 고등학교, 대학교 후배 등 2백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저희는 박종철 열사 31주기를 맞아, 군사정부 시절 역시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았던 피해자들을 어렵게 취재했습니다.

    그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요.

    박진주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사람이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좁게 만들어진 고문실 창문.

    수없이 물고문이 이뤄졌던 욕조.

    이를 바라보는 이선근 씨 얼굴 위로 다시 두려움이 떠오릅니다.

    [이선근/학림사건 고문 피해자]
    "(고문대에) 올라가자마자 가죽끈으로 묶더라고…전기(고문)에 고춧가루물에 왔다갔다 해서 기절도 2~3번 했지…"

    1981년, 27살 대학생이었던 이들은 이른바 '학림사건' 피해자로 당시 이곳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와 고문을 받았습니다.

    6년 뒤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숨진 바로 그 장소입니다.

    [유동우/학림사건 고문 피해자]
    "바닥, 벽, 천장, 사면 팔방이 다 핏빛이에요. 거기서 두들겨 맞고 짓밟히고 맞고 욕조에서 물 먹이고…"

    이들이 대공분실을 다시 찾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그때의 공포를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30년 만에 재심을 통해 누명은 벗었지만 삶이 만신창이가 된 뒤였습니다.

    [이선근/학림사건 고문 피해자]
    "한창 활동할 나이에 수술 세 번 하느라고…결혼을 86년도에 했는데 3년 만에 간암 와서 가정생활도 엉망진창 되고…"

    평범한 어부였던 박춘환 씨는 70대 노인이 된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립니다.

    20대 초반 받은 고문에 엉덩이뼈가 부러져 제대로 걸을 수조차 없습니다.

    [박춘환/납북어부 간첩사건 고문 피해자]
    "먹고 살기 위해서 고기 잡다가 이북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고 이북에 그냥 납치당해서 끌려간 건데…"

    경찰서에서 수없이 이어진 고문은 생니까지 뽑혀 나올 만큼 처절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박춘환/납북어부 간첩사건 고문 피해자]
    "하도 두드려 맞아서 이도 그때 다 나가고 귀도 지금도 안 들리고 거꾸로 세워놓고 고춧가루물 주전자로 붓거나…"

    지난해 재심에서 드디어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그의 인생 가운데 50년을 간첩으로 비난받은 다음의 일입니다.

    방양균 씨는 30년 세월을 정신병원 치료 중입니다.

    1989년 국회의원 방북에 연루됐다며 모진 고문을 받았고 그의 정상적인 생활은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이후 트라우마와 분노조절 장애 수면장애 등으로 직업을 잃고 이혼에다 병원과 약에 의존해 겨우 버텨왔습니다.

    [방양균/의원 방북사건 고문 피해자]
    "죽음 직전까지 포기 상태로 몰아가면서 자기네들이 원하는 그런 답변을 만들어내거든요. 개인 세면대가 있습니다. 방안에…거기에서 두 번이나 물고문을 당했던 것이죠."

    고문 피해자 4명 중 1명은 자살을 시도했고 우울증 발병률은 76.5 %에 달합니다.

    [오수성/광주 트라우마 센터장]
    "경제적인 어려움도 보상을 받아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에 대해 치유되고 해소되어야지만 그분들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가해자의 반성과 피해자의 치유가 제대로 이뤄져 왔는지 박종철 열사의 기일인 오늘, 우리 사회에 다시 질문하게 됩니다.

    MBC뉴스 박진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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