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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 밀어내는 '보행자 우선도로'…사고 위험 ↑

보행자 밀어내는 '보행자 우선도로'…사고 위험 ↑
입력 2018-01-14 20:17 | 수정 2018-01-1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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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따로 없는 이런 이면도로.

    우리나라 전체 도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차가 같이 쓰는 도로이다보니 사고 위험이 높습니다.

    그래서 서울에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예산을 들여서 이런 이면도로를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하고 있는데요.

    제대로 운영이 되고 있을까요.

    윤정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아스팔트 대신 색색깔의 보도블록이 깔린 도로를 사람들이 자유롭게 걷습니다.

    운전자는 시속 30km 이하로 서행해야 하는 길, '보행자 우선도로'입니다.

    지난 2013년부터 서울 시내 이면도로에 만들어지기 시작해 지금까지 예순한 곳에 설치됐습니다.

    그 중 한 곳을 둘러봤습니다.

    예산 2억 1천만 원을 들였는데, 중앙 차선에 인도까지, 일반 찻길과 똑같이 만들었습니다.

    오히려 걷기가 더 불편해졌습니다.

    [인근 가게 주인]
    "인도를 만들어놨는데 불편하니까 차도로 사람들이 내려온다고. 인도, 차도를 만들어 놓으니까 (차들이) 더 달려요."

    보도블록을 띄엄띄엄 설치한 탓에 일반 이면도로와 구분이 안 가는 곳도 있습니다.

    [김우림]
    "여기 차가 많이 다녀서 가운데로 오다 보면 차가 비켜 달라고 '빵빵'하고 이러거든요. (여기 보행자 우선도로인 것은 모르셨어요?) 네 몰랐어요. 차가 워낙 많으니까."

    길 가장자리에만 보도블록을 설치한 이곳은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된 뒤, 거꾸로 차량 속도가 36%나 빨라졌습니다.

    보행자를 길가로 밀어내 운전하기 더 편해진 '차량 우선도로'가 된 겁니다.

    인도 위에는 주차공간까지 그대로 남았습니다.

    [오성훈/건축도시공간연구소 도시연구본부장]
    "주차구획을 넣지 않는 것이 제일 바람직합니다. 왜냐하면 차가 서 있게 되면 보행자의 흐름이 가리게 되고, 또 주택이나 집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동차의 시야에도 가리기 때문에…"

    이렇게 엉터리로 만들어진 데는 보행보다는 운전하기 편한 게 더 좋다는 주민들의 인식도 한몫했습니다.

    [백운석/서울시 보행정책과장]
    "사실 보행권에 대한 논의가 아직 역사가 긴 게 아니고, 시민들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이제까지도 아직 차량 중심적으로 교통정책이 되어 있습니다."

    재작년 교통사고 절반 이상이 폭 9m 미만의 이면도로에서 발생했고, 역시 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도 이곳에서 발생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보행자 우선도로의 활성화를 위해 보행자의 통행 우선권을 보장하는 관련 법 개정을 준비 중입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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