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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 왜 피해자만 부각?…언론의 사건 작명 괜찮나

[새로고침] 왜 피해자만 부각?…언론의 사건 작명 괜찮나
입력 2018-02-01 20:29 | 수정 2018-02-0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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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틀린 팩트는 바르게, 궁금한 건 자세하게 설명하는 뉴스 새로고침입니다.

    언론에서는 이번 서지현 검사의 폭로 이후, 사건 이름을 '여검사 성추행' 사건이라고들 표현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보죠.

    표현만 놓고 보면 여검사 성추행 사건은 좀 이상한 이름입니다.

    가해자는 사라지고 수년간 괴로워했던 피해자를 부각하는 건데요.

    언론의 이런 사건 작명은 괜찮은 것인가, 새로고침에서 따져보겠습니다.

    박영회 기자, 언론이 폭력 사건을 다룰 때, 예전에도 피해자를 부각시켰던가요?

    ◀ 기자 ▶

    과거 사건 사례부터 먼저 한번 보시겠습니다.

    나영이 사건, 그리고 조두순 사건.

    다 기억하실 겁니다.

    사실 같은 사건입니다.

    나영이는 피해자, 조두순은 가해자였죠?

    처음에는 피해 아동의 가명인 '나영이'가 기사 제목에 사건 제목처럼 쓰였습니다.

    그런데 언론들이 하나둘씩 제목을 바꿨습니다.

    이건 반 인류적 범죄니까 피해자는 숨기고 가해자를 공개하자, 이렇게 한 거죠.

    ◀ 앵커 ▶

    그렇다면, 이번에도 피해자 대신 가해자를 부각시켜야 했을 텐데 언론 보도들이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네요.

    ◀ 기자 ▶

    네, 어제 기사 제목 몇 개를 뽑아 보여드리겠습니다.

    보시면 '여검사 성추행' 진상조사단, 작은따옴표를 쳤습니다.

    어디선가 인용을 해왔다는 건데요.

    정작 조사단의 정식 명칭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그러니까 여검사라는 말 없습니다.

    굳이 출처도 모를 '여검사'를 갖다 넣은 거죠.

    ◀ 앵커 ▶

    남검사라는 말도 안 쓰는데 굳이 여검사라고 한 것도 사실 문제죠?

    그런데 가해자를 넣어서 쓴 보도들은 없던가요?

    ◀ 기자 ▶

    있습니다.

    검찰 간부 성추행, 가해자를 드러낸 표현이죠.

    검찰 내 성추행, 이건 사건의 배경인 검찰을 넣은 거고요.

    방송 메인 뉴스, 또 신문의 지면들에는 이 간부나 검찰 내, 이런 표현들이 쓰입니다.

    하지만 낮 시간대 속보 또 인터넷에는 여검사 성추행, 피해자를 드러낸 표현이 역시 많았습니다.

    저희 MBC도 그런 면이 좀 있었습니다.

    ◀ 앵커 ▶

    저희도 이 방송 이후로는 그런 표현이 없도록 조심을 단단히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좀 고질적인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 피해자가 여성일 경우에는 말이죠.

    더더욱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뽑고 이런 것 같아요.

    ◀ 기자 ▶

    맞습니다.

    '트렁크녀'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여성을 납치, 살해해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닌 사건이었는데, 혹시 앵커께서 범인 이름 기억하십니까?

    ◀ 앵커 ▶

    아니요, 모르죠.

    ◀ 기자 ▶

    범인 이름은 저도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자극적인 이런 신조어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여혐 논란을 일으켰던 '강남역 살인사건'.

    역시 피해 여성만 부각시켰던 '노래방 살인녀', 이런 기사 제목이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 엊그제 가해자들이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대폭 늘었는데요.

    여전히 기사 제목에는 여교사, 이렇게 피해자 신원만 드러냅니다.

    ◀ 앵커 ▶

    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듣고 보니까요.

    더 또 조심을 해야겠고 피해자의 초점을 맞춘 이름이 더 문제가 되는 건, 사실 가해자가 저지른 범죄의 심각성, 구조적인 문제점, 이런 건 좀 제쳐 두고 피해자의 어떤 억울하고 불행한 사연.

    이렇게 좀 의미가 그쪽으로 축소된다는 느낌이 있거든요.

    ◀ 기자 ▶

    맞습니다.

    실제로 사건의 이름만으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흐려질 수 있다, 이런 연구가 많습니다.

    학술적으로 실제 입증한 흥미로운 연구를 하나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다 기억하실 겁니다.

    대부분 언론이 태안, 이런 지명을 썼습니다.

    그런데 보통은 '씨프린스호 사고' 이렇게 배 이름을 써야 하는데 이때만 유독 태안이라고 썼다는 거죠.

    그래서 '삼성-허베이스피릿호' 사고.

    이렇게 사고 이름에 배 이름을 넣어서 쓴 기사를 학생들에게 보여줬습니다.

    그랬더니 아, 법적, 도덕적 책임이 저 배와 회사에 있구나, 이렇게 더 분명하게 인식한다.

    이런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 앵커 ▶

    흥미로운 연구 결과군요?

    그것이 또 실제로 입증이 됐다는 의미가 있고요.

    잘 들었습니다.

    서지현 검사가 어제 냈던 입장문을 보면요.

    '제가 어떤 일을 당했는지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제가 왜 목소리를 낼 수 없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바꿔갈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습니다.

    이 말에는, 언론이 어디에 관심을 가져야 할지, 언론의 이름짓기도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뉴스 새로고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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