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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법' 4일부터 본격 시행…현장은 혼선

'존엄사법' 4일부터 본격 시행…현장은 혼선
입력 2018-02-02 20:27 | 수정 2018-02-0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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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인공호흡기 등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존엄사법'이 일요일부터 시행됩니다.

    시행을 앞둔 현장의 상황을 양효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병상에 앉아 노란 꽃을 화분에 옮겨 심습니다.

    2004년 위암 선고를 시작으로 직장암, 식도암과 싸우고 있는 김충부 씨.

    (이쁜 꽃 누구에게 주고 싶으세요?)
    "우리 손자 주고 싶어."

    14년간 암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해 항암치료를 중단했습니다.

    병세는 나날이 나빠지는데 치료가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입니다.

    [김충부/73세]
    "그때는 뭐 말할 게 없죠. 그런데 (여기 오니까) 환자들이 순간순간에 괴로운 것을 잊어버리는 거죠."

    죽음의 문턱에 섰을 때 환자 스스로 인공호흡기나 항암치료, 혈액 투석, 심폐소생술 등을 중단하거나 아예 시작하지 않을 수 있는 '연명의료 결정법'.

    두 명의 의사가 '임종기'라 판단하면, 본인의 의사를 묻고 연명치료를 거둡니다.

    지난 석 달의 시범사업 기간 동안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환자는 107명.

    이 중 47명이 숨을 거뒀습니다.

    1997년 서울 보라매 병원에서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뗀 의사와 가족이 살인죄 등으로 기소된 지 20년, 2009년 세브란스 병원의 이른바 '김 할머니' 판결 이후 8년 만에 합법적 존엄사의 길이 열린 겁니다.

    훗날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힌 의향서도 1만여 건이나 접수됐습니다.

    [최성진/72세]
    "산소호흡기를 껴서 1년이나 2년을 산다고 하는 것보다 내가 단 한 달이라도 즐겁게, 내가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이러다가…천상 한 번 가는 거니까."

    이런 기대에 따라 연명의료 결정법, 즉 '존엄사법'이 곧 시행되는데요.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는 평가받을 만한 첫 법률이지만 아직 의료 현장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병원에선 환자에게 연명치료를 할지 말지를 대부분 가족들에게 대신 물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5년간 서울대병원에서 임종한 환자 6백 50여 명 중, 환자 본인이 연명치료에 대한 의사를 밝힌 경우는 전체의 0.6%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담당 의사가 환자 본인에게 직접 '가망이 없다'는 상태를 알려야 하게 된 겁니다.

    [김대균 교수/인천 성모병원 완화의료센터장]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 의사를 확인하기 전에 보호자들이 우리 아버지나 어머니와 이런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고 가로막아 서면 할 수가 없죠."

    본인의사를 확인 못 할 경우 가족 중 두 명 이상이 환자의 평소 의지를 말해줘야 하고, 그마저 불가능한 상황이면 가족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필요한 서류만도 최대 43종, 그런데 이런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최대 징역 3년의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의사 입장에선 차라리 연명치료를 하는 게 쉬운 선택일 수도 있는 상황.

    이 때문에 의료계에선 본래 법 취지와는 달리 연명치료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수년 간의 진통 끝에 시행되는 '연명의료 결정법'.

    [최영숙/대한 웰다잉협회 회장]
    "죽음의 질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정말 외롭지 않게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두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수명을 마무리 하는 것이 (사람들의 바람입니다.)"

    '존엄한 죽음'을 위한 첫 걸음인 만큼 제도 정착을 위한 더 많은 토론과 합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양효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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