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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도 안 하고, 아찔한 기내 소독…청소노동자 응급실行

환기도 안 하고, 아찔한 기내 소독…청소노동자 응급실行
입력 2018-02-02 20:29 | 수정 2018-02-0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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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 여객기를 청소하던 노동자들이 일제히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응급실에 실려 갔다고 합니다.

    무슨 일일까요?

    청소원들의 안전이 뒷전인 내막을 배주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해 7월,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청소하는 노동자 6명은 평소처럼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건 뿌연 연기였습니다.

    [허 모 씨/비행기 청소 노동자]
    "들어가니까 안에 딱 보니까 뿌옇더라고요. 아 그래서 이거 (소독)약 쳤다(고 알았죠) 왜냐하면 저는 한 번 겪어봤던 거라서…."

    5분 뒤 6명은 모두 호흡 곤란, 피부 발진 등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갔습니다.

    [허 모 씨/비행기 청소 노동자]
    "머리 아프고, 어지럽고, 계속 구역질은 나는데 토하지는 못하고…."

    병원에서 지목한 원인은, 청소에 앞서 실시한 기화소독.

    벌레를 막기 위해 소독 약을 기체로 만들어 소독하는데, 여기에 '델타메트린'이라는 화학 물질이 들어 있다는 겁니다.

    독성은 심하지 않지만 높은 농도로 들이마시면 질식할 수도 있어 소독 작업자들은 보호 장비를 착용합니다.

    [이윤근/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
    "비행기는 밀폐된 공간이고요. 창문이 열리는 게 아니죠. 그래서 환기가 대단히 중요합니다."

    항공사가 내려보낸 지침도 6주에 한 번씩 기화소독 할 때마다 1시간 이상 환기하라고 명시돼있습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다릅니다.

    [이 모 씨/비행기 청소 노동자]
    "정비사님이 문을 열어주신 거예요. 그러니까 저희는 그냥 (청소)해도 되나 보다 그러고 들어간 거죠. 들어갔는데 그게 바로 기화소독 한 거예요. 환기도 안 시킨 상태에서 들어간 거죠."

    소독업체는 항공사 하청업체, 청소를 담당하는 업체도 항공사 자회사의 하청업체입니다.

    때문에 각 업체는 맡은 일에만 충실할 뿐 소독 정보 등은 공유되지 않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이 환기는 물론 소독 여부조차 모르고 기화 소독한 비행기에 들어가는 이유입니다.

    [김 모 씨/비행기 청소 노동자]
    "데스크에서 (기화소독 여부를) 딱 정해서 얘기해주지 않았어요. 스케줄표 봐서 빨리빨리 나가는 비행기면 올라가서 청소를 하거든요."

    항공사 측은 앞으로 환기가 충분히 될 때까지 청소원 출입을 통제하겠으며, 승객들 탑승 때까지 환기가 불충분했던 경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염병이나 해충을 막기 위해 기화소독은 모든 항공사가 실시하고 있습니다.

    관리와 정보공유가 시급해 보입니다.

    MBC뉴스 배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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