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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 새는 복막 투석액…환자에겐 "그냥 써라"

줄줄 새는 복막 투석액…환자에겐 "그냥 써라"
입력 2018-02-21 18:49 | 수정 2018-02-2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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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말기 신부전증 환자들은 혈액 투석이나 복막 투석을 해야 생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대형 제약 회사가 만든 복막 투석용 의료 기구에 심각한 불량이 드러났는데도 회사 측은 임시조치만 취했습니다.

    공윤선 기자가 보도합니다.

    ◀ 리포트 ▶

    말기신부전증 환자로 지난해 5월부터 복막 투석을 시작한 경순 씨.

    약액백에서 빠져나온 복막 투석액이 몸 안으로 들어가 몸속 노폐물을 녹여낸 뒤 다시 빠져나와 배액백에 담기는 과정을 매일, 평균 하루 네 차례 반복해야 합니다.

    그런데 배액백 쪽 튜브를 막고 있는 '의료용 집게'인 켈리가 눈에 띕니다.

    몸 안으로 모두 들어가야 할 투석액이 잠금장치 불량으로 자꾸 배액백 쪽으로 새자 임시로 켈리를 사용해 튜브를 막아놓은 겁니다.

    해당 투석액 세트는 보령 제약이 만든 '페리 퓨어'로, 1일 사용분 가격이 6만 원이 넘는 고가의 전문의약품입니다.

    문제는 약이 새는 것만이 아닙니다.

    지난 6개월간 약액백과 배액백이 터지는 경우도 수십 차례 발생했습니다.

    새 박스를 열자 이미 약액백이 터져있는 제품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세균 감염 우려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

    [남기석(가명)/말기신부전증 환자 가족]
    "(복막 투석액 제품에) 틈이 있으면 미생물이 그 틈을 이용해서 오염시키고 감염을 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죠. 당연히…"

    제약사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보령제약 관계자]
    "회장님도 이 사안에 대해서 정확하게 아시고 계시고 굉장히 엄중하게 생각하시고 계십니다. (불량률이) 되게 많은 편입니다. 저희들이 평상시에 냈던 제품에 비해서는…"

    실제로 회사 측은 '눌러보고 새는 투석액은 절대로 쓰지 말라'는 당부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해당 회사는 제품 결함을 공지하고 불량 제품을 전량 회수하라는 환자의 요구를 묵살했습니다.

    투석액이 터졌다고 신고하면 교환해주고 투석액이 새는 문제는 일단 '켈리'로 막고 그냥 사용하라면서 제품 결함을 감추기에만 급급했습니다.

    [보령 제약 관계자]
    "사실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를 하면 저희 회사에 환자분이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없습니다. 식약처에 자진신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식약처는 보령제약이 "자진 신고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제약사는 오히려 식약처에 "품질에 문제가 없는데도 환자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환자에게 한 말과 보건당국에 한 말이 전혀 딴판인 겁니다.

    제약사에 따르면 해당 제품을 사용하는 국내환자 수는 450여 명, 전체 복막 투석 환자의 7% 정도입니다.

    식약처는 해당 복막 투석액의 생산 공장을 조사하는 등 정식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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