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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에만 관심 결과는 '용두사미'…외면하는 사회

폭로에만 관심 결과는 '용두사미'…외면하는 사회
입력 2018-02-27 20:27 | 수정 2018-02-27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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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MBC는 성폭력 사건 이후 가해자와 피해자의 삶을 추적해 연속 보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늘고 있는 용기있는 폭로에 우리 사회가 반짝 관심으로만 반응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과거 폭로됐던 성추행 사건들이 지금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해 보겠습니다.

    배주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의 한 교회에서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전병욱 목사.

    등록 신도만 1,5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왕성한 목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병욱/목사]
    "여러분이 승리할 수 있는 하나님의 신실한 영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는 8년 전 충격적인 성추행의 주인공입니다.

    신도 십여 명의 잇따른 피해 증언으로 당시 몸담고 있던 교회 담임목사를 사임했지만 그가 교단에서 받은 징계는 고작 설교 중지 두 달입니다.

    솜방망이 처벌에 반발한 재심 요구도 교단은 기각했습니다.

    [교단 소속 동료 목사 (2016년 교단 총회)]
    "사람은 잘못할 수 있습니다. 그걸 자꾸 파내서, 거룩하신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우리의 모습이 더 나쁘지 않습니까?"

    그 사이 전 목사는 지금 담임목사를 맡고 있는 교회를 새로 열었습니다.

    사임한 지 2년도 안 된 시점이었습니다.

    지난해 9월엔 성추행 사실이 인정된다는 법원의 최종 판단까지 나왔지만 전 목사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교단은 어떤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애희/교회개혁실천연대 국장]
    "(교단 지도부) 개인적인 판단에 의존하는 경우들이 많고, (성추행 목사가) 명시적으로 자동으로 면직된다는 조항이 있지 않아요."

    2년 전, 레슨하던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던 이 모 교수.

    학교 측은 지난해 이 교수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습니다.

    해당 대학을 찾아가봤습니다.

    졸업식에 참여해 제자들을 축하하고, 연구실도 있는 등 이 교수는 2년 전 모습 그대로입니다.

    한 학기 정직이 끝나자 학교 측이 다시 수업을 맡긴 겁니다.

    알고 보니 성추행이 아니라 논란으로 학교 명예를 훼손했다는 게 징계 사유였습니다.

    [대학 관계자]
    "(성추행은) 재판 과정 중으로 알고 있고요. 결과가 나오면 결과에 따라서 규정에 따라 조치를 학교에서는 할 예정이거든요."

    하지만 재판 결과는 기약이 없습니다.

    경찰이 이미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넘겼지만 검찰이 담당 검사 변경 등을 이유로 1년 넘게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 모 씨 교수]
    "1월 말에 제가 검찰에서 연락받았습니다. '2월 5일에 인사이동이 있게 됩니다. 새 검사가 오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고 알려줬습니다.)"

    결국 지난 2년 동안 성추행으로는 어떤 처분도 없었습니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폭로.

    하지만 그 폭로에 응답할 자세를 우리 사회는 갖추고 있는가, 미투 운동은 질문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배주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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