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메뉴로 이동
Home > 다시보기 > 뉴스데스크

올림픽 개막식 장식한 레인보우 합창단의 '두 얼굴'

이덕영 기사입력 2018-03-02 20:31 최종수정 2018-05-09 18:41
평창올림픽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 레인보우 합창단
◀ 앵커 ▶

평창올림픽 개회식에서 애국가를 불렀던 어린이들의 모습, 혹시 기억하십니까?

국내 최초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이었는데요.

그 모습이 올림픽의 시작을 감동으로 만들어줬었습니다.

그런데 이 합창단이 아이들 부모에게 이유도 말하지 않고 수십만 원의 참가비를 걷고 심지어 조직위에서 무료로 준 패딩을 올림픽 끝나자마자 가져갔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지 이덕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감동의 순간을 선사한 이들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로 이뤄진 레인보우 합창단.

그런데, 이 아이들 부모들은 공연 한 달전 합창단으로부터 이해하기 힘든 얘기를 들었습니다.

공연 참가비로 한명당 30만원씩 내라는 요구였습니다.

[학부모 A]
"(무슨 명목으로 내라고 하던가요?) 그걸 전혀 설명을 안 해주셨어요. 그냥 지원금. 올림픽 참가 지원금."

국가적 행사에 왜 참가비가 필요한지 묻는 학부모에겐, 내기 싫으면 합창단에서 나가라는 통보가 돌아왔습니다.

돈을 안 낸 몇몇 아이들은 공연에서 배제됐고, 이 아이들에게 평창 올림픽은 상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학부모 A]
"(아이가) 엄마 왜 나는 못 가, 울먹이면서… 친한 친구 그동안 친했던 친구, 언니들, 동생들 가는데 나는 왜 못 가…"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확인해봤습니다.

리허설 기간까지 포함해 합창단 공연에 들어간 모든 비용은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부담했습니다.

[개회식 행사 대행사]
"출연료도 지급을 했고 숙식이라든지 패딩 이런 것들은 다 조직위에서 (지급했습니다.)"

결국 조직위한테는 공연비로 아이들한테는 참가비로, 양쪽에서 돈을 받은 겁니다.

공연에 나간 아이들도 황당함을 겪고 있습니다.

기념으로 받은 올림픽 패딩을 합창단이 전부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후배들에게 물려줘야한다면서 패딩을 회수한 뒤, 정 갖고 싶다면 30만원에 사가라고 요구했습니다.

[학부모 B]
"IOC에서 그걸 다 아이들한테 무상으로 제공되는 소품인데 그걸 돈 받고 파는 거예요. 다시."

이런 수상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년 전,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세계 평화의 날' 기념 공연.

합창단은 공연비용에 쓰겠다며 대기업 등으로부터 약 2억원을 후원받아

경비 일체, 1억 2천만원을 부담하고도 많은 돈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아이들 일인당 130만원, 모두 3천여만 원의 참가비를 따로 받았습니다.

[전직 직원 A]
"후원금을 낸 사람들은 학생들이 돈을 안 내고 자기네 후원금으로 간 걸로 알고 있죠."

역시 이중으로 돈을 받은 것인데 돈을 못 내 무대에 못 선 아이들에겐 심각한 트라우마가 남았습니다.

[학부모 B]
"돈이 없어서 못 가는 애들이 꼭 한 두명씩 생겨요. 아이들이 생김새 때문에 학교에서도 차별을 받는데 센터에 와서는 가장 자존심 상하는 돈으로 차별을 받는 거예요."

레인보우 합창단은 2009년 설립됐습니다.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다문화센터의 한 활동이었다가 지금은 센터의 유일한 활동일 만큼, 다문화 아이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준다는 취지에 개인과 기업들로부터 매년 수억원의 후원금이 모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출 내역은 의아합니다.

2015년의 경우, 직원들 월급과 4대보험료 같은 인건비와 건물 임대 관리비 등으로 후원금의 60% 넘게 나갔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한 방송사에 2천만원을 지급하며 다큐 제작을 의뢰하는 등 홍보에도 거액이 들어갔습니다.

[전직 직원 B]
"합창단 아이들로 가는 게 아니라 센터 운영비로 가는 거죠. 기부금 영수증 처리해서 직원들 월급, 대표 월급, 대표 판공비…"

반면, 아이들을 위한 장학 사업이나 적응 교육 등에는 전혀 지출이 없고

[전직 직원 B]
"실제 다문화 전문가라고 볼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심지어 공연 때마다 아이들은 전철과 버스를 타고, 그것도 자기 돈을 내고 이동해야 했습니다.

[학부모 C]
"합창단의 방식이 원래 지하철 타고 공연 다녔는데요. 우리한테 자꾸 교통카드 준비하라고 했어요."

국내 공연 한 번에 합창단은 삼백만원에서 오백만원까지 받습니다.

지난 한 해에만 이런 공연을 모두 30회 했고 하루에 두세 차례씩 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학부모 C]
"하루에 두 번, 세 번도 공연하는 날이 있었어요. 코피도 나는 애들이 있었어요."

[학부모 B]
"어떤 아이들은 '우리를 그냥 앵벌이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

회계처리는 불투명합니다.

행사비용을 아예 0원으로 기재한 경우도 있고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와 국세청에 제출한 자료에서 수입이 3억 원이나 차이나는 경우도 발견됩니다.

[박두준/한국 가이드스타(비영리법인 평가 단체)]
"전국다문화합창대회 행사비로 해서 한 2억5천 정도 쓴 게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이쪽에 보면 또 안 나타나 있고요."

여러 문제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부금 지원 대상에선 이미 제외됐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다문화센터 측은 올림픽 개회식과 별도로 자체 행사를 진행하느라 참가비를 받았고, 후원금은 센터 운영비로만 사용해 문제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성회/한국다문화센터 대표]
"기업 후원이나 다른 기관 후원들은 다 경비로 처리를 했고요. 어떤 때는 후원이 풍족하게 들어오지만 어떤 때는 후원이 안 들어오고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 앵커 ▶

네.

이 일을 취재한 이덕연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개회식 때 참 감동적이었는데 합창단의 이런 이면이 있었군요.

부모들이 돈을 따로 받는 게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아이들을 합창단에 계속 보낸 이유가 뭘까요?

◀ 기자 ▶

부모들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합창단 활동 자체는 좋아하는데다 또 아이들의 교우관계가 넓어지는 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한 부모는, 합창단 운영에 대해 항의하면 불만 있으면 나가라고 면박을 당하곤 했다고 말했는데요.

항의도 못하고 탈퇴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 된 거죠…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는 점을 볼모 삼아, 아이들을 앞세워, 또 아이들을 상대로 일종의 영업행위를 계속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앵커 ▶

결국, '우리 아이가 좋아하니까 계속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얘기가 되겠군요.

그러면 앞으로 이런 일들이 없어야 할 텐데,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요?

◀ 기자 ▶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정기부금 단체마다 관리 감독 기관이 있습니다.

한국다문화센터는 방송통신위원회인데요.

방통위가 기부금을 아이들을 위해 쓰는지, 아이들에게 돈을 받는 일이 합당한지, 철저히 개입하고 감독할 필요가 있습니다.

외부 감사를 받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는데요.

연 수입이 백억 미만인 단체는 외부 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현행법도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

그렇군요.

이덕영 기자였습니다.

[반론보도] 레인보우 합창단 관련

본 방송은 지난 3월 2일자 MBC 뉴스데스크에 <올림픽 개막식 장식한 레인보우 합창단의 '두 얼굴'> 등의 제목으로 평창올림픽 개막식 공연을 한 레인보우 합창단이 사실상 다문화센터의 앵벌이처럼 이용됐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레인보우 합창단 중 17명은 "다문화센터의 후원금 등을 위해 앵벌이처럼 이용되었다는 보도는 사실이 전혀 아니며, 올림픽 공연 참가비로 30만 원씩 납부한 것은 학부모들의 동의에 따른 것"이라고 밝혀와 이를 알려드립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오늘의 m pick

공감지수가 높은 기사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