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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외선을 자외선으로" 한마디에 국제학술지 공동저자?

"적외선을 자외선으로" 한마디에 국제학술지 공동저자?
입력 2018-03-21 20:33 | 수정 2018-03-2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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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저명한 국제학술지 논문에 아버지와 아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시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아들에게도 그럴만한 연구 업적이 있었다는 게 교수인 아버지 설명인데요,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습니다.

    남재현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국제학술지 '케미컬 피직스 레터'에 실린 논문입니다.

    산화아연에 자외선 파장을 쏘면 기존과 다른 나노분자가 합성된단 내용으로 주목받았습니다.

    그런데 5명의 저자 가운데 두 번째는 바로 옆 카이스트 김 모 교수의 아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습니다.

    아들을, 그것도 고교생을 논문 공저자로 등록한 건 어떤 이유였을까.

    [김 모 교수/카이스트]
    "제가 1년 반 동안 가르쳤던 것을 토대로 우리 애가 (적외선->자외선으로) 파장을 바꾸면 어떠냐. 아이디어를 제공했기 때문에 이름을 넣겠다고 해서…"

    자외선을 쏴 보자는 한 마디, 그 공로를 다른 연구진도 인정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넉 달 가까이 걸린 논문 프로젝트 과정에 김 군이 참여한 기간은 극히 짧았습니다.

    [박 모 씨 교수 /공저자]
    "초기 실험에 한 이틀 정도 했어요. 그 뒤에 분석하는 이런 것을 대학원생들이나 교수들이 하는 거고…"

    [김 모 교수/김 군 아버지]
    (실험 참여한 게 이틀 정도밖에 안 된다고 들었는데?)
    "그렇죠. 고등학생이었으니까 시간이 없죠."

    비록 잠깐 참여했다 해도 연구에는 상당한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

    연구노트를 요청했습니다.

    [송 모 씨 교수/공저자]
    "저희가 1월에 이사오면서 폐기됐다고 하더라고요. 신경 쓸 게 워낙 많아서 그런 부분은 제가 제대로 체크를 못한 것 같습니다."

    국가예산을 지원받은 연구는 30년간 노트를 보관하라는 규정도 안 지켜졌습니다.

    [이인재/연구윤리정보센터장]
    "국제적인 관행과 관련해 보게 되면 이틀 안에 저자로서 역할을 다 끝냈다고 보기에는 상당히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관련 분야 연구원들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박사학위 연구원]
    "(논문에)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 걸리는 사람도 봤어요. 미성년 고등학생이 단순히 몇 번 실험에 참여하고, 연구자 입장에서 허탈할 수밖에…"

    김 교수는 아들의 대학 입시에 논문을 활용한 적은 없다고 말합니다.

    김 군은 국내 유명 대학 이공계 학과를 나와 현재 아버지가 있는 카이스트의 다른 분야 연구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카이스트는 해당 논문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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