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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문을 닫는다는 건…한국 GM 노동자들의 좌절

공장문을 닫는다는 건…한국 GM 노동자들의 좌절
입력 2018-03-25 20:25 | 수정 2018-03-2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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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공장 폐쇄가 결정된 한국 GM의 희망퇴직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오늘 전해졌습니다.

    이달 초 50대 희망퇴직자에 이어 벌써 두 번째입니다.

    공장문을 닫는다는 것, 갑자기 일터를 잃는다는 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이동경, 양효걸 두 기자가 이어서 보도해드립니다.

    ◀ 리포트 ▶

    강경렬 씨는 요즘 집에만 있습니다.

    22년을 일해온 군산공장이 문을 닫는다는 발표 이후, 갈 곳도 할 일도 사라졌습니다.

    [강경렬/GM 군산공장 의장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심정이더라고요. 그리고 요즘 맨날 소주하고 눈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좀 그래서 직원들끼리도 서로 안 만납니다."

    5월 말까지 행여 공장 재가동이라는 기적이 일어날지 몰라 회사가 제안한 희망퇴직을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기적의 크기는 하루하루 줄고 있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되는가를 누구도 모르고 있거든요. 단지 공장만 폐쇄되는 건지, 길바닥에 나앉는 건지, 공장에는 들어갈 수 있는 건지."

    김 모 씨는 네 살배기 아이를 키우기엔 기적만 바라볼 수 없어 희망퇴직이란 현실을 택했습니다.

    그런데 새 일자리 찾기가 힘듭니다.

    [김 모 씨/37세, 희망퇴직 신청자]
    "희망퇴직을 하고 군산에 없으려고 그랬어요. 군산에 일자리 자체가 아예 없잖아요. 앞으로 뭘 하면서 살까…처하고 자식 생각밖에 없죠."

    5월 말은 정리를 위한 최종시한일 뿐 공장은 이미 황량합니다.

    맨 앞에 가던 GM이 멈추자 군산 내 협력업체 130여 곳도 뒤따라 멈췄습니다.

    앞유리를 가공해 납품하던 이 업체는 직원 30명을 모두 내보냈습니다.

    [김동진 대표/GM 협력업체]
    "조금이라도 실마리를 찾고 싶으니까 그거 때문에 5월까지는 무조건 (공장을) 열어 놓아야 해요. 혹시라도 모르니까."

    공장이 멈춘 도시, 상권은 초토화됐습니다.

    상가 곳곳에 임대 딱지가 붙었고 이를 거래해줄 부동산도 문을 닫았습니다.

    노동자들이 빠져나간 원룸 촌은 공실률이 90%입니다.

    [전의남/원룸 건물주]
    "5억 원 들여서 (건물을) 지었어요. 현대중공업 나가고 GM이 나간 뒤로 그게 약 3억 대에 거래가 되고 있죠."

    2만 4천여 가구가 살던 미국 오하이오 주의 작은 도시 제인스 빌.

    이 지역 경제를 100년 가까이 떠받치던 부품공장을 GM은 지난 10년 전 전격 폐쇄했습니다.

    일자리 9천 개가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실업률은 13%까지 치솟았고 자살률도 2배로 뛰며 제인스 빌은 유령도시가 됐습니다.

    9년을 노력한 끝에 실업률은 4%대로 낮아졌지만 임금은 반 토막 났습니다.

    공장 하나가 문을 닫는 게 어떤 재앙을 가져오는지, 우리에겐 쌍용차의 기억이 있습니다.

    양효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쌍용차는 9년 전, 경영난을 이유로 전체 인력의 약 40%를 정리 해고했습니다.

    77일간의 옥쇄 파업에도 결국 회사 밖으로 쫓겨나 하나 둘 흩어진 사이 해고자와 그 가족 중 29명이 자살 또는 병사했습니다.

    [이 모 씨/2009년, 쌍용차 조합원 ]
    "고인이 된 애 엄마한테도 미안하지만 아이들한테도 못 할 짓을 한 것 같아서"

    2015년, 새 주인이 된 인도 마힌드라 그룹은 2년 안에 해고자를 전원 복직시켜주겠다고 했지만 3년이 다 돼가는 지금복 직 희망자 1백67명 중 37명만 돌아갔습니다.

    여기에 경찰이 2009년 파업을 이유로 쌍용 노조에 청구한 손해배상금은 17억 원으로 불었습니다.

    저항 말고는 길이 없는 지금.

    [김득중/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
    "노동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이 구조 자체가 문제입니다. 희망퇴직이 어디 있어요. 그건 강제 퇴직이고 절망의 퇴직이지…"

    시간이 지난다 해서 해고 노동자의 상처가 아무는 건 아닙니다.

    9년 전 파업에 참여한 해고자의 절반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는데요.

    전쟁에 참여하거나 포로로 잡혔던 군인 집단보다 높은 수칩니다.

    우울증을 겪는 비율도 한국 성인 평균의 50배가 넘습니다.

    쌍용차 해고자에게 물었더니 75%가 단순히 실직을 넘어 해고 때문에 삶이 망가졌다고 답했고, 가장 힘든 건 해고자라는 낙인이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주위의 시선이 편치 않고 그 낙인 때문에 재취업도 어려웠습니다.

    [이승윤 교수/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자녀 분들이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서조차 '아버지가 노조 활동하시니?' '실직을 경험하셨구나?'(라고 묻습니다.) 자녀들까지도 그것을 경험했다는 것은 이분들이 상당한 낙인을 가지고 있다는…"

    실제 해고자의 70%는 6년이 지난 지금도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습니다.

    사회 안전망도 유명무실해 실직자 생활지원과 재취업에 쏟는 나랏돈은 OECD 평균의 8분의 1, 최하위권입니다.

    공장이 문을 담으면 결국 노동자가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MBC뉴스 양효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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