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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 '될 학생'만 밀어준다…나머지는 들러리?

학생부종합전형, '될 학생'만 밀어준다…나머지는 들러리?
입력 2018-03-29 20:36 | 수정 2018-03-2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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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MBC는 대입 전형의 중심인 학생부종합전형을 둘러싼 논란을 짚어보고 있습니다.

    오늘(29일)은 학종이 도입된 이후 학교 현장에 나타나고 있는 부작용들을 따져보겠습니다.

    일부 상위권 학생들에게 학교생활기록부를 유리하게 작성해주는 이른바 '스펙 몰아주기'가 대표적인데요.

    급기야 교육부도 오늘 학생부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어떤 문제점들이 현장에서 제기되는지, 정준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수도권의 한 일반고등학교.

    내신 전교 20등 안의 학생들을 위한 사실상의 '특별반'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반에선 교내 경시대회와 내신의 일부인 수행평가 점수 잘 주기 같은 특혜가 주어집니다.

    이른바 '학생부 몰아주기'.

    그런데 이런 학교가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고교 교사 A]
    "(상위권 학생) 그들한테 다 몰아주는 겁니다. SKY대 가려고 하는 애들이 그런 행사 가서 온갖 대내외 상 독점하고 내신 독점하고…"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의 수상 경력 기록을 위해 1년에 무려 100개가 넘는 교내 대회를 여는 곳도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고교 교사 A]
    "저희 학교만 해도 1년에 하는 교내 행사가 50가지가 넘어요. 많은 학교는 100가지가 넘는데…"

    [대학생 A]
    "(교내 경시) 대회가 있는데도 일부 학생들에게만 언질을 줘서 갑작스럽게 (대회를) 실시를 해서 그들이 상을 탈 수 있게끔 도와준다거나…"

    명문대 진학 실적을 높이기 위해 학교가 직접 나서 '될만한 학생'만 지원한 겁니다.

    [대학생 B]
    "수행평가를 보는데 학교의 케어를 받는 학생이 어느 날 (시험에서) 1개를 틀린 거예요. 1개 틀리면 3점 감점 이랬는데 평가 기준이 1개까지 만점이라고 바뀐 경우가 있었어요. OO대 의대 갔어요."

    '점수에 따른 줄세우기'를 막겠다는 학종의 기본 취지가 무색해지고, 중·하위권 학생들은 '들러리'로 전락해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낍니다.

    [재수생]
    "(학교생활기록부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 워낙 길게 써주고 좋게 써주는 경우가 많죠. (하위권 학생들하고) 진짜 많게는 (페이지 수가) 열 몇 장도 차이가 나거든요. 너무하지 않나…"

    [대학생 C]
    "(수능 모의고사를) 망치고 나서 선생님들 대우가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잘하는 학생들은 면접교육도 같이 해주고 순위권에 못 들거나 이렇게 된 상황이라면 안 해주는."

    MBC 취재팀이 학종의 전신, 입학사정관제가 실시된 2007년부터 올해까지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많이 배출한 상위 30개 고등학교를 분석했습니다.

    자사고와 특목고, 예술고를 제외한 일반고등학교는 2007년만 해도 28곳이었지만, 학생부종합전형 입학 첫해인 2015년부터는 두세 곳으로 급감했습니다.

    학종 시행 이후, 올해까지 순위권에 든 일반고를 따져보면 단 6곳.

    그나마 한 곳을 빼고는 모두 전국 단위 모집이 가능한 자율학교이거나, 강남 소재 명문고였습니다.

    [임성호/종로학원 대표]
    "학교 (수준) 차이가 많기 때문에 학교 내신뿐만 아니라 좋은 지역이냐 또 좋은 고등학교냐 이런 요소들도 상당부분이 반영되지 않느냐 이런 의심은 들 수밖에 없죠."

    실제로 전직 입학사정관들은 대학에서 사실상 '고교 등급제'를 적용해 학생부를 평가한다고 털어놨습니다.

    [전직 입학사정관 A]
    "(고교 등급제가) 분명히 작용하고 있는 거죠. 매년 보면 (특정 고교가) 그 인원수에서 플러스마이너스로 합격하니까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어요."

    [전직 입학사정관 B]
    ("일반고보다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이 유리하다고 생각하세요?")
    "네, 그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종류에 따라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불공평한 게임이 아닌가…"

    또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에 따라 입시 결과는 극명하게 달라집니다.

    [고교생 학부모]
    "(밤) 11시 12시까지 생활기록부 작성하시는 저런 선생님 만나면요, 우리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가 있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복불복이에요."

    [고교 교사 B]
    "담임 선생님이 (생활기록부에) '수업시간에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고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언행' 이런 식으로 쓰신 거예요. (그 학생이) 그거 딱 보고 수시 포기했어요."

    이렇듯 '복불복'이란 인식이 커지면서 학생들에게선 입시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겠다는 반응도 나옵니다.

    [고등학생]
    "선생님 중 한 분과 어쩌다가 좋지 않은 감정을 가져서 인생이 망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인간관계가 아니라 갑과 을이 돼서…"

    학교 여건에 따라 유·불리가 갈리고, 게다가 같은 학교 안에서도 담임 선생님에 따라 학생부의 완성도가 결정되다 보니 학생들에게 '억울함'마저 안겨준다는 지적은 반드시 개선돼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MBC뉴스 정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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