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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학종' 학교격차 줄이고 다른 전형 늘려야

'논란의 학종' 학교격차 줄이고 다른 전형 늘려야
입력 2018-03-30 20:36 | 수정 2018-03-3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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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MBC는 대입 학생부 종합전형의 문제를 연속 보도로 다루고 있습니다.

    될만한 학생한테 스펙 몰아주기 하는 실태를 어제(29일) 보도했더니 온라인에 하루 사이 댓글이 7천 개 넘게 달렸습니다.

    두 개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 고등학생의 댓글인데요.

    '교내 대회가 있다고 선생님이 "참여할 사람 일어나라." 해서 일어났더니 "공부 못하는 놈들은 좀 앉지."라고 해서 절반 이상이 도로 앉았다.'

    웃지 못할 이야기를 털어놨고요.

    다음에는 한 학부모의 댓글입니다.

    학교 총회에 갔더니 동아리와 봉사, 독서는 '진로'에 맞춰서 해야 하고 경시대회, 내신, 논술까지 '엄마가 정보력을 총동원해서 컨설팅을 받아라' 고 했다면서 고통스럽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교육 현장에서 원하는 대안은 무엇일까요?

    정준희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안산의 일반고등학교.

    복장도 머리 모양도 각양각색.

    자유분방한 활기가 넘칩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활동은 최대한 지원하다는 교육방침에 따라 자율동아리만 무려 127개.

    운동장에서는 닭을, 옥상에서는 꿀벌을 키우고 토론 수업과 발표, 진로 캠프를 통해 미래를 꿈꿉니다.

    [문현서/부곡고등학교 2학년]
    "(벌의) 생태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알게 됐죠. 점점 더 빠져들고 오히려 좀 더 연구하고 싶어 (대학을) 그쪽으로 좀 더 관련 있게 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학생들은 사교육이나 컨설팅 없이도 학생부를 충실히 채우면서 입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4년제 대학 진학률은 해마다 늘어 졸업생 배출 3년 만에 전국 평균 수준으로 올라섰고, 이중 학종 등 수시 합격생의 비율이 96%에 달합니다.

    [강민서/부곡고 부장교사]
    "(학생들이) 어떤 장점을 보이고 어떤 부분에서 잠재적 역량이 있는지를 평소에 관찰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생활기록부에 적어주고 있습니다."

    올해 원하던 교대에 합격한 김세현 씨도 강원도의 일반 고등학교를 나왔는데, 토론동아리에 열심히 참여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합니다.

    [김세현/경인교대 1학년]
    "봉사활동, 진로활동이나 동아리활동을 알차게 해왔기 때문에 역량을 더 표출해 낼 수 있었던 회가 저한테도 주어졌다는…"

    특정 분야에 재능과 잠재력을 가진 학생들을 발굴하는데 학종이 기여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한편에선 학교생활이 훨씬 고달파졌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3년짜리 시험'이라는 겁니다.

    [박혜린/대전성모여고 졸업생]
    "특별반 단체로 주말에 등산을 가고, 진로과제 연구대회와 독서아카데미, 각종 교내경시대회 등을 준비하기 위해 저의 취침시간 또한 비교과 활동을 위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도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을 모색 중입니다.

    다음 달 발표될 대입 개편안은 학생부에서 교내 수상과 자율 동아리 등 비교과 항목을 줄이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교육부는 또 각 대학들이 수시 전형에서 수능 일정등급 이상을 요구하는 '최저 기준'도 폐지하라고 권고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정작 기재 사항이 줄고 수능 등급도 반영이 안 되면 결국 출신고의 이름값과 내신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거라는 우려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우정/태원고 3학년 담임교사]
    "(생활기록부를) 간소화시키다 보면 추상적으로 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생활기록부 내용이 아이들마다 다 비슷비슷해질 수밖에 없고 어떤 변별력을 가질 수 있을지…"

    그렇다면 대안은 뭘까.

    교육 현장에서는 현재 대학이 학종으로만 지나치게 많은 인원을 뽑는 게 문제라는 데 큰 이견이 없습니다.

    시험 점수가 아닌 입학사정관의 주관적 판단을 따르는 이른바 '정성 평가'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상위 대학이 학종 비율을 급격히 늘리면서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는 분석입니다.

    [현직 입학사정관]
    "(학종) 모집 인원이 너무 과도하게 많다. 그만큼 평가를 하면서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여 다 봐야 될 내용을 못 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수능 점수를 보는 정시'나 '학교 내신 위주 학생부 교과' 등 다른 전형의 문도 넓혀줘야 학종에 실패한 재수생의 양산을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남은 과제는 사회적 합의입니다.

    [박윤근/양정고등학교 교사]
    "3학년 중반쯤 됐는데 성적이 오르기 시작하고 태도도 굉장히 좋아졌어요. (그래도) 이 학생은 학종을 갈 수 없어요. 그럼 재수를 해요. (수시와 정시를) 반반 정도를 가줬으면 좋겠다…"

    [한다경/고등학교 3학년]
    "솔직히 하는 게 엄청 많긴 해요. 학교에 (밤) 10시까지 남은 적도 있고 대회 준비하다 보면 며칠씩 몇 주씩 걸려서 하기도 하는데 스트레스 있긴 있죠."

    [김찬휘/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
    "입시제도를 바꿔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굉장히 문제라고 봅니다. 사실 근본적으로 보면 세상이 바뀌어야 교육도 바뀔 수 있는 거죠."

    MBC뉴스 정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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