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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재활용…버려지는 폐가전은 어디에?

조작된 재활용…버려지는 폐가전은 어디에?
입력 2018-03-31 20:17 | 수정 2018-05-0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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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폐전자제품 수거와 재활용은 제조사가 책임지고 해야 하는 일입니다.

    무분별한 폐기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죠.

    그런데 실상을 취재해보니, 제조사들은 재활용 실적을 조작하고 있었고, 폐가전은 함부로 버려지고 있었습니다.

    이덕영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화성의 한 들판입니다.

    뭔가를 담은 가마니들이 마치 자그마한 산처럼 차곡차곡 쌓여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봤습니다.

    전깃줄, 전기패널 등 전자제품 부품들이 가득합니다.

    무허가 업자가 돈을 받고 폐가전을 수거한 뒤 인적이 드문 곳에 방치해 놓은 겁니다.

    [인근 업체 관계자]
    "작년, 재작년부터 있었다나…오래됐다는 거 같아요."

    규정대로라면 이런 황당한 상황은 있을 수 없습니다.

    폐가전은 먼저 삼성 엘지 같은 제조사 물류센터가 수거한 다음 재활용 전문업체로 보냅니다.

    재활용 전문업체는 부품을 재활용하거나 쓸모없는 것은 폐기한 뒤 제조사로부터 처리비용으로 분담금을 받습니다.

    환경오염과 자원낭비를 막기 위해 생산자가 재활용 책임을 지는, 이른바 EPR 제도입니다.

    그러나 실제 운영은 딴판입니다.

    경기도 남양주의 삼성전자 물류센터입니다.

    물류센터 한구석에 냉장고와 에어컨, TV 같은 가전제품들이 쌓여 있습니다.

    가정에서 버린 제품을 수거한 것들입니다.

    이날 들어온 폐 가전은 모두 30톤가량.

    그러나 물류센터 전산망에는 97톤, 실제보다 세 배 넘게 들어온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 물류센터에서 폐가전을 관리했던 업체는 실적 조작이 관행처럼 이루어져 왔다고 폭로했습니다.

    [폐가전 수거 업체 관계자]
    "(삼성전자) 로지텍에서 매월 저희 쪽으로 '털어내 주십시오.'라는 문건을 보냈습니다. 실제 들어온 물량은 예를 들어 10대인데 1백대 정도를 털어내라…"

    인근의 엘지전자 물류센터도 마찬가집니다.

    세탁기와 냉장고 같은 폐가전 제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재활용 업체 관계자]
    "많이 해도 (운송 트럭) 세 대 분량. 톤수면 한 10톤 안짝입니다."

    전산 시스템에 입력된 재고량을 확인해 봤습니다.

    무려 356톤, 30배 넘게 실적이 부풀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조직적으로 실적을 조작하는 건 제조사가 내야 하는 부과금 때문입니다.

    환경부는 매년 삼성 엘지 등 제조사에 판매량 등을 참고해 재활용 할당량을 제시합니다.

    이 할당량을 못 채웠을 때 제조사는 막대한 부과금을 내야 하는 데 재활용 뻥튀기를 통해 부과금을 피해가는 겁니다.

    ['재활용' 공제조합 관계자]
    "실적 매입하는 게 한 30% 정도 되더라고요. 그 30%에 대한 부과금도 엄청나거든요. 한 4백억 원 가까이… 적게 잡으면 3백억 원 가까이 나와요."

    제조사가 먼저 수거량을 조작하면 재활용 업체는 조작된 수치에 맞춰 재활용 내지 폐기했다고 신고하고 그 제조사로부터 분담금을 받아가는 짬짜미 구조다 보니, 조작과 뻥튀기는 좀처럼 외부로 드러나지 않습니다.

    삼성과 엘지는 이런 문제에 대해 재고량이 부풀려진 건 전산 시스템 오류 탓이며 직접 조작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재활용된 실적은 여러 단계를 통해 검증한 뒤 부과금을 매기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입장입니다.

    [이정미/정의당 의원]
    "제조사와 공제조합, 그리고 재활용순환센터 간의 실적 부풀리기와 담합이 있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수사가 진행돼야 합니다."

    실적 조작과 방치된 폐가전들이 환경에 어떤 위협으로 되돌아올지, 지금은 실태파악도 책임규명도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조작된 재활용…버려지는 폐가전은 어디에?' 관련 반론보도문

    본 방송은 지난 3월 31일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에서 "조작된 재활용...버려지는 폐가전은 어디에?"라는 제목으로 폐가전제품 재활용 책임이 있는 삼성, LG 등 가전제조사들이 부과금을 회피하기 위해 재활용업체와 담합하여 전자제품 재활용 실적을 관행적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전자제품자원순환공제조합 측은 "방송 내 보도된 방치된 폐가전은 제조사 및
    공제조합과 관련이 없으며, 재활용 실적은 재활용센터 내 실제 처리량을 기준으로 정부 전산시스템 및 현장검증을 통해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어 재고량 부풀리기 및 재활용실적 조작은 할 수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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