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오해정

"글씨 잘쓰면 채용"…사립 학교 직원 채용기준 논란

"글씨 잘쓰면 채용"…사립 학교 직원 채용기준 논란
입력 2018-04-04 20:09 | 수정 2018-04-04 20:22
재생목록
    ◀ 앵커 ▶

    공공부문 채용 비리는 그나마 최근에 수사를 통해서 드러나고 있지만, 민간영역의 채용 비리는 여전히 사각지댑니다.

    MBC는 그중에서도 사립 중고등학교의 수상한 채용 실태에 주목했습니다.

    재단 이사장의 아들, 부인, 손자까지 가족들이 별 자격도 없는데 사립학교 직원으로 뽑히고 있습니다.

    아무리 사립이라고 해도 직원 인건비 등은 세금이 들어갑니다.

    오해정 기자가 채용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 9급 행정직원 한 명을 채용했습니다.

    그런데 기준이 좀 특이합니다.

    학교근무경력과 똑같은 비중으로 출퇴근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점수를 매겼습니다.

    [00고교 관계자]
    "기준은 내부적으로 정하죠. 전에 있었던 것 내지 이런 것들을 발췌해서 인성, 행정자격증 이런 것들을 다 넣었는데...아무 생각 없이."

    이런 기준을 통과해 4명의 응시자 가운데 합격한 사람은 이사장 손주.

    공개채용을 하기는 했지만 이미 합격자를 정해놓은 무의미한 절차였다고, 뒷말이 무성합니다.

    [00고교 관계자]
    "어렸을 때부터 (학교를) 방문하게 되죠. 그런 분들은…이분하고 같이 면접 본 사람은 오히려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할 수는 있죠."

    현재 이 학교 이사장은 설립자의 큰아들.

    둘째 아들은 교장, 부인은 교사, 손자 3명은 행정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00고교 관계자]
    "이 학교를 지으신 분은 학교를 사실은 키우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녀들이 있다고(채용됐다고) 그것을 상쇄할 만큼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글씨가 중요한 기준인 학교도 있습니다.

    5년이상 행정실에 근무하면 5점을 주는데 글씨를 잘쓰면 서류평가에서 15점을 받는 것입니다.

    MBC가 입수한 이 학교 응시생들의 자필 자기소개서입니다.

    4명 가운데 3명이 글씨 영역에서 최고점을 받았는데 어떤 기준에서 채점이 이뤄졌는지 학교측은 속시원하게 답을 하지 못합니다.

    최종 합격자는 이사장 아들.

    [△△고교 교무부장]
    "사립학교에서는 교직원 뽑을 때 그런 관례들이 보통 적용되고 있다라고 볼 수밖에 없죠. 내정자가 있다고 보통 얘기가 되면 원서를 넣었다가 면접을 보러오지 않는다거나…"

    사립학교 행정직원의 월급은 대부분 정부에서 지급받고 직원들은 교사와 똑같이 사학연금까지 받습니다.

    공개채용 형식을 갖추고는 있지만 사립학교법상 이사장 재량껏 뽑게 돼 있어 기준은 그야말로 제멋대로입니다.

    [00재단 관계자/'나이'점수]
    "젊은 사람 뽑으려고 그렇게 한 것 아닌가. 나이도 젊고 또 학교 경력도 있고 하면 더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재단 관계자/'신앙'점수]
    "목적 자체가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서 쉽게 말하면 우리에게 합당한 사람들을 뽑아야 하는 거잖아요."

    이런 기준들은 실은 이사장 친인척 같은 특정인을 뽑기 위해 억지로 만든 명분일 뿐이라고,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더 노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 학교는 학교 근무 경력이 전혀 없는 이사장 아들을 행정실에서 가장 높은 5급 행정실장으로 채용했습니다.

    [00고교 행정실장]
    (이 학교에 있으시기 전에 다른 학교 행정실 같은데 근무한 경험 있으세요?)
    "아니요. 전 기자였습니다."

    MBC가 입수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공개채용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이사장인 아버지가 응시자인 아들을 면접한 뒤 이사회 의결로 채용을 결정했습니다.

    (아버님인 이사장님이 면접에 들어오시긴 한 거잖아요?)
    "네, 그렇죠,면접을 해야 하니까 들어온 거죠. 인사권자니까…"

    전국에 이사장 친인척이 교원 또는 행정직원으로 근무하는 사립학교 법인은 5백 3십여 곳, 9백여 명에 달합니다.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는 교직원 채용에 대해서는 인사권을 정부나 교육청이 가질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

    정부는 각 사학이 건학이념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율성을 방패막이 삼아 제멋대로 채용을 당연시하는 관행은 이제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오해정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