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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논밭 갈아엎고 나무 심는 이유는?

멀쩡한 논밭 갈아엎고 나무 심는 이유는?
입력 2018-04-08 20:18 | 수정 2018-04-08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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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멀쩡한 논밭을 갈아엎고 갑자기 나무를 심는 농촌 마을이 있습니다.

    나무 심는 게 뭐가 문제냐 하시겠지만, 공공기관 이전이 확정되자 더 많은 보상금을 받기 위해 나무를 심는 것이라고 합니다.

    엄지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약 2백 가구가 살고 있는 경북 상주시 사벌면의 삼덕리 일대입니다.

    논밭이 많은 한적한 농촌 마을입니다.

    그런데 모내기를 앞둔 요즘, 논밭 한가운데 나무심기가 한창입니다.

    [조경업체 직원]
    (지금 무슨 작업 하시는 거예요?)
    "나무 작업, 이건 대왕 참나무, 이건 산수유…"

    벼 대신 심은 나무는 소나무와 참나무, 산수유 같은 조경수입니다.

    최근 이렇게 갈아엎은 논이 6만 6천 제곱미터, 축구장 9개 면적에 달합니다.

    [조경업체 직원]
    (심어달라는 논이 몇 개예요?)
    "모르죠, 자꾸 나오니까…"

    때아닌 나무심기 열풍은 지난가을 불붙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6월 경상북도가 대구에 있는 농업기술원을 이곳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추수가 끝나자마자 농민들이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보상금을 노린 겁니다.

    지금까지 논밭에 조경수를 심은 가구는 대략 20여 곳.

    토지가 국가에 수용될 경우, 토지 보상금과 영농손실보상금을 받는데, 조경수를 심으면 옮겨심는 비용까지 추가로 받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농민들은 예상되는 보상금이 적게 잡혀서 좀 더 받아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안경동/삼덕리 이장]
    "결국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물론 이게 편법이라면 인정은 하지만 불법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특히, 조경업자들이 농민들을 찾아다니며 나무심기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개발공사 보상담당자]
    "조경업자들이 다니면서 '나무를 심으면 보상금 얼마를 받을 거고'…그런 식으로 유도를 하기 때문에…"

    [마을 주민]
    "'몇 대 몇으로 (나눠) 먹자', 세종시에서도 (식재)해서 돈 벌고 전문적으로 이런 걸 하고 다니는 사람 같더라고요."

    지자체도 이 같은 사정을 알지만, 막을 방법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상주시 미래전략추진단]
    "나무 식재는 개발 허가하고는 관계가 없어요. 논에 나무를 심지 마라…이런 건 없어요."

    편법적인 나무 심기에 따른 보상금으로 많게는 수십억 원 예산이 더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각에서는 나무를 사서 심는데 드는 비용과 부지 매입 전까지 농사를 짓지 않는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농민들은 별 이득 없이 조경업자들 배만 불릴 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엄지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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