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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월급 대신 '담배 한 갑'…20년간 장애인 착취

[단독] 월급 대신 '담배 한 갑'…20년간 장애인 착취
입력 2018-04-12 20:30 | 수정 2018-04-12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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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한 고물상 주인이 임금 대신 매일 한 갑의 담배만 주면서 20년 가까이 장애인들에게 고된 일을 시켰습니다.

    장애인들은 유통기간이 지난 음식을 먹고 쓰레기장 같은 컨테이너에서 자야 했지만 일이 끝나면 고물상 주인에게 안마까지 해줬다고 합니다.

    이 고물상의 주인은 장애인시설의 원장이었습니다.

    이지수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 리포트 ▶

    한 남성이 자기 몸집보다 큰 자루를 힘겹게 끌고 있습니다.

    [00재활용업체 관리직원]
    "여기 타이어 다 집을 거야. 여기 여기."

    또 다른 두 명은 바닥에 흩어진 폐자재들을 줍고, 화물차에 옮겨 싣습니다.

    이들은 모두 정신지체나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장애인들입니다.

    [김 모 씨]
    "(몇 시부터 일해요?) 7시쯤이나 6시쯤."
    "(매일매일 일해요?) 네."

    본격적인 업무는 아침 9시 고물상 작업이 끝나면 시작됩니다.

    화물차를 타고 다시 이동해 근처 학교를 돌아다니며 재활용품을 수거합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궂은 날씨라고 해서 일을 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허 모 씨]
    "(여기 얼마나 계셨어요?) 20년."
    "(얼마나 계셨다고요?) 20년."

    원래 장애인시설에 머물러야 하지만 장애인시설 원장이 자신이 운영하는 고물상에 데려다 일을시키고 있습니다.

    짧게는 9년, 길게는 20년간 입원 기간 등을 빼곤 모두 일했지만 이들 가운데 임금을 제대로 받은 사람은 없습니다.

    대신 하루 한 갑의 담배를 받는 게 전부라고 말합니다.

    [임 모 씨]
    "(월급은 받아본 적 있어요?) 없어요. 그냥 밥 사주고 담배사주고 (담배는 얼마나 사줘요?) 하루에 한 갑 (매일매일 사줘요?) 네."

    [김 모 씨]
    "(월급은 누가 가지고 있어요?) 원장님이 가지고 있어요."

    퇴근시간도 정해져 있지 않아 해가 지고 나서야 고물상 안 컨테이너 숙소에 올 수 있습니다.

    [임 모 씨]
    "(몇 시간 정도 일한 거 같아요. 하루에?) 거의 다 일하죠. 밤에만 들어와요."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도 원장 지시로 안마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김 모 씨]
    "(원장이 들어와서 뭐라고 얘기해요. 안마시킬 때) 몸이 아파서 해달라고 여기 여기. 다리를 주물러요 이렇게요. 한 시간 두 시간."

    장애인들이 고된 작업을 마치고 생활하는 공간입니다. 때에 찌든 침구들이 널려 있고 음식 찌꺼기와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김 모 씨]
    "(식사는 어떻게 해요?) 도시락 먹어요."

    저녁 식사는 라면이나 즉석식품들인데 이마저 유통기한이 2주 이상 훌쩍 지난 것이 대부분입니다.

    지난 1996년부터 20년 넘게 장애인 시설과 고물상을 함께 운영해온 원장 김 모 씨는 장애인들에 대한 임금 착취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김 모 원장/00장애인 시설]
    "(월급문제는 어때요 이분들) 월급이라는 게 이제 함께 살아가는 개념이다 보니까. 우리 식구라고 생각하고 같이 평생 살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MBC뉴스 이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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