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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지났지만…4.16에 멈춘 세월호 유가족의 시간

4년 지났지만…4.16에 멈춘 세월호 유가족의 시간
입력 2018-04-13 20:20 | 수정 2018-04-1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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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거꾸로 뒤집힌 강철 덩어리, 그 안에서 '살려주세요' 하는 절규와 몸부림이 있었지만, 그들의 최후를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봐야 했던 그날.

    그날이 이제 사흘 뒤면 4년이 됩니다.

    배의 이름처럼 세월은 흘렀고, 배도 건져 올렸지만 진실은 인양하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배는 왜 침몰했는지, 물에 빠진 사람을 왜 구하지 않았는지 어느 것 하나 명쾌하게 밝혀진 건 없습니다.

    위로만 받아도 부족할 가족들은 투사가 되어, 해양 전문가가 되어 지금도 진실 규명을 요구합니다.

    사실 그런 일은 국가와 언론의 몫입니다.

    잊지 않는 것 못지않게 진실을 밝히는 것이 절실합니다.

    가족들의 시계, 세월호의 시계는 침몰 그 순간에 멈춰 있기에 오늘부터 저희들은 원점에서 다시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기획 보도를 준비했습니다.

    그것이 언론이 취해야 할 애도의 방식이자, 세월호 왜곡 보도에 앞장섰던 MBC의 과거를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준비된 첫 소식입니다.

    세월호 가족들에게 4월은 그야말로 잔인한 달입니다.

    소중한 가족을 잃고, 몸과 마음이 황폐해졌습니다.

    심지어 암에 걸린 분들도 20명 가까이 됩니다.

    조재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병동.

    이달 초, 유가족 한 명이 입원했습니다.

    평소처럼 일을 마치고 돌아온 저녁, 극심한 현기증이 몰려 왔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갑자기 엄청 어지러운 거예요, 몸이. 벽도 빙빙 돌고 어떻게 막 금방 쓰러질 것 같고."

    각종 검사를 해봤지만 특별한 이상은 없습니다.

    막내아들을 세월호에서 잃은 아버지는 매년 4월로 달력이 넘어갈 때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세월호 유가족]
    "'4년 가까이 됐으니까 이젠 괜찮지? 놀러 가자.' 이런 말이 가장 또 싫은 말 중의 하나예요. 항상 봄이, 어쩌면 없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 때도 있어요. 꽃 피는 게 너무 슬퍼…"

    단원고 2학년 5반, 故 조성원 학생.

    어머니는 매일 식사 때마다 성원 군이 좋아했던 반찬을 따로 올려놓습니다.

    1학년 때는 반장, 2학년 때는 부반장.

    홀로 삼 남매를 키운 어머니에게 성원 군은 늘 자랑스럽고 믿음직한 장남이었습니다.

    심한 우울증과 불면증 탓에 어머니는 3년 넘게 정신과 약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故 조성원 군 어머니]
    "끊어보려고는 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자식을 지키지 못한 자신은 죄인이라며, 세월호 관련 집회 말고는 바깥출입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故 조성원 군 어머니]
    "저희가 이사를 세 번이나 했어요. 그래도 조심스러워요. 하나하나가 행동거지도 그렇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그냥 숨어 사는 느낌."

    희생자의 형제·자매들이 따로 모여 취미 활동도 배우고 아픔을 치유해 가는 곳, '우리함께'.

    하지만 4월이 다가오면, 여기 오는 이들도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집니다.

    [박성현/'우리함께' 사무국장]
    "모든 수업과 모든 활동들이 3월부터 슬슬 좀 멈추기 시작해요. '안산에 공기가 너무 무겁다, 내 삶이 너무 힘들다' 이런 얘기들을 하거든요."

    [이재헌/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애니버서리 리액션'(특정일 반응), 이렇게 표현을 합니다. 4월 16일이 다가오면서 많은 그 당시의 경험들과 안 좋았던 기억들을 다시 재경험하시면서 심리적인 불편감들이 더 심해지는…"

    세월호 유가족들은 구조 책임을 다하지 않고 거짓 해명을 반복하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참사 직후부터 거리로 나섰습니다.

    그러느라 심리 치료의 초기 '골든 타임'을 놓쳤고 세월이 흐르면 좋아지는 것도 아니라고 전문가는 설명합니다.

    [이재헌/고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트라우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는 것은 시간과는 어찌 보면 그렇게 연관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분들은 늘 그 시간에 머물러 계시
    거든요."

    암 판정을 받은 걸로 파악된 유가족만 19명, 이 중 5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참사 이후 한결같이 외쳤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러나 제대로 된 답을 아직도 듣지 못한 채.

    또다시, 4월 16일이 돌아옵니다.

    MBC뉴스 조재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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