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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왜 선상에서 목숨을 끊었나?

청년은 왜 선상에서 목숨을 끊었나?
입력 2018-04-20 20:32 | 수정 2018-04-2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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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군 복무를 배에서 대신하는 승선근무예비역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이걸 하던 한 청년이 상사의 괴롭힘을 호소하다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동안 망망대해에서 과도한 노동과 가혹행위로 논란이 컸었는데요.

    고립된 배에서 행해지는 욕설과 폭행.

    오해정 기자가 보도하겠습니다.

    ◀ 리포트 ▶

    세계를 누비는 마도로스가 꿈이던 25살의 아들.

    하지만 차가운 주검이 된 채 사우디에서 귀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 모 씨/어머니]
    "하루 하루 애가 타는데 (시신이) 오지는 않고…빨리 와서 장례라도 치르고 편하게 보내주면 좋겠는데…"

    해양대를 졸업한 구민회 씨는 다섯달 전 부산의 한 선박회사에서 승선근무예비역으로 군 복무를 시작했습니다.

    3등기관사로 창문도 없는 50도에 육박하는 기관실에서 근무하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어머니에게 효도할 생각을 하며 힘을 냈습니다.

    [김 모 씨/어머니]
    "엄마, 7월달에 (배에서) 내리면 해외에 가자고. 어느 나라 가고 싶냐고…어느 나라 가고 싶냐고 생각해 놓으라고 했었고요."

    사람을 원숭이 취급한다.

    바다로 뛰어들고 싶다.

    윗사람에게 문제 제기해도 소용이 없다.

    구민회 씨가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보면 배 안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정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김 모 씨/선배 기관사]
    "조금만 더 버텨라. 휴가를 나오면 좀 괜찮아질 것이다. 그런 식으로 계속 조언했고 그래도 민회는 이제 계속 힘들다고 얘기했던 것 같아요."

    급기야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구 모 씨/누나]
    "그때 힘들다고 할 때 하선 하고 싶다고 할 때 내리라고 할걸…왜 1년만 더 참으라고 했는지 너무 후회가 돼요."

    항해사나 기관사가 3년간 선박회사에서 근무하면 현역복무로 인정해주는 승선근무예비역 제도.

    국가비상시 긴급물자를 수송하기 위해 정부가 만든 제도입니다.

    이들의 군생활은 지역 병무청장이 관리해야 하지만, 1년 가까이 해외에 체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태 점검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해당 해운업체 관계자]
    "(병무청이) 어느 배를 승선했으며 어떤 환경에서 승선하고 있으며 그렇게 관리를 하지만 실제 배를 찾아가서 관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당히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중도에 그만두면 현역병으로 다시 입대해야 하는데다 고립된 선상이다 보니 욕설과 폭행도 참는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임 모 씨/전 승선근무예비역]
    "심한 욕을 많이 하거나 자기 기분이 안 좋으니까요. 화가 나면 그냥 연장 같은 거 던지는 사람도 있었고…"

    [조 모 씨/현 승선근무예비역]
    "제가 이렇게 계속 그것을(산재 처리를) 말하다 보면 회사에서 저를 언제든지 이렇게 자를 수도 있고 그럼 저는 이제 낙동강 오리알처럼 다른 회사도 더 찾기도 힘들고…"

    지난 10년간 230여 명이 견디지 못하고 중도 포기했습니다.

    [정소연/변호사]
    "현실적으로 감독이 이뤄질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 제도에 대한 인권침해에 대해서 전면적인 실태조사, 그리고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구민회 씨의 경우 사우디 정부에서 시신을 인도해주지 않아 아직까지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이 밖에도 두 명의 젊은이가 복무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정당한 복무를 시키고 있는지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MBC뉴스 오해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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