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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양육비 요구하면 꽃뱀?…'싱글맘' 지원 절실

아이 양육비 요구하면 꽃뱀?…'싱글맘' 지원 절실
입력 2018-05-11 20:30 | 수정 2018-05-1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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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5월 11일, 오늘은 정부가 입양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정기념일로 정한 '입양의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또 동시에 혼자 아이 키우는 엄마, '싱글맘의 날', 로도 불립니다.

    여성단체들이 '입양의 날'에 반대하는 차원에서 2011년에 만든 건데요.

    "미혼모들이 아이를 버리고 입양을 택하도록 부추길 게 아니라 자녀를 직접 키울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실제로 2016년도 기준 국내외로 입양된 아이 10명 중 9명은 미혼모의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자녀를 포기하지 않고 자기 손으로 키우고 싶다는 싱글맘에게 필요한 건 무엇인지, 서유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네 살배기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25살 김슬기 씨.

    4년 전 남자친구와 사귀다 아이가 생겼습니다.

    결혼을 약속하고 아이를 낳기로 했지만 임신 9개월째, 마음이 바뀐 남자친구는 아이를 낳지 말라며 폭행을 했다고 합니다.

    [김슬기/미혼모]
    "(아이를) 지울 수가 없으니까 (남자 친구가) 유산시키려고 폭행을 했다가, 그리고 잠수를 타고…"

    부모님까지 출산을 반대해 혼자서 낳은 아이.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어 시설로 보냈지만, 결국 보름 만에 다시 데려왔습니다.

    [김슬기/미혼모]
    "힘들더라도 진짜 완전 밑바닥부터 시작하더라도 내가 와서 키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데리고 왔어요.)"

    김 씨의 월수입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버는 50만 원에, 기초생활수급비로 나라에서 받는 월 100만 원이 전부.

    이 돈에서 월세와 관리비까지 내야 하는 형편이라 아이 아버지를 수소문해 양육비를 부탁했지만 돌아온 건 무서운 협박이었습니다.

    [김슬기/미혼모]
    "'내가 양육비 주면 그 애 내가 데리고 가서 내 손으로 죽일 거라고' 그 얘기를 하는 순간 저는 애기 아빠한테 양육비를 포기한 상태예요."

    우리나라 미혼모는 약 2만 4천여 명.

    이 가운데 아이의 생부에게 양육비를 받는 경우는 9.4%에 불과합니다.

    지난 2005년 생부가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법이 생기긴 했지만, 실효성이 크지 않습니다.

    생부가 소득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재산을 차명으로 돌려놓은 경우엔 사실상 받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9살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는 안소희 씨도 아이 아버지에게 양육비를 요구했지만 "수입이 없다"는 핑계로 거절당했습니다.

    하지만 아이 아버지는 최근까지도 수도권에서 대형 주점을 운영할 정도로 경제적 여유가 있다는 게 소희씨의 주장입니다.

    [안소희/미혼모]
    "'돈 뜯어내냐, 꽃뱀이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죠. (아이 아빠 SNS를 보면) 비행기도 타고 놀러도 가고 그런 것 같더라고요, 그럴 여유는 있으면서…"

    이에 대해 아이 아버지는 자신은 해당 주점의 직원이었을 뿐 주인이 아니라며 양육비를 줄 돈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른바 '히트앤드런 방지법'을 만들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앞선 사례들처럼 생부에게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미혼모들에게 정부가 먼저 일정액의 양육비를 지급하고 나중에 생부에게 이 돈을 받아내자는 법입니다.

    이 문제를 아동인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실제 덴마크에서는 같은 법이 시행 중입니다.

    21만 명 넘게 청원에 참여했고 여성가족부는 관련 제도를 위한 연구 용역을 시작해 11월에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최형숙/미혼모협회 인트리]
    "가장 필요한 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기본적인 양육비죠. 엄마들 마음이 누구나 다 그렇듯이 아이가 최저의 삶이 아니라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나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 속에서도 직접 키우겠다고 마음먹는 미혼모들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이 선택에 우리 공동체는 어떻게 응답할지 궁금해집니다.

    MBC뉴스 서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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