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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역주행의 비밀…'사재기'로 순위 조작?

음원 역주행의 비밀…'사재기'로 순위 조작?
입력 2018-05-12 20:19 | 수정 2018-05-1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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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최근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한 가수의 노래가 갑자기 차트 1위에 올라섰습니다.

    그러자 음원 순위가 조작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실제로, 이 곡의 상승 과정을 보니 이상한 점들이 있었습니다.

    홍신영 기자가 의문의 역주행 과정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논란의 중심에 선 노래는 '닐로'라는 가수가 부른 '지나오다' 라는 곡입니다.

    지난해 10월 말 발매된 뒤 다섯 달 동안 순위권 밖을 맴돌던 곡이 지난 3월 말부터 갑자기 순위가 치솟으며 '역주행'을 시작합니다.

    3월 18일 236위였던 순위가 한 주 만에 60위로 치솟더니 그다음 주에는 28위로 껑충 뛰어오릅니다.

    그리고 지난달 12일 새벽 1위까지 치고 올라옵니다.

    닐로 측은 입소문에 의한 순위 상승이라고 말했지만 취재진이 만난 전문가 분석은 달랐습니다.

    닐로의 순위 상승이 의심스러운 대목은 크게 3가지.

    먼저 차트의 추세가 입소문형과는 달랐습니다.

    입소문형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만큼 순위 상승에 시간이 걸리거나 부침이 있습니다.

    또는, 걸그룹 EXID가 '유튜브' 영상으로 역주행에 성공한 것처럼 대중의 관심을 끈 계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닐로의 곡은 별다른 이유없이 수직으로 치솟아 전례를 찾기 힘든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노래방 순위 차트도 이상합니다.

    입소문이 맞다면 사람들이 노래방에서 부르게 마련인데 당시 닐로의 노래는 노래방 기계에 등록도 안 돼 있었습니다.

    [이규탁/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일반적인 방식의 역주행을 통해서 히트한 곡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한 점들이 많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의혹은 또 있습니다.

    멜론에서 순위가 오르면 다른 차트들에서도 순위가 동반 상승하는 게 보통인데, 일부 차트에서만 순위가 급상승했습니다.

    이런 현상들 때문에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스트리밍 횟수나 다운로드 횟수를 늘리는 '음원 사재기' 의혹이 제기됩니다.

    닐로의 소속사는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이시우/리메즈 엔터테인먼트 대표]
    "유령 계정을 만들었다던가 아니면 뭐 불법 스트리밍을 했다던가 하는 형태의 논란이 생겼는데 저희는 단 한 번도 그런 행동을 해본 적이 없고요."

    ◀ 앵커 ▶

    홍신영 기자, 그러니까, 이 경우 입소문으로 역주행한 것이 아니라 음원 사재기를 했다고 전문가들도 의심하고 있는 거죠.

    음원사재기는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건가요?

    ◀ 기자 ▶

    음원 사재기는 포털 댓글, 공감수 조작의 음원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남의 아이디를 불법으로 도용해 매크로 같은 프로그램을 돌려 집중적으로 음원을 클릭해 순위를 올리는 것입니다.

    시중에서는 돈만 내면 음원 순위를 올려준다는 업체들을 쉽게 접촉할 수 있었습니다.

    박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멜론 사이트의 음원 순위를 올려준다는 업체입니다.

    [A업체 관계자]
    "(차트 조작 가능한가요?) 일단은 가능하고요. 당연한 거지만, 솔직히 업계 쪽에서는 공공연하게 되고 있어요."

    50위까지 올리는 데 최소한 천 만원이 든다고 말합니다.

    [A업체 관계자]
    "이게 50위까지 적당한 가격인데, 20위, 10위 이렇게 되면 최소한 더블(2배) 이상 올라가는 것으로…"

    또 다른 업체는 음원차트 1위도 문제없다고 합니다.

    다만 1위 등극에는 수억 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B업체 관계자]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이에요. 1억 원에서 3억 원 정도가 적정선으로 보여지고 있어요. 실시간 1위를 찍으려고 하죠."

    어떤 방법으로 순위를 올리는지 물어봤습니다.

    멜론의 순위 집계 방식을 해킹을 통해 알아낸 뒤 매크로 같은 맞춤형 프로그램을 돌린다고 말합니다.

    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다운로드 횟수와 실시간 노래 듣기를 반복해 순위를 올려준다는 겁니다.

    [A업체 관계자]
    "음악을 다운로드 받고, 재생하는 그 행위를 하는 것처럼 서버를 속이는 전용 프로그램이 있는 거예요."

    그러나 같은 아이디를 이용해 같은 컴퓨터에서 반복해 클릭하면 멜론 측이 이를 감지해 차단합니다.

    그래서 댓글 조작처럼 음원순위 조작에도 여러 개의 아이디와 IP 주소를 확보하는 수법이 동원됩니다.

    돈을 받고 아이디를 판매하는 업체와 접촉했습니다.

    돈만 내면 얼마든지 아이디를 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 업체는, 멜론 아이디 1개당 2천5백 원에서 3천 원에 판매하는데 최근에는 찾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미 확보한 아이디가 동이 났다고 말합니다.

    IP 주소를 여러 개 확보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돈을 받고 IP 주소를 파는 업체들이 있었습니다.

    [A업체 관계자]
    "IP를 바꿔야 한다고 했잖아요. 중소기업 네트워크 업체들 있죠. 그 업체들과 같이 하거나 대량으로 IP를 사서 하는 경우도 있고요."

    실제로 지난 2013년에는 JYP와 SM 등 대형기획사들이 순위 조작 업체를 수사해 달라고 당국에 요청했습니다.

    당시 박진영 씨는 한 업체로부터 "차트 10위 안에 6곡 정도를 넣어 줄 수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사는 진전이 없었고, 사건은 흐지부지됐습니다.

    MBC뉴스 박진준입니다.

    ◀ 앵커 ▶

    멜론은 음원 차트 시장에서는 포털로 치면 네이버 같은 그런 선두주자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멜론은 이렇게 조작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나요?

    ◀ 기자 ▶

    멜론 측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조작이든 아니든 멜론 측에서는 클릭 수가 늘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거든요.

    멜론 측은 논란이 불거진 후 뒤늦게 인증 절차와 조작방지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지만,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법 적용을 엄격하게 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외면해 온 음원 사이트에도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 앵커 ▶

    홍신영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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