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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고침] 구멍 뚫린 '불법 촬영' 법조항, 황당한 판례

[새로고침] 구멍 뚫린 '불법 촬영' 법조항, 황당한 판례
입력 2018-05-15 20:40 | 수정 2018-05-1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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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불법촬영 범죄에 대해서 수사기관과 법원의 처벌이 미온적이었다는 걸 구체적 통계로 어제 전해드렸는데요,

    아마도 처벌조항 자체가 약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도 갖게 됩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오늘 새로고침에서 따져보겠습니다.

    박영회 기자, 법 조항이 어떻게 돼 있습니까?

    ◀ 기자 ▶

    요약해서 읽어드리겠습니다.

    카메라 등의 도구로 성적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유포하면 최대 징역 5년, 1천만 원 벌금입니다.

    1997년 서울의 한 백화점이 여성화장실에 카메라를 숨겨둔 게 계기였습니다.

    도난을 막겠다면서 화장실을 들여다봤는데, 당시엔 이걸 처벌할 법규정이 없었습니다.

    황당한 이 사건 뒤에 이 조항이 마련됐습니다.

    ◀ 앵커 ▶

    조항만 보면 별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요.

    ◀ 기자 ▶

    과연 그런지 판결들을 좀 들어보시겠습니다.

    PC 화면에 뜬 피해자의 노출 영상을 촬영한 사건, 무죄였습니다.

    누드를 찍어 보내달라고 해서 전송을 받은 다음에 이 사진을 유포한 사건, 역시 무죄였습니다.

    ◀ 앵커 ▶

    이게 왜 다 무죄가 났죠?

    ◀ 기자 ▶

    법 조항을 자세히 보시면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해야 처벌합니다.

    이 사건은 신체가 아니라 '모니터를' 촬영했다.

    또, 이 유포된 누드는 '타인의 신체'가 아니라 애초에 '자기' 몸을 찍은 셀카였다. 따라서 처벌대상이 아니란 겁니다.

    이 논리라면 음란물과 합성한 사진을 뿌려도 이 조항으로 처벌이 안 됩니다.

    처벌이 훨씬 약한 음란물 유포죄로 해야 됩니다.

    ◀ 앵커 ▶

    듣고보니 좀 황당한데요.

    법원이 자구에만 집착해서 조항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한 게 아닌가 싶은데요.

    ◀ 기자 ▶

    문구 문제는 또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한 여성을 10여 차례 연속해서 촬영했는데, 어떤 사진은 유죄, 어떤 사진은 무죄, 엇갈렸습니다.

    이번에는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이 말 때문입니다.

    사진마다 성적 욕망을 유발했는지 안 했는지 따진 겁니다.

    여러 장을 한 장소에서 찍은 하나의 행위인데, 어떤 사진을 찍을 때는 성적 욕망이 생겼다가 또 다른 사진을 찍을 땐 사라지고 또 그거를 결과물 사진을 보면 그걸 알 수 있다.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죠.

    옷 밖에 드러난 팔, 다리만 촬영해서, 피해자의 수치심이 덜했을 거다.

    벌금형으로 낮춰준 판결도 있습니다.

    판사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좀 이상한 논리입니다.

    ◀ 앵커 ▶

    법원의 해석이 계속 이렇게 나온다는 것도 문제가 될 텐데, 아예 법 조항을 손질할 필요가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 기자 ▶

    네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면 더 그렇습니다.

    미국에선 고의적으로 사적인 '이미지'를 얻으면 안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 법에서 무죄였던 모니터 촬영도 처벌이 가능하겠죠.

    영국, 독일, 캐나다.

    모두 상대의 동의 여부를 따집니다.

    수치심 같은 감정을 추측하지 않습니다.

    처벌도 엄격합니다.

    아이슬란드에선 전 여친 SNS의 누드 사진을 다시 게시한 남성이 징역을 살았고요, 미국에선 불법 촬영한 이른바 보복음란물을 올리는 사이트 운영자, 징역 18년형이었습니다.

    ◀ 앵커 ▶

    네 거듭 확인하지만 처벌이 엄하군요,

    잘 들었습니다.

    오늘 박영회 기자가 조사한 내용들은 국회에서 법 만드는 분들이나 정보 당국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 같습니다.

    뉴스 새로고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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