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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시 보험사가 안내해주는 '우수협력 업체'의 비밀

사고시 보험사가 안내해주는 '우수협력 업체'의 비밀
입력 2018-05-16 20:31 | 수정 2018-05-1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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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자동차 사고가 나면 차를 어디에 맡겨서 수리 해야 할지 경황 중에 고민이 되는데요, 그때 보험사에서 전화가 오죠.

    자기들이 검증한 우수한 협력업체가 있으니까 특정한 정비업소를 한 번 가보겠느냐, 안내를 해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 그런데 이 우수업체라는 말, 정동훈 기자의 취재 결과를 보시면 믿기 어려우실 겁니다.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한 자동차 보험회사 콜센터로 사고 신고가 접수됩니다.

    [보험사 콜센터]
    "손해보험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예. 차하고 사고가 났는데요.)
    "차량번호 말씀해주세요"

    콜센터 직원은 사고경위를 확인하고는 곧바로 정비업체부터 안내합니다.

    [보험사 콜센터]
    "저희 우수업체에서 연락드리도록 제가 그럼 조치를 해 놓을까요?"

    우수 협력업체라 부가 서비스까지 제공된다며 장점을 설명합니다.

    [보험사 콜센터]
    "입고하시게 되면 무료로 대차서비스나 택배서비스 이용하실 수 있고 견적비교도 받으실 수 있으니까요"

    경황없는 운전자들은 '우수' '협력'이라는 말에 솔깃해 차를 맡기기 일쑤입니다.

    [보험사 콜센터 직원 A]
    "여성이나 노인분들 같은 경우에는 사고 나면 경황이 없어요, 보통. 강요 비슷하게 말을 하는 대로 아무래도 끌려가게 되어 있잖아요."

    콜센터 직원들의 이런 응대는 보험사의 지시 때문입니다.

    직원들은 협력업체 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게 된다고 털어놓습니다.

    [보험사 콜센터 직원 B]
    "이렇게 안내를 하라고 이걸 외우게 만듭니다. 이대로 읽어야 됩니다. 적극적으로 안내를 안 하면 감점을 합니다."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직원들도 협력업체에 차를 입고시키지 못하면 수당을 못 받는 경우까지 있다고 말합니다.

    [보험사 현장출동 직원]
    "목표율을 달성하지 못하면 '노력해라' '뭐해라' 이런 것도 있고, 입고율이 많이 떨어지면 (수당이) 4천 원도 될 수 있고, 제로도 될 수가 있고요."

    보험사들이 고객차를 협력업체에 보내려고 애쓰는 이유는 뭘까?

    [보험사 보상담당자]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적정한 수리를 통해서 합리적으로 보험금을 지불하고 더 나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그러나 협력업체들은 정반대의 말을 합니다.

    [협력정비업체 대표]
    "고객을 위하는 게 아니라, 보험사를 위한 거죠. 부품을 갈아야 될 걸 못 갈게 하고, 찢어진 이런 것들을 붙여서 사용하라하고, 자기네들 보험료 나가는 걸 막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다 안 가리는 거죠."

    한 보험사가 작성한 협력 정비업체 평가항목입니다.

    꼭 필요한 정비를 얼마나 적정한 가격에 신속하게 했느냐를 평가하는 게 핵심입니다.

    한 마디로, 무조건 싸게 무조건 빨리 고치라는 지침이라고 정비업체들은 입을 모읍니다.

    [전 협력정비업체 대표]
    "보험회사에서는 렌트비가 나가잖아요. 실제 수리가 4일, 5일 걸려야 함에도 이틀이나 3일에 고쳐줘야 됩니다."

    [협력정비업체 대표]
    "기스가 났어요. 이거 수리하지 말고 붓 터치해줘라 이거죠. 그걸(수리)하면 불이익을 주겠다. 싸게 빨리하라는 거죠."

    보험사는 협력업체에 사고차를 독점 공급해 주고, 그 대가로 업체는 보험사의 비용을 덜어주는 셈입니다.

    [전 협력업체 대표]
    "협력업체는 말 그대로 보험사하고 상생관계여서 물량을 주니까 돈(수리비)을 많이 달라고 하지 말라는 거예요."

    문제는, 이런 구조에서 정작 수리는 부실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자신이 불량 정비의 피해자란 사실조차 알기 어렵습니다.

    [정비업체 직원]
    "문짝 안쪽이잖아요. (용접하면) 안에가 이렇게 타잖아요. 페인트가. 그러면 다 뜯어내고 문짝 안에 방청(녹 방지) 작업을 해줘야 돼요. 녹이 안 슬게. 소비자는 모르죠. 안에가 탔는지, 부식이 되는지를 모르는거죠."

    사고난 차를 협력업체에 맡겼던 김학래 씨는 2년이 지나서야 불량 정비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트렁크에 물이 새, 전문 검사기관에 의뢰해 차체를 아예 뜯어내고 살펴봤더니, 부실 정비가 무더기로 확인된 겁니다.

    [김병진/오산대 자동차계열 겸임교수]
    "용접이 불량하고 방청(녹 방지)이 안됐다는 것은 골다공증 걸린 차하고 똑같다는 얘깁니다. 부딪히면 쉽게 부서져 버린다는 얘기죠. 그래서 위험하단 겁니다."

    [김학래/불량 정비 피해자]
    "우수협력업체라고 맡겼는데, 그게 정말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간판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서 당연히 믿죠."

    보험업계는 일부 운영상의 문제일 뿐, 고객 편의를 위해 협력업체 제도는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안지홍/손해보험협회 팀장]
    "운영상에 발생하는 어떤 미세한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정비업계와 소통을 하면서 계속 기준을 보완 발전시키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보험사들은 우수협력업체를 선정한 기준을 공개해달라는 mbc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영업상의 비밀이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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