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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짓돈' 정치후원금…만두·분식 먹고 '간담회'

'쌈짓돈' 정치후원금…만두·분식 먹고 '간담회'
입력 2018-05-29 20:17 | 수정 2018-05-3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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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지금 보시는 바로 이 화면은 과거 스웨덴의 유력 총리 후보였던 정치인 모나살린이 사퇴 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입니다.

    사퇴 이유는 바로 법인카드로 초콜릿과 기저귀 등 생필품 34만 원어치를 샀기 때문이었습니다.

    돈은 바로 갚았지만 국민들의 신뢰를 잃으면서 결국 정치생명이 끝이 났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정치자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고 있을까, 저희는 이런 의문점을 던졌습니다.

    MBC 탐사보도부는 지난 19대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의 4년간 정치후원금 지출내역 전체를 처음으로 모두 입수해서 분석했습니다.

    7천 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을 네 명의 기자가 한 달 동안 분석했습니다.

    한 장 한 장 따져보니 일반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간담회 비용, 사무실 비용, 얼핏 들으면 의정활동에 필요한 지출 같지만 과연 그럴까요.

    먼저 윤정혜, 이덕영 두 기자의 보도를 연속해서 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경기도 안산의 한 골프장입니다.

    2012년과 2014년, 김영환 전 의원은 의정활동을 해야 하는 평일 낮에 이곳 클럽하우스에서 세 차례 식사를 하고 60여만 원을 썼습니다.

    계산은 정치후원금으로 했는데, 선거관리위원회는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골프장에서 정치 현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했다고 사유를 적었기 때문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장소가 카페라고만 되어 있는데…(○○컨트리클럽이 골프장이던데?) 네, 골프장 카페인데 이 내용만 가지고 조치한 내용은 따로 없거든요. 의정활동의 일환으로 봐서…"

    술값을 정치후원금으로 지출하면 안 된다는 규정도 있지만 김 전 의원은 '보좌진 간담회'라며 동네 호프집과 실내 포장마차, 치킨집 등에서 수차례 술을 마셨습니다.

    의원실 직원들과의 회식을 후원금으로 한 겁니다.

    각종 간담회를 연 카페와 쿠키집은 자신의 자녀들이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카페 관계자]
    "포럼도 하시고 모임도 가지시고… 정치포럼 같은 것도 하고 그러셨죠. 따님 사랑이 엄청나시지."

    [김영환/전 국회의원]
    "나 모르겠어.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 못 해. (2016년도 것도 있는데요?) 정책토론회 같은 건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거죠. (그런 걸 호프집에서도 하세요?) 글쎄, 잘 모르겠네."

    가지각색의 간담회를 했다면서 석연치않은 밥값과 술값을 충당하는 건 아주 흔하게 발견됩니다.

    김기준 전 의원은 '대부업법 관련 전문가 간담회'라며 만두집에서 1만 6천 원어치 분식을 먹었고, 강기정 전 의원은 '5·18 묘지 참배 관련 간담회' 명목으로 짬뽕 집에서 2만 원, '선거 결과 예측 간담회' 명목으로 국밥집에서 1만 원을 썼습니다.

    금융실명제 개선방안 관련 간담회라며 커피 값까지 후원금으로 낸 박민식 전 의원도 있습니다.

    누굴 만난 건지 적지도 않은 채 공휴일에 특급 호텔에서 수십만 원을 쓰기도 하지만 문제 될 것은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의 간담회 중 가장 빈번한 건 기자간담회로 전체 간담회의 1/4에 달합니다.

    기자들과 먹고 마시는 것도 의정활동이라며 한 끼에 평균 21만 원의 후원금을 썼습니다.

    김태환 전 의원은 고급 일식당에서 기자와 식사를 하며 한 번에 114만 원을 쓰기도 했습니다.

    19대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들이 기자들에게 산 밥값만 2억 7천만 원이 훌쩍 넘습니다.

    친한 기자들과의 술 한잔부터 수행원이 먹은 순댓국 한 그릇까지 모두 다 의정활동으로 볼 수 있을까요?

    간담회라고만 하면 더 이상 따지지 않는 관행이 이렇게 무분별한 지출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윤정혜입니다.

    ==============================

    경기도 고양시의 한 상가 건물입니다.

    3층에 올라가자 1백 제곱미터의 널찍한 헬스장이 나옵니다.

    무려 사무실 7개를 터서 만든 공간입니다.

    3년 전인 지난 2015년엔 당시 이운룡 의원의 사무실이었습니다.

    사무실 7개, 3층의 3분의 1을 통째로 임대한 뒤 벽을 터 하나의 사무실로 썼던 겁니다.

    [이운룡 전 의원 보좌관]
    "지역 민원의 날 하는 장소로도 활용을 했고… 현안들과 관련된 주민 간담회 자리…"

    2015년 4월부터 20대 총선 직전까지 약 1년 동안 이 전 의원이 이 건물에 낸 임대료와 관리비 그리고 인테리어 비용은 7천여만 원.

    모두 정치 후원금에서 지불했습니다.

    보증금과 계약금 2천만 원, 부동산 중개 수수료 216만 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5년 한 해 후원금의 60% 가까이가 이 특별 사무실에 사용됐습니다.

    상식적으로 의아하지만, 선관위는 불법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지역 사무소는 숫자 제한은 없고요. 별도 제한 규정은 없고요."

    큰돈을 들인 이런 대형 사무실이 의정활동에 어떻게 무슨 도움이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이 전 의원이 실제로 이 사무실을 사용한 건 6개월 남짓.

    [건물 관리인]
    "사람도 없었어요. 그때 사람도. 후보 간판만 내걸었지 사람도 왔다 갔다 (안 했다.)"

    서울 중림동의 한 아파트.

    김상민 전 의원이 2012년 비례대표로 당선된 뒤 의정활동용 숙소로 빌린 곳입니다.

    이 아파트의 임대료와 관리비로 지출된 돈은 2014년도에만 890만 원.

    역시 정치 후원금에서 지불됐습니다.

    현역 의원은 국회와 가까운 곳에 숙소를 마련하고 정치 후원금으로 그 비용을 댈 수 있습니다.

    국회 근처 머무를 곳이 없는 지방 의원들을 위한 규정입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당시 서울에 2군데나 빌린 주택이 있었고 2014년부터는 수원에도 전세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김상민 전 의원 보좌관]
    "선관위 쪽에 다 문의를 해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아서 다 했고요."

    김상민 전 의원은 이외에도 지역 사무소에 식물 관리비 명목으로 매월 10만 원씩을 꼬박꼬박 지출했고, 김기준 전 의원은 지역사무소 인테리어 비용으로 2200만 원을 쓰기도 했습니다.

    사무실이나 숙소와 관련된 지출은 꼭 필요할 때 하도록 돼 있지만, 일종의 의원 특권이 돼버린 것 같다는 냉소가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덕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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