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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에 갇힌 22년…부산 생곡마을에선 무슨 일이

쓰레기에 갇힌 22년…부산 생곡마을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18-07-18 20:30 | 수정 2018-07-1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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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쓰레기 마을이라는 오명이 붙은 마을이 있습니다.

    온갖 쓰레기 처리시설 11개가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다 보니 붙은 오명입니다.

    주민들은 악취와 질병에 시달리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마을을 떠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합니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 정동훈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60만 제곱미터, 거대한 쓰레기 매립장과 희뿌연 연기를 쉴 새 없이 내뿜는 음식물쓰레기 소각장.

    [김태식/주민]
    "특히, 여름철에 바람이 안 불 때는 그야말로 여기는 지옥이나 다름없죠."

    하수 슬러지 처리장에선 지독한 악취가 풍겨나오고.

    [이일정/주민]
    "냄새가 아주 역한 무슨 표현을 못 하죠. 구토가 올라올 정도로 냄새를 풍깁니다."

    여기에 거대한 산을 이룬 폐비닐 처리장까지.

    11개나 되는 온갖 종류의 쓰레기 처리시설이 한 마을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부산시 외곽에 있는 생곡마을입니다.

    마을 앞을 흐르는 시커먼 하천을 따라 올라가 보면 산하나를 통째로 깎아서 만든 쓰레기 매립장이 나옵니다.

    부산시민들의 생활쓰레기 전체를 이곳에 묻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매립장 곳곳에는 1만 5천 톤에 달하는 폐비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주민들은 침출수로 인한 피해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겁니다.

    [김종원/주민]
    "비 오고 이 폐비닐이 씻겨 내려오면서 물이 다 오염돼 가지고 날파리들하고 모든 해충들이 너무 많고…."

    하루에도 수백 대씩 오가는 대형 트럭이 흙먼지를 산 아래 마을로 쉴새 없이 날려보냅니다.

    [매립장 관계자]
    (살수차가 늘 있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네."
    (없잖아요.)
    "물이 떨어졌으니까 물 받으러 가고."

    도로 바닥에 자석을 갖다 대봤더니 검은 가루가 수북이 달라붙습니다.

    쇳가루입니다.

    마을 앞 산업단지에는 하루 종일 금속절단작업을 하는 고철업체만 100개가 넘습니다.

    [신상은/주민]
    "여기 이제 생체 실험하는 데도 아니고, 빨래도 못 널고 문도 못 엽니다. 이 더운 날씨에…."

    악취와 먼지, 매캐한 연기가 마을 전체를 돌고 돕니다.

    공기 중 휘발성 유기화합물질 농도, 즉 TVOc가 무려 1만 1천ppb를 넘는 날도 허다합니다.

    [김만구/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
    "오염된 도시는 수백 ppb정도가 되니까, 1백 배 정도가 높은 유기화합물이 공기 중에 있는 겁니다. 굉장히 오염됐다고 할 수 있죠."

    생곡마을에 사는 주민들은 192가구, 4백여 명입니다.

    주민들이 자체 조사한 결과, 피부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주민은 10명 중 9명, 암 환자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주상복/주민]
    "가려워요. 가려워. 낫지도 않고 쿡 찌르는 걸로 피 좀 나게 하면 좀 없어지고 그럼 또 약 바르고…."

    약봉지를 달고 사는 어린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들은 속이 타들어 갑니다.

    [김 모 씨]
    "태어나서 약을 안 먹은 날보다 약을 먹은 날이 더 많아요. 지금도 저 앞에 약이 주르륵 나열이 되어있고."

    각종 부인병에 시달리면서도 아프다는 말조차 못했던 여성들도 적지 않습니다.

    [장연미/주민]
    "자궁에 이상이 생기고 집집마다 다 있습니다. 결국 적출까지 다 하고 제가 그 케이스거든요. 환경 호르몬 발암물질 이런 거는 우리 자식에게 나타난다 하더라고요. 자식이 불임된다 하더라고요. 그럼 안 되잖아요. 내 자식까지 가면 안 되잖아요."

    지난해 3월, 다수 주민들이 집단 이주를 원한다며 부산시와 협의를 시작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마을 민심만 흉흉해졌습니다.

    [주민]
    "저리로 가세요. 저 아저씨한테 물어 보세요.
    (할머니, 어르신들 얘기를 좀 듣고 싶어서요.)
    "아니요. 필요 없어요."

    부산시는 당초 쓰레기 반입의 조건으로 자원재활용센터 운영권을 주민들에게 줬는데 이 센터에서 매달 나오는 수십만 원 정도의 지원금으로 생계를 꾸려온 노년층은 이주를 반대하고 있고.

    [배 모 씨/ 주민]
    "이 나이에 (동네) 나와서 할 일도 없고 뭐해서 먹고 살겠느냐, 그냥 살다가 죽는 거지."

    하루라도 빨리 떠나겠다는 청장년층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겁니다.

    부산시는 이주에 앞서 주민갈등부터 봉합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이계희/부산시 자원순환과장]
    "한 쪽이 어떤 때는 찬성했다가 반대하고, 또 한쪽이 된다 하면 반대 측이 또 돌아서고.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제는 머물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처지의 생곡 주민들.

    숨이 턱턱 막히는 여름을 보내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동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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