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이동 메뉴로 이동
Home > 다시보기 > 뉴스데스크

돈만 내면 가짜 논문으로도 참가…황당한 국제학술대회

김지윤 기사입력 2018-07-19 20:23 최종수정 2018-07-19 20:34
와셋 국제 학술대회 학자 논문
◀ 앵커 ▶

해적 국제학술지, 가짜 국제학술대회, 이런 말 들어보셨습니까?

학술대회라고 하면 꼼꼼한 심사를 거친 논문을 동료학자들에게 발표하는 학문의 장인데, 참가비만 내면 제대로 된 심사 없이 그 기회를 주는 겁니다.

'와셋'이라는 단체가 그 중 하나로 의심받고 있는데요.

홈페이지를 보면 전 세계 관광지에서 거의 매일 학술대회를 여는데 2031년까지 일정이 잡혀 있습니다.

한 도시를 골라서 들어가 보면 항공우주, 법, 약물.

온갖 학문 분야가 망라돼 있다 보니 내 전공이 어떤 거라도 참여 가능합니다.

운영자는 터키 출신 아르디 가족이라고 알려져 있을 뿐 영업방식이 베일에 싸여 있는데 여길 찾는 한국인 학자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MBC 탐사기획팀은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와 함께 한국 학자들의 연구 윤리 문제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먼저 뉴스타파 김지윤 기자가 가짜 학술대회에 잠입 취재한 내용을 보도해 드립니다.

◀ 리포트 ▶

세계적인 관광지, 이탈리아 베니스 북부의 한 호텔.

로비 한 구석에 있는 작은 회의실에 WASET, 세계과학공학기술학회라는 단체가 주관하는 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참석자는 20명 남짓, 한국인도 여러 명 눈에 띕니다.

개막 선언도, 주최 측 인사말도 없이 발표가 시작됩니다.

[레베카 엘리스/뉴올리언스 대학교]
"이상한 요구로 들릴 수 있겠지만, 여러분 모두 신발을 벗으세요. 괜찮아요."

시작부터 이상한 분위기입니다.

한국 학자의 발표 차례가 왔습니다.

[임숙빈 학장/을지대학교 간호대]
"부모에게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또 다른 한국인이 등장합니다.

[박달현 교수/전남대학교 해양경찰학과]
"저는 형법 전공인데요. 여러분은 모두 전공이 모두 다르시니까…"

이 교수는 PT 자료도 없이 2분 만에 발표를 끝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도 발표에 나섰습니다.

[신우열/뉴스타파 전임연구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온 신우열입니다."

취재진은 이 학술대회에 앞서 이름만 넣으면 1초 만에 논문을 만들어주는 SCIGEN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가짜 논문을 작성해 와셋에 제출했습니다.

4일 만에 논문이 채택됐다는 메일이 왔고, 엉터리 논문으로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까지 한 겁니다.

와셋은 등록비로 1인당 5백 유로를 받습니다.

전남대 연구팀 3팀은 등록만 해놓고 아예 학술대회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와셋의 베니스 국제학술대회는 당초 1박 2일 일정이었지만 반나절 만에 끝났습니다.

뉴스타파와 국제 공조 취재를 하고 있는 독일 공영방송 NDR도 런던, 뉴욕, 베를린에서 열린 와셋 학술대회에서 잠입 취재를 진행했습니다.

가는 곳마다 한국인들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피터 하눙/독일 NDR 탐사보도 기자]
"다른 나라에서는 2, 3명이 참석하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10명 또는 그 이상이 참석했었습니다. 이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뉴스타파는 와셋 학술대회 현장에서 목격된 한국인들을 찾아가 왜 거기에 갔는지 경비는 어디서 나왔는지 등을 물었습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학교에서 와셋 런던 콘퍼런스 참가 비용을 대줬다고 말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생]
"제가 만약에 (와셋이(WASET) 이상한 곳이라고) 인지하고 있었으면 안 갔을 것 같아요."

2분 만에 발표를 마친 전남대 교수는 와셋이 이상한 곳인지 모르고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박달현 교수/전남대학교 해양경찰학과]
"(이상한 학술대회인지)모르고 갔지 그럼, 이 사람아."
(그럼 사비로 이번에 학회를 참석하신 건가요?)
"그렇죠, 그게."

그러나 취재 결과, 박달현 교수는 이미 한국연구재단 연구비로 출장 경비 신청을 해둔 상태였습니다.

[전남대 산학협력단 직원]
"다 신청을 하셨는데, 저희가 지급은 안 해드렸습니다."

와셋의 베니스 학술대회에 등록만 하고 나타나지 않았던 전남대 한승훈 교수에게도 왜 오지 않았냐고 물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한승훈 교수/전남대학교 건축학과]
"저 현장에 갔었는데요?"
(그러세요?)
"네, 요즘에는 뭐 GPS 그런 게 다 (있어서) 현장에 갔냐 안 갔냐 다 알 수 있을 거니까요."

취재진이 현장에 온 걸 모르고 참가했다고 우긴 겁니다.

한 교수팀이 베니스에 가기 전 학교에서 승인받은 출장비 내역서입니다.

한승훈 교수를 포함해 모두 6명, 1인당 3백만 원이 넘습니다.

한 교수는 국토교통부가 발주한 국가과제를 수행 중입니다.

사업비는 2건에 8억 원 규모, 출장비도 여기서 나옵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한국 학자들이 이처럼 사이비 학술단체 와셋을 이용했을까요?

와셋 홈페이지 데이터를 모두 긁어서 분석했습니다.

나라 별로는 세계 5위,

개인별로 보니 한국 학자가 세계 2, 3, 4, 6위로 나타났습니다.

국내 대학교의 경우 서울대가 100건으로 소속 교수, 학생들이 가장 많이 와셋에 이름을 올렸고, 이른바 명문대가 대부분 상위 10위 안에 들었습니다.

와셋에 참가하는 한국학자 수는 2014년부터 급증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후버/1988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자, 이게 그 해적 학술지군요. 명백한 사기입니다. 처벌받아야 마땅해요."

[페리드 뮤라드/198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안타깝게도 일부 국가들은 논문의 개수와 (논문이) 인용된 지수에 기반해 연구자의 급여와 연구비 지원 규모를 책정합니다. 책정 기준은 논문의 질이 돼야 합니다."

뉴스타파 김지윤입니다.

오늘의 m pick

공감지수가 높은 기사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