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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교수·학생들도…"수준 낮은 연구자 주머니 노린다"

명문대 교수·학생들도…"수준 낮은 연구자 주머니 노린다"
입력 2018-07-19 20:28 | 수정 2018-07-1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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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보신대로 이 와셋을 통해서 학술 활동을 했던 학자들 중에는 한국 학자들이 유난히 많고 개인별로 따져봐도 상위에 올라있습니다.

    대체 우리나라 학자들이 왜 많은 건지, 백승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와셋 웹페이지에 저장된 논문들을 살폈더니 쏟아져 나온 한국인 이름은 4,227명.

    고려대, 연세대 등 유명 대학교수들도 상당수였습니다.

    가장 많은 건 서울대.

    그중에서도 같은 학과 고 모, 김 모 교수가 각각 13건, 11건으로 독보적입니다.

    서울대를 찾았습니다.

    복도에서 만난 두 교수는 지난해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와셋 주관 학술대회에 한 차례 참여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모 교수/서울대]
    (교수님이 직접 발표를 하신 건가요?) "아니요. 대개 박사 과정 애들 경험 삼아 시키는 거죠."

    대학원생들 경험 쌓기론 괜찮았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김 모 교수/서울대]
    (어떻습니까, 가서 보시니까?) "저희 쪽에서는 괜찮았던 것 같아요. 학생들이 영어로 발표를 해보고 그런 경험이 되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교수들 뒤에 아무 말 없이 서 있던 이 대학원생도 올해 초 와셋 주관 학술대회, ICTEP에 참여했습니다.

    [서울대 대학원생]
    (ICTEP라는 데는 괜찮은 데인가 보네요?) "저는 잘 모릅니다."

    어떤 학회인지도 몰랐는데, 인터넷 검색을 통해 연구비 지원 조건에 맞는 학회를 찾았다는 겁니다.

    이 대학원생이 참여한 학회는 최근 엔지니어링을 이코노믹스로, 플래닝을 폴리시로 이름을 슬쩍 바꿀 정도로 엉터리입니다.

    [서울대 대학원생]
    "교수님께서 '학회 찾아와라, 어디 갈래?' 그러면 저희가 찾아보고. 저희 지원도 받아야 되고…"

    다른 학교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대부분 대학원 연구실 선후배를 통해 입소문나고, 대물림되는 구조입니다.

    [세종대 대학원생]
    "어떤 선배분이 이제 구글링(검색)하다 그냥 찾게 됐는데, 사실 잘 모르는 상태에서 정말 딱 봐도. 홈페이지 혹시 들어가 보셨나요, 와셋? 딱 봐도 화려해 보이지 않아요?"

    와셋에 논문을 내면 대학원생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는 두뇌한국21 플러스, 이른바 BK21 실적으로 잡히기도 하고, 경력으로도 활용됩니다.

    [서울대 대학원생]
    "일단 실적이 되고요. 이력서에 한 줄 넣을 수도 있겠죠."

    연구비 돈줄을 쥐고 있는 건 대학 내 산학협력단.

    하지만 엉터리 학회를 걸러내는 데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본교학생들이 참여한 와셋 학술대회에 세계 유수 연구기관도 참여한 만큼 가짜는 아니라고 하거나(연세대) 확인해보니 불법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고(부산대) 현재로선 가짜학술단체인지 가릴만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고려대) 연구자 개별 자율에 맡겨두고 있다거나(서울대) 이제서야 사전에 검증할만한 제도적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입니다.(성균관)

    [연세대 산학협력단 직원]
    "절차에 따라서 서류를 내고 그러면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그냥 가는 거니까. 학술대회가 어떤 거다 이런 거에 대해서는 저희가 평가할 수 없잖아요."

    결국 평가는 교수 몫이란 얘긴데, 학생들이 논문을 발표했으니 가짜 학회가 아니다, 와셋 정도면 수준이 나쁘지 않다는 교수도 적지 않았습니다.

    [조 모 교수/연세대]
    "가짜 학회 아닙니다. 학생들이 직접 발표했고…"

    [송 모 교수/세종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학회를 갔다 오면 완전 미칠지도 몰라요. 거기는 차마 소문을 낼 수 없어…"

    하지만 와셋이 엉터리라는 증거는 수두룩합니다.

    가봤더니 발표 분야도 잡탕식인데다 발표자 얼굴만 멀뚱멀뚱 보고 왔다는 증언.

    [경북대 연구진흥과 직원]
    "식품영양도 있고, 과학도 있고, 가보니까 컴퓨터도 있고, 너무 (분야가) 다양하더라고…"
    (보고만 있는 거네요?) "네, 발표도 안 하더래요. 저희는 아예 유령(학회)인 줄 알았거든요."

    "엉성하고 맥락이 맞지 않는 발표를 보고 여기 논문 내봐야 괜히 욕먹겠다"고 연구원들에게도 말했다면서 와셋 참석을 금지시켰다는 교수도 있습니다.

    와셋이 권위 있는 학술대회 이름을 무단으로 도용한 사실이 결정적이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 와셋에 가장 많이 논문을 투고한 교수도 꺼림칙했다는 심경을 밝혔습니다.

    [하태권 교수/ 강릉 원주대]
    "제가 연구한 연구 결과가 사장되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으로 게재하기 시작했던 거고. 수준이 떨어지고 하는 학회에 참석할 때 학자적인 양심상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와셋의 학문팔이 장삿속과 우리 학계의 수준이 딱 맞아떨어진 겁니다.

    [이덕환 교수/서강대]
    "수준이 낮은 연구자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거죠. 연구비만 낭비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구자들에 대한 평가시스템도 훼손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많아요."

    MBC뉴스 백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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