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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사투…폭염과 싸우는 환풍구 위의 노인들

생존을 위한 사투…폭염과 싸우는 환풍구 위의 노인들
입력 2018-07-24 20:30 | 수정 2018-07-2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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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예, 앞서 보신 것처럼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노인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특히 가족의 도움 없이 홀로 사는 독거 노인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최유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서원금 할머니의 지하 단칸방을 독거노인 생활지도사와 함께 찾았습니다.

    "안녕하세요."

    한여름 폭염 속 할머니의 지하 단칸방은 눅눅함에 쩔어 있습니다.

    창에 달려 있는 에어컨은 이사 올 때부터 고장난 장식품이었습니다.

    두 달 전 다리를 다친 할머니는 밖에 잘 나가지도 못합니다.

    할머니는 선풍기를 돌리고 찬물을 끼얹으며 하루를 버팁니다.

    [서원금/81세]
    "못 나가니까 더 더우니까 그냥 저기만 왔다갔다하다가 집에 와서 찬물로 세수하고. 들어와서 그냥 이렇게 있는 거지."

    노인들이 여럿 앉아 있는 곳은 지하철 환풍구 위입니다.

    밟고 지나가는 것도 위태롭게 생각했던 환풍구 듬성듬성한 쇠막대 사이로 지하 바람이 올라옵니다.

    갈 곳 없는 노인들이 눈치 보지 않고 시간을 떼울 수 있는 거리의 에어컨입니다.

    [이성복/79세]
    "파고다 공원 돌다가 여기 돌아와서 앉았다가 한 서너 시간 보내고 들어가죠. 노인네들이 쉴 데가 없다고 지금 쉼터가…."

    도저히 못 견디겠다 싶으면 지하철을 탑니다,

    지하철은 공짜고 시원하고 앉아서 졸 수도 있습니다.

    [온승자/70세]
    "그냥 하루 종일 타고 돌아다니고 싶어죽겠어요. 집에 가면 너무 더워서 그래서 지하철 타고 열 바퀴 돌았으면 좋겠어요."

    초저녁 쪽방촌이 조용한 이유는 종일 더위에 지친 노인들이 일찍부터 잠을 청해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위는 잠을 토막내고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밤은 한낮 더위보다 더하게 고통스럽습니다.

    [박동기/65세]
    "1시간 정도 자고 깨고, 깨고, 깨고…. 너무 더우면 밖에 나가서 한 12시, 1시 이렇게 되면 조금은 나아져요."

    지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온열질환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절반에 달합니다.

    폭염은 재난이 되어 버렸고 닥쳐버린 재난은 이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곳이 어디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MBC뉴스 최유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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