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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취업한 제주 예멘인들…지금은?

[바로간다] 취업한 제주 예멘인들…지금은?
입력 2018-07-25 20:21 | 수정 2019-10-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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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번에는 <뉴스데스크>에서 오늘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입니다.

    '바로 간다', 이슈의 현장으로 '곧장' 달려가서 '올바로' 보도한다는 뜻을 담았는데요.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저희 인권사회팀 기자들이 앞으로 뉴스의 현장을 발 빠르고 생생하게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첫 순서, 함께 만나보시죠.

    ◀ 기자 ▶

    인권사회팀 이준범 기자입니다.

    뜨거운 이슈의 현장을 찾아가는 '바로 간다', 오늘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한 달 전이었죠.

    제주도에 있는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게 정부가 나서서 취업 알선을 해줬습니다.

    고깃배를 타거나 식당 설거지를 하는, 일손이 부족한 곳들을 허락한 정도인데요.

    그때 취업한 예멘 사람들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상황을 살펴보러, 제주도로 바로 가보겠습니다.

    ◀ 리포트 ▶

    맨 처음 찾아간 곳은 제주 서귀포의 양식장입니다.

    예멘인 두 명이 광어 사료를 나르고 있는데요.

    한 사람은 예멘에서 택시 기사였고, 또 한 사람은 철강 공장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말도 잘 안 통하는 곳에서 일하는 게 힘들진 않은지 물었습니다.

    [난민 신청 예멘인]
    "나는 일을 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도 상관없습니다. 돈도 없고 아무것도 없어요. 뭐든 해야 해요."

    3주 정도 이들을 지켜본 양식장 사장님은 뭐라고 하실까요?

    [오현 /양식장 사장]
    "우리 노동력도 없고, 3D 업종이다 보니까요. 노동력이 없고, 겸사겸사 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뽑게 됐어요. 현재까지는 만족합니다."

    다 그런 건 아닐 수 있겠지만, 이 양식장의 경우엔 서로가 도움이 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이번엔 항구로 가봤습니다.

    작업에 한창인 어느 선주를 만나 취업한 예멘인이 어디 있는지 물었더니, 퉁명스러운 답이 돌아옵니다.

    [선주]
    "힘도 없고 먹지도 않아요. 빵 밖에 안 먹더만, 뭐 가져다줘도.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숙소에) 가보니까 없더라고."

    이곳 제주 한림항에서는 예멘인 100명이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고기잡이 배를 타는 일인데요.

    하지만 지금은 40명만 남아있다고 합니다.

    절반 넘게 떠난 겁니다.

    대체 왜 이렇게 많이 떠난 걸까요?

    [선주협회 관계자]
    "일을 잘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분들이 절실하게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일할 곳 없나 하는…제주도는 배 타는 거 이외에는 다른 거 마땅히 없잖아요."

    예멘인들 얘긴 좀 다릅니다.

    평생 한 번도 안 해본 뱃일이다 보니, 멀미가 심해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고, 고통을 호소합니다.

    [난민 신청 예멘인]
    "대부분 육지에서 왔어요. 배 타는 일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뱃멀미에 시달리고 구토를 해요."

    한국인이 기피하는 업종에만 취업시킨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어업이나 농축산업이 아니면 예멘인이 갈 곳은 식당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예멘인 쓰는 걸 꺼리는 식당이 많아서입니다.

    [식당 주인]
    "(한국어로) 짧은 말은 해요. 일하고 싶다고. 그러면 노, 안 한다고. 무서워요. 나는 솔직히 말해서. 그런 사람들 들어오는 거 자체가 무섭다고."

    더구나 예멘인 있는 식당엔 가지 않겠다는 혐오성 글까지 올라와 더 힘들어졌습니다.

    [요식업계 관계자]
    " 이미지, 이미지 때문에…맘카페 이런 데서 예멘난민 고용하는 데는 불매운동하자 이런 의견도 있고 한데…"

    지금 상황을 보면, 제주도에 머무는 예멘 난민 신청자 466명 가운데 228명만 일을 합니다.

    한 달 전만 해도 400명 가까이 일했는데 150명 넘게 그만두거나 해고됐습니다.

    [난민 신청 예멘인]
    "먹고 자는 것만 하고 있어요. 일이 필요합니다. 오늘도 일자리를 요청했어요."

    "국민이 먼저다, 국민이 먼저다."

    이런 목소리도 있습니다.

    범죄가 늘고 일자리가 부족해질 거라며 이들을 내보내고 앞으로도 받지 말자는 건데요.

    좀 야박해 보여도, 수긍이 가기도 하는데, 사정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난민을 함께 보호하자고 국제사회에 약속해, 우리나라는 이미 1990년대 초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5년 전엔 난민법도 만들었습니다.

    전쟁을 피해 우리나라에 온 예멘인들의 정확한 사정을 듣고, 받아들여 보호할 의무도 갖고 있는 겁니다.

    또 이번에 온 예멘인들 역시 난민 심사에 떨어져도, 이의신청을 하고 소송으로 가면 최소 1년 이상 합법적으로 체류합니다.

    상당 기간 함께 지내야 하는 건 엄연한 현실입니다.

    [김상훈 사무국장/ 천주교 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난민에 대해서 걱정을 한다면, 여러 가지 걱정이 많잖아요. 결국은 난민의 빈민화를 막아야 한다. 난민이 빈민이 되면 못할 게 없는 거죠. 먹고 살기 위해서 그들이…"

    예멘인에 대한 지원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찬반을 넘어 풀어야 할 과제가 됐습니다.

    일거리 없어 생계가 곤란해진 예멘인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건 그 누구한테도 좋은 일이 아닐 테니까 말입니다.

    바로 간다, 이준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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