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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종일 '에어컨' 찾아 삼만리…'더위 피난민'의 하루

하루종일 '에어컨' 찾아 삼만리…'더위 피난민'의 하루
입력 2018-08-01 20:15 | 수정 2018-08-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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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사상 최악의 폭염에 이제 에어컨은 사실상 생활필수품이 됐습니다.

    현재 보급률도 80%에 가까운데요.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 더위에, 20% 넘는 가구는 아직도 에어컨 없이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대책도 이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겠죠?

    그래서 오늘(1일) 저희 복지팀에서는 '에어컨도 복지다'라는 주제로 집중 리포트 준비했습니다.

    자. 일단, 더위를 피해서 에어컨을 찾아 떠도는 '더위 피난민'의 하루 함께 보시고요.

    요즘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폭염이 건강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본 다음, 이 에어컨을 보편적 복지의 측면에서 봐야 하는 이유까지, 함께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그럼 먼저, 더위 피난민의 하루 최유찬 기자가 따라가 봤습니다.

    ◀ 리포트 ▶

    이른 아침, 71살 이대영 할아버지가 사는 집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더우시죠?)
    "어휴, 상당히 더워요."

    해 뜬 지 1시간도 안 된 시각인데도 에어컨이 없는 집 안은 벌써 후끈합니다.

    실내온도를 재봤더니 섭씨 31.3도, 열대야로 밤새 잠을 못 이룬 이 씨는 에어컨을 찾아 외출 준비를 서두릅니다.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서울노인종합복지센터입니다.

    이 씨와 같은 처지의 '더위 피난민'이 많은지 복지관은 아침 일찍부터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들어찼습니다.

    [양재희/83세]
    "너무 더워서 막간(잠깐)이라도 좀 시원한 곳을 찾기 위해서…"

    이대영 씨는 조금이라도 더 머물기 위해 1시간짜리 컴퓨터 교육까지 받고는 센터를 나왔습니다.

    하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거리를 견디지 못하고 이내 패스트푸드점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여기도 역시 음료 한 잔 시켜놓고 에어컨 바람을 쐬는 노인들이 많이 눈에 띕니다.

    그래도 역시 최고의 피서지는 음료 값도 들지 않고 눈치도 안 봐도 되는 지하철입니다.

    [이대영/71세]
    "피서온 기분이고 시원하고 좋아요."

    동네 복지관에서 점심을 먹고 집에 돌아왔지만 에어컨 없이 36도까지 올라간 실내에선 도저히 버틸 수가 없습니다.

    "옷 갈아입고 나가야겠네요. 도저히 못 있겠어요."

    결국, 다시 지하철을 타고 향한 곳은 인천국제공항.

    알 만한 사람들은 아는, 노인들의 새로운 피서지라는 게 할아버지의 설명입니다.

    "다른 데 있다 오면 천국이죠, 여기가요. 시원하니까."

    이 씨가 집에 돌아온 시간은 오후 6시.

    하지만, 수은주는 내려갈 줄을 모릅니다.

    일정한 수입 없이 한 달에 노령연금 등 35만 원 정도의 생활비로 빠듯하게 생활하는 이 씨에게 에어컨은 상상할 수조차 없습니다.

    "너무 더울 때는 (냉방기 구입할) 마음은 있지만… 안되니까 부채질해요."

    내일 아침이면 이 씨는 또다시 에어컨을 찾아 더위 피난에 나설 겁니다.

    MBC뉴스 최유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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