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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간다] 폭염에 달궈진 바다…어민들의 '잔인한' 여름

[바로 간다] 폭염에 달궈진 바다…어민들의 '잔인한' 여름
입력 2018-08-10 20:34 | 수정 2019-10-0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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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이슈의 현장을 찾아가는 '바로 간다' 인권사회팀 이문현 기자입니다.

    연일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단순히 더위지만, 누군가에겐 생존이 걸린 문젠데요.

    물속 온도가 올라가 양식장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거기에 해파리와 적조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우리 어민들은 살기 위해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피해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남해 바다로 직접 와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에서 5시간 반을 달려 전남 장흥 해변으로 왔습니다.

    검은 천으로 덮은 큰 건물이 보입니다.

    광어 기르는 곳입니다.

    아침부터 직원들이 수조에 들어가 죽은 고기를 건져냅니다.

    "가 쪽(바깥쪽)에 잘 봐줘야 해. 가 쪽에 많이 있다"

    30분 만에 큰 상자 5개가 꽉 찼습니다.

    "아 계속 나오네, 아따 많이 나와부러"

    밤사이에 죽은 광어 4천 마리.

    열흘 동안 5만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진평석/양식업자]
    "3∼4개월 동안 진짜 어떻게 보면 자식같이 이렇게 키워 놨는데…제일 많이 나갈 때는 (수온이) 32.6도까지 나가니까 광어들이 견디지를 못하더라고요."

    다른 양식장도 가봤습니다.

    광어가 한 마리도 없습니다.

    사흘 동안 13만 마리가 다 죽어서 양식을 아예 포기했다고 합니다.

    [양식업자]
    "온도가 그때 8월 2일경에 32도를 웃돌았거든요. 그때부터 대량 폐사가 나기 시작한 거죠. (며칠 사이에 고기들이 죽은 거죠?) 3일 사이에 다 죽었습니다, 전량 폐사. (13만 마리 가요?) 네, 13만 마리가."

    그럼 바다는 어떨까요?

    오전 6시에 갈치잡이 배를 탔습니다.

    선원들이 전날 오후에 내려놓은 그물을 끌어올립니다.

    20분 넘게 당기고 당겼더니 은빛 갈치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비전문가인 제 눈엔 제법 많이 잡은 것 같은데, 어째 선원들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습니다.

    [김인옥/제일호 선장]
    "고기가 이런 건 돈이 안 돼, 굵은 거 삼치, 갈치도 굵은 놈이 와야 돈이 되지…"

    폭염에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 물고기들이 더 깊은 곳에 숨어 버렸다고 합니다.

    [김인옥/제일호 선장]
    "많이 잡을 때는 몇백만 원 몇천만 원어치도 올라오다가, 안 나올 때는 반찬도 없을 때가 있어."

    수협에 확인해보니, 여수 바다의 지난달 어획량은 32만 5천여 킬로그램으로 작년의 반도 안됩니다.

    전남 장흥에선 이맘때 병어가 잘 잡힙니다.

    살이 연하고 맛도 좋아서 어민들에게는 짭짤한 소득원입니다.

    40여 년간 병어를 잡았다는 노부부.

    설렘 반 기대 반으로 그물을 올립니다.

    그런데…이게 뭔가요.

    병어는 고사하고 잡어 한 마리 없습니다.

    [조영숙]
    "(작년) 평소에는 한 번 조업 나오면 80마리 90마리 100마리…"

    허탕치는 날이 많다 보니, 빈 그물을 봐도 그냥 헛웃음만 나옵니다.

    [조영숙]
    "(어떻게 한 마리도 안 나오죠?) 글쎄요. 사십몇 년 타면서 처음이네요."

    잡은 고기가 없다 보니 당연히 팔 고기도 없겠죠.

    예전 같으면 시끌벅적했을 위판장은 손님 발길이 뚝 끊겼습니다.

    병어잡이가 한창일 시기지만, 폭염으로 물고기가 잡히지 않자 이렇게 수족관은 텅텅 비었습니다.

    밤 12시, 어선들이 출항합니다.

    선장은 전등으로 밤바다를 비추며 뭔가를 찾습니다.

    고기를 찾는 건가 했더니, 그게 아니라 해파리떼 잡으러 출동한 거였습니다.

    [김성제/무궁화2호 선장]
    "자 이게 해파리입니다. 해파리가 갈라져서 그물 속에 올라온 거예요. 해파리 반, 물 반입니다."

    낮에 조업하다가 해파리가 걸리면 어망이 찢어지기 때문에, 쇠그물로 잘라서 없앤다고 합니다.

    지긋지긋한 해파리떼 때문에 어민들은 매일 밤 자정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사투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올여름 폭염은 어민들에게 이미 많은 걸 빼앗아갔습니다.

    40년간 고기잡이로 4남매를 다 키워낸 부부에겐 자신들의 노후를 책임질 튼튼한 새 배를 장만하겠다는 꿈이 있었지만 폭염에 물거품이 돼 버렸습니다.

    그런가 하면 12년째 광어 양식을 하고 있는 사장님 역시 잔인한 여름을 나고 있습니다.

    서울로 올라온 취재진이 오늘 아침에 전화로 안부를 묻자, 사장님은 "지금도 죽은 광어를 건져내고 있다”며 "내일은 제발 비라도 좀 왔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바로 간다 이문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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