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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없어도 대출 99% 가능? …청년 파고 드는 '작업대출'

직장 없어도 대출 99% 가능? …청년 파고 드는 '작업대출'
입력 2018-08-13 20:23 | 수정 2018-08-1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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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실신세대'.

    실업과 신용불량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요즘 20대를 일컫는 자조 섞인 신조어인데요.

    생활고로 당장 10만 원이 아쉬운 청년들을 노리는 불법적인 금융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 실신세대의 실상을 연속보도해 드릴 계획인데 오늘은 먼저, 그 실태부터 공윤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SNS에 '대출'을 검색하자 대출을 해주겠다는 업체 수십 곳이 나타납니다.

    학생부터 무직자에 신용불량자까지.

    99% 확실하게 돈을 빌려준다는 솔깃한 말로 가득합니다.

    한군데 업체에 연락해봤습니다.

    일을 하지 않는데 대출이 되냐고 하자 문제없다고 합니다.

    ['작업 대출' 알선 업체]
    "'실재직'으로(실제로 운영하는 회사에 직원으로 등록) 운영하는 거고, 그쪽으로(실제 회사에) 저희 사원이라고 이름 넣어서 만들어 드리는 거라 그렇게 문제 되실 건 없으시고요."

    이른바 불법 '작업대출'입니다.

    대출 요건이 되지 않는 사람을 상대로 브로커가 직업이 있는 것처럼 대출서류를 꾸며 금융회사에 내고 대출을 받아내는 건데, 대신 대출을 받으면 수수료로 30, 40% 많게는 50% 이상 가져갑니다.

    물론 금융사 이자는 따로 내야 합니다.

    작업 대출을 받고 싶다고 하자 시내 카페에서 보자고 합니다.

    자세하게 '작업' 방식을 설명합니다.

    ['작업 대출' 업자]
    "(작업)할거면 이제 계획을 세워서 재직을 만들지 내가, 통장에 급여 내역이 없잖아. 그러면 우리가 급여 내역을 찍는다 말이야, 거기다(통장에), 돈을 들여서…."

    불법이지만 들킬 일은 절대 없다고 안심시킵니다.

    ['작업 대출' 업자]
    "(불법대출인지) 알고는 있지만 굳이 경찰서에다 신고를 할 이유는 없어. 내가(금융회사 직원) 해줬는데 신고를 하면 내가(금융회사 직원) 걸리잖아."

    못 갚으면 어떡하느냐고 하니 걱정 말라며 해결 방법도 일러줍니다.

    ['작업 대출' 업자]
    "3개월 이상만 돈을 갚잖아요? 사기 성립이 안 돼. 못 갚으면 개인워크아웃이나 파산면책을 받거나 신용회복위원회 가면은 개인회생을 시켜 준단 말이야."

    작업 수수료로는 대출금액 40%를 달라고 합니다.

    다른 덴 더하다고 강조합니다.

    ['작업 대출' 업자]
    "다른데 가면 수수료 자체가 굉장히 쎄. 신설동 가면 걔네들은 거의 50% 받아가."

    도중에 앳돼 보이는 다른 청년이 도착했습니다.

    역시 브로커에게 작업대출을 의뢰하러 온 겁니다.

    ['작업 대출' 업자]
    "쟤는 (대출) 안 되는 거 억지로 한도는 찍어놨어 1,000만 원, 일단은. 오늘이라도 (작업대출) 하자는 걸 내가 오늘은 시간 없다고 그랬지."

    작업대출을 찾는 사람은 다양하지만 심해져 가는 취업난 속에 당장 써야 하는 생활비가 필요한 미취업 청년들이 주 작업 의뢰자가 되고 있습니다.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범법자가 되는 꼴입니다.

    ['작업대출' 의뢰 청년]
    "생활비가 없어서…. 일을 안 하고 있던 때라서 일을 안 하면 대출이 안 나오잖아요. 근데 (작업 대출을)그렇게 하면은 (대출이) 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어서…."

    작업대출과 함께 요즘 급전이 필요한 청년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가 '내구제'입니다.

    '나를 스스로 구제한다'는 뜻인데, 대표적인 내구제가 바로 속칭 '휴대폰 깡'입니다.

    업체에게 의뢰하면 의뢰자 명의의 휴대폰을 개통 할 수 있는데 의뢰자는 개통한 핸드폰 넘기는 조건으로 대당 50에서 80만 원의 현금을 바로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내구제' 알선 업체]
    "(휴대폰)1대에 80만 원 나오거든요. 입금까지 바로 제가 통장으로 아니면 현금 원하시면 현금으로 바로 해드리거든요."

    청년들이 마치 대출처럼 이용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지예/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
    "나를 구제할 사람은 나밖에 없구나. 스스로 범죄인 걸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지만 그걸 그렇게 해서라도 해소 할 수밖에 없는 환경…."

    문제는 휴대폰 개통 당시 넘긴 신분증 등 개인정보가 도용당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막대한 빚을 떠안을 수도 있고.

    김수정(가명)/내구제 피해자
    "추후에 유심 10개가 추가로 (어떻게) 개통됐는지 저는 알 길이 없고 그러니까 '사기당했다, 억울하다' 이런 기분이 많이 들어요."

    멋모르고 여러 대의 휴대폰을 개통하다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신영지(가명)/내구제 피해자]
    "죽고 싶다? 내가 왜 빚을 졌지? 아무리 급하더라도 그건(내구제) 손을 대면 안 됐었던 거였어요."

    청년 시민단체들은 최근 피해 신고가 늘자 피해 방지 매뉴얼 제작을 위한 크라우드 펀딩까지 나섰습니다.

    [한영섭/청년빚문제해결을위한 네트워크 집행위원장]
    "광주, 대구, 부산, 울산, 수원 전국에서 (피해 신고) 전화가 와요. 청년 실업률은 굉장히 높고 단기 알바는 계속 반복하게 되고 정상적인 대출을 받거나 그러기는 어렵고 근데 돈은 필요하고… 음성적인 대출들을 받을 수밖에 없는…."

    관련 단체들은 이들 불법업체에 대한 인터넷과 sns 광고 접근을 규제하는 한편 청년들에 대한 기본적인 금융교육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전지예/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
    "제도권 교육에서는 금융교육이라는 것을 받지 않잖아요? 갓 사회에 나온 청년들 같은 경우는 당연히 그 지식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특히 내구제의 경우 어디까지가 불법인지 여부조차 밝혀진 것이 없고 합법이라고 내세우는 업체들도 많아 관계 당국의 시급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MBC뉴스 공윤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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