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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남북녀' 8백 년 은행나무…70년 만의 '상봉'

'남남북녀' 8백 년 은행나무…70년 만의 '상봉'
입력 2018-08-18 20:31 | 수정 2018-08-1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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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이제 이틀 뒤면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집니다.

    그런데 분단의 아픔이 사람에게만 남은 게 아니었습니다.

    서해 최북단 작은 섬에 있는 800살 된 은행나무 이야기인데요.

    무슨 사연인지 양효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 리포트 ▶

    강화도에서 뱃길로 1시간 20분.

    서해 최북단, 민간인통제구역인 작은 섬 볼음도.

    그곳에 800살 넘은 노거수 한그루가 있습니다.

    천연기념물 304호인 볼음도 은행나무.

    높이 25미터, 울창한 가지가 드리운 그늘에서 주민들은 대를 이어 쉬고 놀고먹고 자랐습니다.

    [문학현/70세, 볼음2리 이장]
    "매일 여기서 자라고 잠자고 밥 먹으면서 여기서 살았는데…그때(초등학교 때) 800년이라 그랬는데 지금도 800년이야. 우리 젊은 할아버지야…"

    이 은행나무 할아버지의 고향은 북녘땅입니다.

    원래 지금의 황해남도 연안군에 남편과 아내 두 나무가 함께 살았는데, 800여 년 전 홍수에 남편 나무가 볼음도로 떠내려온 겁니다.

    남북 마을의 주민들은 부부의 생이별을 안타까워하며 해마다 함께 제를 지내줬지만, 그마저도 남북 분단 이후 중단됐습니다.

    [문학현/70세, 볼음2리 이장]
    "(산 위에서 보면) 비 오고 쏟아지고서 확 개면 (북쪽의 은행나무가) 보였어요. 이쪽에서는 이게 신랑이고 그게 색시다. 그렇게 노인네들이 얘기하는 걸 듣고 자랐어요."

    그렇게 70여 년…문화재청은 구전으로만 전해지던 아내 나무가 실제 북쪽의 천연기념물로 존재함을 확인했고,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칠월칠석에 두 나무를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남북 최전선에서 묵묵히 역사를 견디어온 은행나무 부부.

    문화재청은 서해에 깃든 긴장을 풀고 남북 평화를 염원하는 뜻을 담아 남북공동 은행나무제를 제안하기로 했습니다.

    MBC뉴스 양효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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