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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받이 의사, 취객들의 쉼터…제 기능 못하는 '주취자 응급센터'

욕받이 의사, 취객들의 쉼터…제 기능 못하는 '주취자 응급센터'
입력 2018-08-19 19:18 | 수정 2018-08-1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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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뉴스데스크는 오늘(19일)부터 이틀 동안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일부 환자들의 난동, 의료진 폭행 문제를 집중 보도합니다.

    오늘은 먼저 한밤중 응급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서유정 기자가 현장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응급실 안에서 한 남성이 갑자기 의자를 집어들더니 의사에게 내던집니다.

    자기보다 늦게 온 어린 아이를 먼저 진료했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또 다른 응급실.

    의사를 발로 차고, 뺨을 때리는가 하면 급기야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을 날립니다.

    말투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야, 확!"

    지난해 전국 응급의료기관에서 신고된 폭행, 폭언 협박 등의 의료 방해 행위는 893건으로 전년대비 55% 늘었습니다.

    특히 올 상반기에 신고된 580여 건 가운데 70% 가까이가 술 취한 환자가 벌인 일이었습니다.

    [조재홍/응급의학과 전문의]
    "여기는(응급실은) 감정 노동이 조금 다른 과들보다 심한 곳이라서요. 많이 싸워요. 의료진이랑 마찰이 조금 많아요."

    의료진도, 다른 환자들도 위협받는 밤의 응급실.

    [박상현/응급의학과 전문의]
    "저기서는 심근경색에 죽어가고 있는데. (저쪽에서는) 코피 나는데 안 해준다고 난리도 아니에요. 내 옆에 누가 술 먹고 와서 쌍욕하고 소리 지르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래서 만든 게 술 취한 환자만 따로 보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6곳의 공공병원 응급실 안에 술 취한 사람들을 따로 분리해 관찰하고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는 구역을 마련한 건데, 술에 취해 의식을 잃었거나 경찰업무를 마비시킬 정도로 통제가 어려운 사람들이 대상입니다.

    [병원 보안 요원]
    "저희가 판단해서 저기로(주취자 구역) 보내야겠다 싶으면 보내는 거죠."

    과연 안전한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지 찾아가 봤습니다.

    자정을 넘긴 시각, 주취자 응급의료센터를 운영 중인 서울의 한 병원에 구급차들이 쉴 새 없이 들어옵니다.

    1분 1초가 다급해 보이는 환자들.

    그런데 한 남성이 응급실로 가는 길을 가로막고 대자로 누워 있습니다.

    옆구리가 아프다고 소리 지르면서도 진료는 거부하고, 연신 욕을 내뱉으며 신고 있던 구두를 의료진에게 집어던집니다.

    "나를 내팽개쳤냐! ***의 **!"

    참다못한 의료진이 경고를 하지만 소용없고.

    (자꾸 이렇게 욕하시면 녹화할 것에요.) "뭐 녹화해! 이 *같은 *아."

    보안 요원과 상주하고 있던 경찰로 모자라 인근 지구대 경찰까지 출동했지만 버겁습니다.

    (폭행? 내가 뭘 폭행했어?) "폭행했어요. (자료)다 있어요."
    (이런 ***…) "이런 *** 이랬어요? 나한테 지금?"
    (그래!)

    환자가 아무리 난동을 부려도 병원 보안 요원들은 물리력을 쓸 법적 권한이 없고, 경찰들 역시 괜히 건드렸다가 소송 같은 골치 아픈 일에 휘말릴까 봐 섣불리 대응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병원 관계자]
    "취해 있을 때는 난봉꾼이지만 깨면 또 일반인인 거에요. (난동 부렸던 것에서) 제지한 것을 깨서는 이제 인권에 대한 문제로 다시 문제 제기를 하는 거예요. 경찰 쪽에서 굉장히 수동적으로 접근을 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이 남성은 경찰이 자기편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행패를 부립니다.

    알고 보니 술에 취해 후진하는 차량에 팔이 살짝 스쳤을 뿐 상처도 없었습니다.

    "(경찰이) 나는 신경도 안 쓰는 거야. 가버리더라고…내 말 좀 들어봐요. 이 ****들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별다른 이상이 없는데도 수액 맞으며 한숨 자고 가겠다는 어이없는 취객도 있습니다.

    (다행히 검사 결과 괜찮으시더라고요.) "그럼 나가요?"
    (가셔도 되는데 왜요?) "자고 가려고…"

    [김한준/응급의학과 전문의]
    "술을 먹고 나서 잘 데가 없어서 춥거나 덥거나 병원 시원하고 따뜻하잖아요…단순 숙박업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거예요."

    애먼 의료진을 화풀이 상대로 삼고 더운 날 술 깨고 잠자는 '쉼터'로 변해버린 주취자 응급치료센터.

    사고와 범죄에 노출된 취객을 보호하고 일반환자들에게는 안전한 진료 환경을 제공하겠다던 본래 취지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서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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