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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김에 실수?…응급실 '주취감경' 면죄부 없애야

술김에 실수?…응급실 '주취감경' 면죄부 없애야
입력 2018-08-20 22:26 | 수정 2018-08-20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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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병원 응급실을 찾은 술 취한 환자들의 폭력적인 행태, 어제 보도해드렸는데, 사실 여러 대책이 나와도 근절되질 않습니다.

    '이 사람은 취했으니까'라고 넘어가 주는, 병원의 말 못할 사정도 있지만 형사처벌도 술이 오히려 감형 사유입니다.

    서유정 기자입니다.

    ◀ 리포트 ▶

    병원 응급실 벽면에 붙어 있는 경고 문구.

    "폭언, 폭력, 성추행 등 의료 행위를 방해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내용입니다.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 일반 폭행보다 훨씬 처벌 수위가 높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요?

    술에 취해 응급실로 이송된 뒤 치료를 해주려는 간호사와 응급구조사를 폭행한 남성.

    벌금 2백만 원만 내고 끝났습니다.

    응급실 진료 도중 의사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 뇌출혈을 일으킨 남성 또한 1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강한 처벌 조항이 있지만 실제론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건데, 법원이 술 취한 상태에서 벌인 일이니 봐주자는 이른바 '주취감경'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김한준/응급의학과 전문의]
    "처벌을 조금 약하게 한다든가 이런 건 좀 없어져야 할 것 같아요. 오히려 더 가중처벌을 해야 되고 특히 의료진, 응급실 이런 데서는 다른 환자들한테 해를 분명히 끼치는 것이거든요."

    아예 재판으로 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관련법상 폭행당한 의료진 본인이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경찰이나 검찰이 처벌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문제는 의료진이 처벌을 원하더라도 고발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이유를 물었더니 '워낙 바빠서'라는 슬픈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박근홍/응급의학과 전문의]
    "어쨌건 여기가(병원이) 공공재인데 여기가 그냥 마비돼 버리니까, 설령 뭐 그 환자한테 섭섭한 게 있다거나 뭐 한다 해도 어쨌건 (경찰서 가서) 30분이나 1시간 마비가 돼 버리면…."

    병원 측도 은근히 조용히 넘어가길 권한다고 합니다.

    [조재홍/응급의학과 전문의]
    "기소를 하거나 하면 (병원으로서도) 부담이 많이 가니까 뭐 합의를 유도하거나 이런 식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실제 최근에 술 취한 환자에게 철제 바구니로 뒤통수를 맞아 피부와 혈관이 찢어진 한 응급실 의사가 머리를 꿰맨 뒤 다시 진료를 하기도 했습니다.

    허술한 현장 대응 지침과 규정도 문제입니다.

    국가시설을 경비하는 '특수경비업'과 달리 일반경비업에 해당하는 응급실 경비직의 경우, 시설 경비 외에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

    [병원 관계자]
    "미리 나서서 하기에는 문제가 될 수 있고 또 이 분이(주취 환자) 민원을 넣으면 곤란해진다…. 이런 상황인 거예요."

    영국의 경우 의료진을 폭행한 환자는 안전 요원이 강제로 쫓아낼 수 있고, 미국에서는 안전요원에게 준사법권을 부여해 적극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술 취한 환자의 폭행은 피해자 요구가 없어도 무조건 처벌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바꿀 것과 주취감경을 없앨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의료진은 물론 일반 환자들의 안전까지 위협받는 병원 내 폭행.

    술 취했다고 봐주는 문화 대신 강력한 처벌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때입니다.

    MBC뉴스 서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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