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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이미지 이재민, 윤효정

9만 개 '카페 공화국'…치킨집은 1백 미터 내 10개

9만 개 '카페 공화국'…치킨집은 1백 미터 내 10개
입력 2018-08-20 22:37 | 수정 2018-08-2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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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568만 명.

    하루에 3천여 명이 새로 가게를 열고 2천 3백 명이 문을 닫습니다.

    결국, 4분의 1만 생존하는 겁니다.

    자영업자 사이에 치열한 경쟁 때문인데 정부가 한때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250미터, 카페는 500미터, 치킨집은 800미터 안에 같은 업종의 가게를 열지 못하게 하는 출점 제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위헌 논란 속에 사실상 사라졌고 지금은 업계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정부가 다시 자영업자 지원 대책으로 이 편의점에 한해서 출점 제한을 부활시키려고 하는데 치킨집이나 카페도 포함시켜 달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만큼 경쟁에 허덕이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목소리, 또 대안은 없는지 이재민, 윤효정 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인천 계양구의 한 치킨집,

    6년간 가게를 꾸려 온 전성일 씨는 다음 달 임대료가 걱정입니다.

    "모퉁이 돌면, 닭강정 집이 또 하나가 있고…."

    100미터 안에 치킨집만 10개.

    경쟁 점포가 하나씩 생길 때마다 매출이 10%씩 떨어졌습니다.

    새로운 메뉴를 내놓아 봤지만, 다른 가게도 마찬가지라 효과는 없었습니다.

    [전성일/프랜차이즈 치킨 점주]
    "저희 영역 내에 모든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치킨 업계가 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없는 메뉴, 없는 브랜드가 없습니다."

    본사에선 5천 세대당 한 가게만 허용한다지만 다른 브랜드 가게가 바로 옆에 생기는 건 막을 수 없습니다.

    한 골목에만 치킨을 파는 가게가 5곳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1년 안에 망하는 가게도 부지기수로 생겨나고 있습니다.

    만 5천 원짜리 치킨을 팔 때 원가와 전기요금 등 비용을 제외하면 이윤이 2천5백 원까지 내려가고, 배달 업체에 수수료를 내면 519원까지 떨어집니다.

    빵집들도 프랜차이즈 가맹점끼리는 거리 제한이 없어 경쟁이 치열합니다.

    전국 3,300곳에 이르는 1위 업체가 들어서면 1,500곳인 2위 업체도 따라와 점주들은 유동 인구가 많아도 수익이 적다고 하소연합니다.

    [김일선/프랜차이즈 빵집 점주]
    "한 상권 안에 빵집 업종이 3개, 4개씩 오픈을 해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황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근접 경쟁이 가장 치열한 업종은 전국에 9만 개가 넘는다는 카페입니다.

    [하승재/프랜차이즈 카페 점주]
    "파이는 똑같은데 파이를 먹으려고 오시는 분들은 많은 거죠. 그게 과당 경쟁이 되고 전체적으로 다 매출 하락이…."

    도로마다, 프랜차이즈와 개인 가게를 가리지 않고 카페가 늘어선 상황.

    다른 맛을 강조하고 24시간 운영해 봐도 손님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MBC뉴스 이재민입니다.

    ◀ 리포트 ▶

    무한경쟁에 내몰린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폐점률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집 건너 한집이라는 치킨집 폐점률은 2년 전 이미 10%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3천2백 개 넘는 매장이 문을 닫아 폐점률이 11.6%에 이르렀습니다.

    커피전문점의 폐점률도 매년 높아져 이제 10%에 육박하고 빵집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간판이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수천 세대가 밀집한 아파트 단지인데 이 근처엔 흔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단 한 곳도 없습니다.

    제빵업계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동네 빵집 근처 500미터 안에는 프랜차이즈 빵집이 들어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네 빵집은 새로 생겼다는 소문도 나기 전에 대형 프랜차이즈에 밀려 폐업하기 일쑤인데 덕분에 이 곳은 동네 맛집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본사의 지원과 통신사 제휴 할인 등을 등에 진 프랜차이즈 업체와 경쟁하지 않고 빵 맛에만 힘쓴 덕분입니다.

    [유광종/동네빵집 주인]
    "프랜차이즈가 옆에 들어온다 이런 경쟁 신경 쓰지 않고 정말 제품과 판매할 수 있는 여기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 경쟁을 막는 이런 출점 제한이 자칫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잃게 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력으로 가맹점 수를 늘려, 동네 상권을 집어삼키는 지금의 대기업 프랜차이즈 방식은 산업 생태계를 흔들 뿐 이라는 비판도 공존합니다.

    [이정희 교수/중앙대 경제학부]
    "소상공인들끼리는 경쟁을 해야 되겠죠. 여기에 대자본이 들어와서 여기서 대자본을 통해서 효율성을 높여보자라는 것은 잘못됐다는 거죠. 얻어내는 효율성이라는 효과적인 것보다도 훨씬 잃어버리는 게 많다는 거죠."

    전체 자영업자의 20%에 육박하는 100만 명이 폐업을 맞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올 정도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당장 세금 좀 깎아주는 식의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동네 상권을 살려 자영업자가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합니다.

    MBC뉴스 윤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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