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설태주

100가구 사는 마을에 해녀만 130명…'대기업 해녀'에 '유령 해녀'까지

100가구 사는 마을에 해녀만 130명…'대기업 해녀'에 '유령 해녀'까지
입력 2018-09-06 20:35 | 수정 2018-09-06 21:19
재생목록
    ◀ 앵커 ▶

    울산의 한 어촌마을에 눈먼 보상금을 노린 가짜 해녀가 수두룩하다는 의혹을 지난달에 보도해드렸는데, 그 실태가 추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대기업에 다니는 삼 형제가 해녀로 등록돼 있는가 하면 사람도 안 사는 폐가에 해녀가 사는 것처럼 유령 해녀까지 등장했는데요.

    결국,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설태주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원전 공사장 주변에 위치한 울산의 한 어촌 마을.

    10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인데, 등록된 나잠어업인, 다시 말해 해녀만 130명이 넘습니다.

    MBC는 이중 상당수가 원전이나 신항만 등 공사 관련 보상금을 노린 가짜 해녀라는 의혹을 지난달 보도했습니다.

    [마을 해녀]
    "발목도 한 번 (물에) 안 넣은 사람도 천지입니다. 얼굴 모르는 사람이 천지더라고요. 한 집에 (해녀가) 4명, 3명 안 되는 집이 어딨습니까?

    해경 수사결과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어머니는 물론 대기업에 다니는 아들 3형제가 모두 해녀로 등록된 집도 있었고, 거동이 불편한 90대 노인과 고등학생까지 해녀로 둔갑해 보상금을 챙겼습니다.

    심지어 버려진 폐가에 '유령 해녀' 2가구가 사는 것처럼 꾸며 보상금 수억 원을 타기도 했습니다.

    [안재현/울산 해경 형사팀장]
    "실제로 나잠어업을 하는 해녀분들은 극히 일부고, 대다수가 이름만 등록된 해녀들이었습니다."

    보상금 총액은 정해져 있는데 가짜가 수두룩하다 보니 진짜 해녀가 받는 돈은 대폭 줄었습니다.

    [마을 해녀]
    "83살 먹은 할머니가 발목도 안 적신 사람이 9백만 원 (보상금) 나왔다는데 저는 1백만 원만 통장에 넣어주더라고요."

    해경은 가짜 해녀를 가려내는 어촌계장이 비리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어촌계장 사무실과 집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어촌계장 소유의 벤츠 승용차에선 은행 통장이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보상금을 받기 위해 해녀들이 작성해야 하는 조업일지도 수상합니다.

    해녀들의 필체가 모두 같아 조작이 의심됩니다.

    [어촌계장]
    "이게 (해녀) 본인들이 쓴 생산 일지일 겁니다."
    (본인들이 썼습니까? 필체가 다 똑같습니까?)
    "본인이 갖다 줘야 하는데 안 갖다 줍니다. 어촌계장한테."
    (안 갖다 주는데 보상금액은 매겨졌네요.)

    어촌계장이 가짜 해녀의 보상금을 챙겨주고 뒷돈을 받은 게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어촌계장도 해녀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부인하지 못했습니다.

    [어촌계장]
    "판공비 외에 수당 명목으로, 제가 고생한다고 수고비로 제가 받은 적은 있습니다."

    MBC 보도 이후 일부 마을에서는 어촌계장들이 해녀들로부터 받은 돈을 돌려주며 입막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마을 관계자]
    "어촌계원 제명시키겠다. 절대 (돈을) 줬다 하지도 말고 받았다고도 하지 마라 (라고 말합니다.)"

    이런데도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 석유공사, 울산항만공사 등 공공기관들은 가짜 해녀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1,000억 원에 가까운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어촌 내부에서조차 터질게 터졌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보다 철저한 수사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MBC뉴스 설태주 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