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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간다] "밥도 물도 없다"…어지러워도 '작업 계속'

[바로간다] "밥도 물도 없다"…어지러워도 '작업 계속'
입력 2018-09-28 20:27 | 수정 2019-10-0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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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

    이슈의 현장을 찾아가는 '바로간다', 인권사회팀 윤수한 기자입니다.

    50대 일용직 노동자가 일하다 숨진 CJ 옥천 물류센터의 상황을 전해드렸는데요.

    사실 거기만 해도 형편이 낫다고 합니다.

    같은 물류센터라고 해도 규모가 작은 곳에선 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다고 하는데요.

    이번에도 단기 아르바이트로 취업해 직접 일을 해보겠습니다.

    통근버스가 따로 없어서 외곽에 있는 물류센터를 알아서 찾아갔습니다.

    법대로라면 근로계약서 쓰고 안전교육도 받아야 하는데, 여긴 그런 게 전혀 없었습니다.

    바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두 명이 한 조로 택배차 화물칸에 들어가 상자를 내려 레일에 올리는 일이었습니다.

    꼭대기까지 쌓인 상자를 옮기다 보니, 계속 얼굴이나 몸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악물고 일한 지 한 시간 만에 화물칸 안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이 고되다 보니, 작업장 여기저기서 탄식과 한숨이 나옵니다.

    "아…"

    11톤 화물차 한 대 하차 작업을 끝내고 나자, 팔이 떨리고 온 몸에서 땀이 쏟아졌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한 차 까고 나면 완전히 땀범벅이야. 땀범벅."
    (어지러워. 어지러워.)

    한 시간에 차 한 대씩, 작업 시간이 정해져 있어 힘들어도 쉬엄쉬엄 할 순 없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CCTV 다 있어요. 차 안을 다 비추고 있어요. 하차 시간은 한 시간을 기준으로 삼아요."
    (차 하나에?)
    "예, 그 시간이 넘어 버리면 사유를 저희가 얘기를 해줘야 해요."

    화물차 한 대 끝내고 다음 차 올 때까지 겨우 한숨 돌렸더니 그 틈에도 마대에 담겨서 온 택배를 꺼내 분류하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마대가 많이 나오면 쉬는 시간 없이 그냥 털어야 돼요."

    한 시간 꼬박 일하면 다음 화물차.

    또 한 시간 일하면 다음 화물차였습니다.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나니 오후 3시 반.

    화물차 9대 하차 작업에 뒷정리까지 해서 총 8시간 반을 일했습니다.

    법적으로 4시간에 30분 씩은 쉬도록 돼 있는데, 정해진 휴식시간이 없었습니다.

    쉬지 못하고 한나절 넘게 일을 하다 보니, 손목, 발목 하며 안 아픈 데가 없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힘들어서 만날 병원 가서 침 맞잖아. 팔 아파서.)
    "물건을 잡는데 자꾸 (팔이) 내려가더라고."

    이렇게 일하고 받은 일당은 6만 5천 원.

    돈도 돈이지만 너무 힘들어서 취재만 아니면 도망가고 싶단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 사람이 많다고 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반(정도) 까더니 '구토 나온다'고 그러더니 그냥 가버렸어."
    (두 명이 딱 보더니 그냥 내 뛰더라고.)
    "문을 여는 순간, 차를 보고 도망쳐."

    더 기가 막혔던 건 돈이나 노동 강도가 아니라, 비인간적인 처우였습니다.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8시간 반을 일했는데도, 밥 한 끼는 고사하고 과자 부스러기 하나 안 줬습니다.

    물류센터에서 밥까지 줄 의무가 있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김밥 한 줄 사먹을 데 없고, 시간도 없다 보니 다들 쫄쫄 굶으며 일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원래부터 밥을 안 줬어요?)
    "네 원래부터 없었어요."

    [일용직 노동자]
    "안 먹다 보니까 습관이 돼요. 그냥 배고프면 자판기 커피 뽑아먹고."

    그나마 지금은 낫다고 합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여름엔 물도 맘껏 못 마셨습니다.

    지금 이 장면.

    물류센터 생수기에 물이 떨어져 안 나오고 물통도 다 텅 비어 있습니다.

    물 떨어져서 가져다 달라고 하면 2~3일씩 걸리는 통에 사비로 사 오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용직 노동자]
    "이번에 여름에 물이 없었어요."
    (왜 없었어요?)
    "한 달에 (생수통이) 40통이 배정이 돼 있어요. 보름이면 다 떨어져요."

    지난여름 40도 육박하는 폭염에, 찜통이나 다름없는 화물칸에서 일을 시켜놓고도, 지금 보고 계신 저 낡아빠진 선풍기 몇 대 갖다 준 게 전부였다고 합니다.

    [일용직 노동자]
    "선풍기도 저 봐요. 저 망가진 거. 딱 2개. 그나마 이것도. 여기서 일하던 친구 하나가 쓰러져가지고 (가져다 놓은 거예요)."

    비인간적인 처우에 화가 난 일부 작업자가 업무를 거부하자 회사에서 간식을 준 적도 있는데, 그것도 딱 한 달뿐이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매일매일은 아니고, 화요일하고 수요일은 바쁘니까 초코파이나 음료수를 주겠다. 그런데 그게 딱 한 달만. 작년 12월까지."

    보수는 낮고 일은 힘들고, 처우도 좋지 않은데 누가 여기 와서 일하나 궁금했습니다.

    물어보니, 사정이 절박한 사람들, 그러니까 당장 얼마라도 현금 한 푼이 아쉬운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일용직 노동자]
    "나이 드신 분들은 거의 다 투잡을 하세요. 아 나 힘들어서 이거 못 해 하고 갔다가 3개월 있다가 다시 돌아오세요. 잘 안 풀리신 거죠. 그런 분들이 많죠."

    물류센터 운영하는 협력업체를 찾아가 제가 겪은 일을 언급하며 "처우가 왜 이러냐"고 물었더니 처음엔 "요즘 그런 데가 어디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다가 기자가 직접 일을 해봤다고 하니까, 그제야 "자신들은 갑도 아니고 을도 아니고 병"이라며 "지킬 걸 다 지킬 순 없다"고 했습니다.

    협력업체에 하청을 준 대기업 택배회사에도 "이 정도면 너무 심한 거 아니냐"고 따졌더니 "부족한 점을 보완하겠다"는 입장만 문자메시지로 밝힌 뒤 정식 인터뷰는 거절했습니다.

    대기업 택배회사에서 취재에 응했다면, 찾아가서 이런 질문부터 던지려고 했습니다.

    먼저 법을 떠나서,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중노동을 하는데 밥 한 끼 먹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또 한여름에 낡은 선풍기 몇 대로 버티고 종종 물조차 떨어져 못 마셨다면 이게 단지 하청업체만의 책임인지도 꼭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리 거창한 걸 바라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일용직 노동자]
    "대기업 계열사 직원들에 준하는 대우나 보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거든요.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 그리고 휴식시간 그리고 사람이 죽거나 다치면 기업으로서 당연히 져야 되는 기업 윤리라는 게 있잖아요."

    바로간다 윤수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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