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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 상권 흔드는 '배달앱'…광고 안 하면 매출 '뚝'

골목 상권 흔드는 '배달앱'…광고 안 하면 매출 '뚝'
입력 2018-09-29 20:15 | 수정 2018-09-29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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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IT기술의 발달로 온라인 상거래가 확대되면서 소매 시장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습니다.

    소규모 자영업은 물론이고요.

    대형 마트까지 온라인 배달 업체의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남호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우리나라에서 배달음식 주문이 가장 많다는 서울 관악구의 주말 저녁.

    한 치킨집의 배달량을 지켜봤습니다.

    전국 매출 1위 프랜차이즈인데도 2시간 동안 10건이 채 안 됐습니다.

    그저 경기가 안 좋아서일까.

    불과 3백여 미터 떨어진 다른 치킨집입니다.

    인지도는 훨씬 떨어지는 곳이지만 한 번에 두세 마리씩 치킨을 실은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출발합니다.

    같은 동네 치킨집 사장은 배달앱 최상단에 광고를 싣느냐 안 싣느냐의 차이라고 단언합니다.

    [A치킨 사장/서울 관악구]
    "소비자들 거의 90퍼센트 이상이 배달앱을 보고 전화를 해요. 이거 없으면 도저히 장사가 안 되는 거야."

    이 치킨집이 배달앱 광고를 하는 지역은 인헌동, 행운동, 남현동, 중앙동 등 7개 동.

    관악구 전체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광고비는 월 500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B치킨 사장]
    "5백 2십, 3십(만원) 나왔다고 하는 것 같던데. 이번에 5백 조금 넘게 나왔다고 했어요. 봉천점은…"

    영세 자영업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지만 일단 광고만 내면 지역 내 배달 물량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할 수 있다고 합니다.

    [A치킨 사장]
    "배달이 예를 들어서 한 달에 천 건이 움직이잖아요. 천 건이 움직이는데 이게 (광고가) 다 떨어져버리니까 삼백 건으로 떨어져버렸어요. 그럼 나머지 (가게)들은 살아갈 길이 없는 거예요."

    지난 한 달 동안 이 동네에서 광고를 하는 곳과 안 하는 곳의 배달앱 주문량을 집계해보니, 광고를 하는 집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6배가 넘었습니다.

    소비자들이 생활정보지나 전단지를 보고 주문하던 시절에는 여러 가게가 조금씩 물량을 나눠 가졌지만 배달앱 시장이 커지면서 몇몇 치킨집이 넓은 지역을 독과점하기 시작한 겁니다.

    경기도에 있는 화장품 매장.

    추석 대목에 문을 연 지 몇 시간이나 지났지만 손님이 한 명도 없습니다.

    이 매장의 대표 상품을 소셜커머스 앱에서 거의 절반 가격에 팔면서 매출이 뚝 떨어졌습니다.

    [화장품 매장 직원]
    "테스트를 여기서 다 해보시고요. 가격비교도 그냥 저희 있는 데서 하세요. 핸드폰으로 가격비교 다 하셔서 거의 구매는 인터넷 구매를 하시죠."

    문방구, 서점, 옷가게 등 동네 골목 가게 대부분의 사정이 비슷합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불과 몇 킬로미터 골목 상권을 놓고 대형마트와 싸움을 벌였던 자영업자들이 이제는 규모도 훨씬 크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온라인 거래 서비스와 싸움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대형마트라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지난 상반기 이마트의 대형마트 부문 영업이익은 1년 전에 비해 24%나 급감했습니다.

    온라인몰의 공세에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 결과입니다.

    [김진설/이마트 마케팅팀장]
    "(예전에는) 가족 단위로 방문하셔 가지고 일주일 내지는 열흘치의 장을 한꺼번에 봐서 구매하시는 고객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온라인에서 그때 그때 (구매합니다.)"

    미국과 영국에선 이미 대형 업체들이 온라인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며 대마불사라는 공식이 깨졌습니다.

    [설도원/한국유통학회 부회장]
    "월마트라든지 아니면 큰 장난감 전문 업체인 토이저러스의 파산 이런 현상을 소매의 종말이라고 그럽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686만여 명, 중소규모 유통업 종사자는 300만 명이 넘습니다.

    당장 이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더라도 단기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남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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