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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견] "밤샘 근무 없애자"…하청노동자의 7년째 외침

[소수의견] "밤샘 근무 없애자"…하청노동자의 7년째 외침
입력 2018-09-29 20:28 | 수정 2019-10-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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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앵커 ▶

    작은 목소리를 크게 듣고 대신 따져 묻겠습니다.

    <주말 뉴스데스크>가 준비한 코너, '소수의견'입니다.

    오늘(29일)은 불법적인 노조 탄압으로 사업주가 구속되고 해고된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한 대기업 하청업체의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7년 동안 이어진 유성기업 사태죠.

    그 시작은 밤에는 잠을 자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밤샘 근로 폐지 요구였습니다.

    곽승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법정구속된 한 남자가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에 올라탑니다.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

    부당노동행위로 구속된 최초의 사업주입니다.

    그리고 또 한 명, 노조파괴 전문 노무사로 널리 알려진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

    유성기업으로부터 14억여 원을 받고 어용노조 설립을 자문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법원에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습니다.

    7년 전 유성기업의 노조 탄압 행위가 이제야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겁니다.

    "밤에는 잠 좀 자고 일하자" 2011년 당시 노조는 야간 근무를 없애달라며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를 요구했습니다.

    사측도 처음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이렇게 합의서에 도장까지 찍었습니다.

    그런데 합의가 깨지고 노사 양측은 왜 지금까지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걸까요?

    누구도 웃을 수 없게 된 이 상황에 혹시 또 다른 이유가 있진 않을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한창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질 무렵 사측의 지원을 받은 신규 노조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신규 노조와 관련해 뜻밖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원청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최 모 이사.

    그는 부하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유성기업의 신규노조 가입원이 늘고 있지 않다며 날짜별로 지정된 목표까지 언급합니다.

    이후 현대차는 유성기업에게 연락해 대책회의를 소집했고 메일을 전해 받은 유성기업 간부는 현대차로부터 신규 노조원 확보를 강요받고 있다며 창조컨설팅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이 저지른 어용노조 설립 과정에 현대차의 강요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유성기업 전직 임원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유성기업 前임원]
    “현대가 주범이야. 하청업체니까 뭐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할 것 아니야. 유성기업은 들러리야 들러리."

    그렇다면, 현대차 측은 왜 이렇게 하청업체의 노사문제에까지 관심을 가진 걸까?

    현대차 1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은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생산합니다.

    이 부품의 이름은 피스톤링.

    개당 2천 원도 정도 하는 부품이지만 자동차의 전체적인 생산일정을 좌우할 정도의 필수부품입니다.

    근무시간 감축으로 유성기업의 생산량이 줄면 현대차의 생산 공정도 영향을 받게 되는 겁니다.

    게다가 하청인 유성기업이 먼저 야간 근무를 폐지하면, 원청인 현대차 노조에서도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김차곤/법률사무소 새날 변호사]
    "현대자동차 입장에서는 부품사에서 먼저 주간 연속 2교대제가 실시되는 게 못마땅했던 것이라 (생각하고요.)"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부품의 생산 상황을 확인한 것일 뿐 유성기업의 노사관계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노사문제에까지 개입한 게 맞다면 이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검찰은 노사문제 개입이 매우 의심스러운 현대차에 대해 과연 어떤 조치를 취했을까요?

    내로라하는 대기업을 상대로도 법을 제대로 적용했을까요?

    검찰은 지난 2012년 유성기업 압수수색 과정에서 현대차의 개입 의혹을 입증할만한 상당수 핵심증거를 이미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후 4년이 넘도록 현대차 관계자들을 아무도 재판에 넘기지 않았습니다.

    공소시효 만료를 불과 사흘 앞두고서야 현대차 법인과 직원들을 슬그머니 기소했습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열흘 만이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대표(지난해 5월)]
    "정권이 바뀌니 우리 검찰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지연된 정의는 정의라고 할 수 없습니다."

    재판이 겨우 시작됐지만, 이번엔 현대차가 제동을 걸었습니다.

    불법행위 적발 시 직원과 법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현재의 노동법이 너무 과하다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한 겁니다.

    결국,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재판은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그 사이 해고에 재해고, 소송에 소송을 거듭했고 다음 달에서야 대법원 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처음 해고가 발생한 지 7년 만입니다.

    [김성태/유성기업 해고노동자]
    "정말 센 사람들에게는 법이 아무것도 아니구나 이게."

    그래도 또다시 찾는 건 희망.

    [김성태/유성기업 해고노동자]
    "더 많은 회사에 더 많은 공장에 (야근 없는) 주간 2교대가 정착이 돼서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그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소수의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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