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데스크
기자이미지 남재현

'6시면 불 끄는' 광화문…부럽기만 한 '공단지역'

'6시면 불 끄는' 광화문…부럽기만 한 '공단지역'
입력 2018-10-02 20:33 | 수정 2018-10-02 20:56
재생목록
    ◀ 앵커 ▶

    어제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빌딩 모습입니다.

    몇 달 전만 해도 여의도에서는 환하게 켜고 야근하는 사무실이 많았는데, 요즘 여의도는 해가 지면 사무실의 불도 꺼지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실행한 지 곧 100일인데 일부 직장은 이렇게 근무 여건이 좋아졌지만 공단 지역 사정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주 52시간 근로제에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는데 남재현 기자가 그 실상을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광화문에 본사를 둔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는 김석준 씨.

    최근 이 회사에서는 오후 5시 반만 되면 퇴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10분 뒤면 업무용 PC가 자동으로 꺼집니다.

    [김석준/직장인]
    "옛날보다는 더 눈치 안 보고 퇴근하는 문화가 조성된 것 같습니다. 가족들이랑 보내는 시간이 정말 많아졌어요."

    휴대전화 가입자 4만 5천 명을 분석해 주 52시간 시행 후 최근 한 달간 출퇴근 시간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정부 부처와 대기업들이 몰려있는 광화문 주변에서는 주 52시간 효과가 뚜렷했습니다.

    오전 7시까지 출근하는 새벽 출근 족은 1년 전보다 10% 줄어든 반면 9시 출근은 5%쯤 늘었습니다.

    퇴근 시간도 빨라져서 6시 이후 사무실에 머물러 있는 직장인은 1년 전보다 13%나 줄어들었습니다.

    출근이 늦어지고 퇴근은 빨라지다 보니 사무실에서 머물러 있는 시간도 적어졌습니다.

    광화문은 사무실 체류 시간이 평균 1시간 가까이 줄었고 금융기관이 많은 여의도도 평균 7분가량 줄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직장이 다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주 52시간 시행이 2년 뒤로 미뤄진 300인 미만 사업장이 몰려 있는 가산 디지털 단지.

    이곳은 7시와 8시 대 조기출근이 오히려 2~5% 늘었고, 6시 이후까지 일하는 직장인도 많아졌습니다.

    1년 전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을 하고 있는 겁니다.

    [김하연/직장인]
    "아직까지는 사실 (주 52시간이) 크게 와 닿는 것은 없고, 5시에 퇴근하거나 그런 것들 보면 좀 부럽기도 하죠"

    이번 조사결과 300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주 52시간 시행 후 근무 여건이 더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이병훈/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새로운 근로시간 단축 제도 시행에 있어서도 대기업·공공기관 하고 중소기업하고의 또 다른 하나의 격차가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우려가 됩니다."

    주 52시간 시행 넉 달째, 전문가들은 더 많은 근로 현장에서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남재현입니다.

    당신의 의견을 남겨주세요

      인기 키워드

        취재플러스

              14F

                엠빅뉴스